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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참선의 의미와 방법, 그리고 효과“화두, 하루 5분이면 생활이 달라진다”
불교신문 연속기획/ 5ㆍ16 간화선 무차대회
2015-04-30 박희승
세속의 권력과 재산은
일시적인 행복
중도 깨달으면
영원한 행복 얻을 수 있어
하루 5분만이라고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면 하루하루가 행복해지고 결과적으로 영원한 행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는 길이 화두 참선이다. 하루 5분이라니…. 시간에 쫒기는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수행법이 또 있을까? 삽화=배종훈
하루 5분만이라고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면 하루하루가 행복해지고 결과적으로 영원한 행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는 길이 화두 참선이다. 하루 5분이라니…. 시간에 쫒기는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수행법이 또 있을까? 삽화=배종훈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 모든 종교나 철학, 사상도 행복을 추구한다. 심지어 기업이나 정치인들까지도 행복을 말한다. 그러나 말처럼 행복한 삶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지위와 영화를 누리는 역대 대통령의 비극적인 말로를 보면 과연 세속에서 행복이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종신 집권을 꿈꾸다 쫓겨났고, 박정희 대통령은 가장 믿던 측근의 총에 맞아 죽었다. 전두환ㆍ노태우 대통령은 퇴임 뒤 감옥에 가야했고, 인권변호사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다. 이 사례를 보면 세속의 권력이나 재산이 일시적인 행복은 몰라도 영원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일찍이 부처님이 바로 이것을 간파한 분이었다. 왕자로 태어나 부귀영화가 보장된 지위를 버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길을 찾아 나섰다. 6년 동안이나 고행을 해봤으나 도달하지 못하고 마침내 고요히 명상에 들어 마침내 마음에서 깨달음을 성취하였다.
부처님은 깨친 뒤 첫 설법에서 쾌락주의와 고행주의의 양변을 여의고 중도를 깨달았노라고 선언한다. 인간은 누구든지 중도를 깨치면 영원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가 있다. 부처님 이전에 육사외도 등 다른 종교 지도자들은 인간의 나약함과 두려움으로 인하여 신과 같은 절대자에 의지하여 구원을 얻으려 하였으나 부처님은 인간 스스로의 지혜와 능력으로 절대적 행복을 누리는 길을 발견하고 보여주신 것이다.
일반적인 불교 교리에서는 우리가 고해에 허덕이는 중생이니 열심히 수행해서 깨쳐야 부처가 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선(禪)은 좀 독특한 입장이다. 우리가 중생이 아니고 본래 부처라 한다. 본래 부처인데 ‘중생’이라는 착각에 빠져 분별망상을 일으키며 억울하게 살고 있다. 비유하자면, 하늘에 태양은 늘 본래 빛나고 있는데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을 뿐이다. 이와같이 선에서는 우리가 본래 부처이니 착각만 깨면 된다는 것이다. 분별망상의 먹구름만 없애면 우리 마음은 늘 빛나고 있는 것이다. 단박에 망상만 비우면 된다. 돈오(頓悟)다.
참선은 부처님이 깨친 중도를 실천하고 체득하는 것이다. 중도란 괴로움과 쾌락, 생과 사, 중생과 부처라는 대립하는 양변에 집착하지 않고 가운데도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중도는 어디에도 마음이 머물지 않기 때문에 자유자재하다. 우리는 나-너, 선-악, 옳다-그르다 하는 양변에 생각이 머물면 집착하는 분별망상이 일어난다. 그러면 남과 시비하게 되고 내가 우열의식에 빠져 남과 대립하고 갈등하기가 쉽다. 인류 역사에서 수 없이 반복하고 있는 다툼과 전쟁이 모두 여기에서 나왔다. 내가 있다, 옳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집착하면 내가 더 가져야 하고, 상대를 이겨야 하니 대립과 갈등, 전쟁을 피할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는 이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중도를 깨친 것이다. 중도의 마음이 되면 나와 남을 똑같이 존중하고 내가 잘되려면 남을 잘되게 하고, 남을 돕는 것이 곧 나를 돕는 길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도의 마음을 체험하고 실천하는 것이 참선이다(중도에 대해선 성철스님의 <백일법문> 상권 읽기를 권함).
우리가 부처님처럼 중도를 체험하고 실천하는 길은 참선, 염불, 주력, 절, 봉사, 보시, 위빠사나 등 많은 수행법이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동아시아 전통과 역사에서 가장 많은 선지식이 나와서 정착된 것이 조사선-간화선이다.
■ 재가자의 경우…
간화선은 화두 참선을 말한다. 화두 참선에 대해선 2005년 전국선원수좌회와 교육원이 공동으로 편찬한 <간화선 - 조계종 수행의 길>(조계종출판사)에 정리되어 있다. 화두 참선을 잘 하려면 먼저 부처님이 깨친 법, 곧 중도에 대한 바른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참선을 해서 깨치려는 세계가 중도이니 중도를 모르고는 참선도 잘 하기가 어렵다. 육조스님이나 효봉스님, 그리고 성철스님처럼 불법에 대하여 한 마디 들었는데 바로 발심이 되어 세속의 온갖 부귀영화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일체의 세속적인 가치를 중도 연기, 무아 공으로 보아 허망하다는 것을 알아 내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찾겠다는 정견과 믿음, 그리고 발심이 되었을 때 비로소 참선하는 마음이 갖춰진 것이다. 이런 정견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화두참선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중도 정견과 참선하려는 발심이 된 사람은 스스로 믿고 의지할만한 선지식을 찾아가 화두를 받아야 한다. 가령 가깝거나 인연이 되는 사찰의 선원장이나 조실, 방장 스님이면 화두를 주실만한 분들이다. 화두를 받을 때 발심이 간절한 사람은 언하(言下)에 바로 깨칠 수도 있다. 단박 깨침이다. 그러나 이런 이는 매우 희유하다. 일반적으로는 화두를 바로 깨치지 못하니 참구 깨침인 참선을 한다.
화두 참선은 재가자의 경우 하루 5분씩 규칙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그 이상도 좋다. 다만, 매일 매일 정해놓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밥 먹고 차 마시듯이…. 화두는 단 5분 참선을 하더라도 또렷하게 참구해야 한다. 화두가 또렷한 것을 성성(惺惺)이라 하는데, 화두가 또렷함이 지속되면 성성이 되어 저절로 번뇌망상은 일어나지 않는 적적(謫籍)이 된다. 화두 일념이 바로 성성적적(惺惺寂寂) 삼매이다. 성성적적 삼매가 바로 중도를 체험하는 중도삼매이다. 성성적적 삼매를 자주 체험할수록 우리 마음은 양변에 집착하는 번뇌망념이 줄면서 중도의 마음이 되어 저절로 밝아지고 지혜로워진다.
예컨대 우리 인간은 하루 5만 가지 이상의 생각을 한다. 대부분 쓸데없는 근심 걱정거리다. 이 근심 걱정이 번뇌망념이 되어 집착하게 되면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고 심해지면 우울증이나 만병의 근원이 된다.
■ CEO들이 참선에 열광하는 이유
현대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이고 괴롭히는 것이 스트레스다. 이 스트레스도 번뇌망상과 집착에서 오는 것이다. 이것을 줄이려면 화두 참선을 해서 번뇌망상을 비우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화두를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화하면 스스로 마음에서 밝은 기운을 느끼고 집중력과 통찰력이 생겨난다. 한 마디로 지혜로워지고 자비로워지는 것이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지식정보가 넘쳐 나서 우리 마음의 피로가 더욱 더 심해지고 있는 시대에 화두 참선은 매우 유용하고 창의적인 휴식법이다. 서양에서 CEO들이 참선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양에선 깨달음의 수행법으로 발달한 참선이 서양에서는 과학적인 연구로 증명되고 있다. 참선을 규칙적으로 하면 우리 뇌파 중에 세타파가 증가해서 집중력이 생겨나고 잡념이 줄어 숙면할 수가 있다. 또한 행복한 마음이 되면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나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참선을 하면 뇌의 전두엽과 좌뇌가 발달해서 감성을 풍부하게 하여 자비심을 길러준다고 한다.
이것은 물론 화두를 성성하게 참구할 때 나오는 효과이다. 만약 화두가 잘되지 않아 성성적적 삼매를 체험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화두가 또렷하지 않고 고요함만 있는 적적삼매에 빠지거나 혼침과 도거(掉擧, 번뇌가 들뜬 상태)가 왔다갔다 하면 참선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는 반드시 선지식을 찾아가 중도 정견과 신심과 발심을 점검 받아야 한다. 또한 화두 참선을 하는 도중에 어떤 신비한 경계를 체험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즉시 선지식에게 공부를 점검 받아 바로 잡아야 한다.
화두가 단 5분이라도 생활화되면 밝은 하루로 지혜롭고 평화로운 일상생활을 할 수가 있다. 어떤 일을 하든 마음을 다해 정성스럽게 하고 갈등이 일어날 때는 중도 정견으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이렇게 하다가 한, 두 달에 한 번씩 참선 수련회를 해서 공부 힘을 키우는 것이 좋다. 참선이 생활화되어 화두 삼매를 체험할수록 마음과 얼굴이 밝아지고 편안해지며 지혜가 나온다. 그리고 자주적인 사람이 되어 일상생활이 즐겁고 행복하며 소통과 공감 능력이 개발되어 하는 일을 원만하게 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참선은 영원한 자유와 행복의 길이며, 21세기 인류문명을 치유하는 대안이라 한다. 운문스님은 이 경지를 일러 “매일매일 좋은날”이라고 한다.
[불교신문3101호/2015년4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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