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가치와 시카고 플랜의 진실과 허구 -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2021. 2. 10. 18:27
고전 독서를 지지하는 윤드류 독서영어는 흔히 시카고 플랜(또는 허친스 플랜)으로 알려진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에 대해 잘못 알려진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애매한 입장에 처하게 됩니다.
윤드류 독서영어는 고전독서를 지지하지만, 시카고 플랜이 시카고 대학이 3류대학에서 명문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지나친 과장으로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반면, 문자와 기록이 인류 문명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 한 것, 고전들은 그런 기록물들 중 인류의 가장 위대한 생각들을 담고 있다는 것, 수많은 명문학교들이 고전 읽기를 중시하고 있는 것은 고전의 가치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전에 대한 편향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개인의 독서 방향을 정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시카고 플랜의 진실
1929년 로버트 메이나드 허친스가(Robert Maynard Hutchins)가 30살의 젊은 나이에 시카고 대학의 총장으로 부임한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의 젊은 나이 때문에 총장이 되는 데 상당한 검증작업을 거쳐야 했죠. 그는 몰타이머 아들러(Mortimer Adler)등과 대학에서의 학문이 너무 세분화되는 것이 학문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고전의 전통으로 돌아가야 하고, 폭넓은 범위에서 학문을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허친스는 1931년 시카고 플랜(허친스 플랜 또는 New Plan)을 통해 너무 세분화된 학부과정을 폭 넓은 범위에서 접근하도록 개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또한 학부생들이 대학교 2학년까지 인문학(Liberal Arts)을 학습하고, 종합시험을 통해 성취도를 측정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에는 100여권의 책이 추천되었다고 합니다.
이 때 추천된 책의 정확한 리스트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시카고 대학교에서 허친스와 함께 이작업을 진행했던 Mortimer Adler가 Charles Van Doren과 함께 이후 출간한 How to read a book에 넣었던 리스트는 아래에 넣어 두었습니다. 이 리스트의 책이 초기의 100권과 100%일치 하지 않더라도 우수한 서구의 인문학 리스트로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카고 플랜의 허구
시카고 플랜이 도입 전에는
시카고 대학은 3류 대학이었다?
'시카고 대학은 공부 안하는 말썽장이 부자의 자녀들이 가는 3류 학교였으며, 시카고 플랜이 시행되고 나서 노벨상을 엄청나게 받는 명문대학이 되었다' 라는 식의 이야기는 거짓말입니다.
1900년부터 1932년까지 미국은 13개의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그중 시카고 대학이 받은 노벨상이 6개(46%)나 되었습니다. 특히 물리학, 화학, 의학 분야에서 시카고 대학의 수상이 많았습니다. 상식적으로 3류 대학이 미국이 받은 노벨상의 40% 이상을 받는 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 허친스가 시카고 대학 총장이 된 것은 1930년 이었으므로, 그 이전에 이미 미국 명문 대학교였죠.
시카고 대학 노벨상 수상자 명단(~1932)
미국 노벨상 수상자 명단(~1932)
시카고 플랜은
아직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허친스의 시카고 플랜은 1951년 그가 학교를 떠난 뒤, 얼마되지 않아 폐기되었으며, 그가 했던 대부분의 조치들은 원래대로 돌아가 대부분의 다른 대학들과 비슷한 제도로 회귀하였습니다. 이 폐지된 내용의 핵심은 학부과정을 폭넓게 분류했던 조치들입니다. 다만, 교양과목 등에서 많은 인문학 책을 읽도록 하는 전통은 유지되었습니다.
** 시카고 플랜은 허친스 플랜 또는 New Plan으로 일컬어 지고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교 및 사이트 및 브리태니커 사이트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은 가치가 있습니다.
1) 기본적으로 문자화 된 기록물 중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 고전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시간을 통해 검증된 것이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것이니까요
2) 현재에도 유수의 대학들에서 우수한 고전을 선정하고 읽는 활동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는 1909년 첫 선정 이후, 51권의 엄선된 Harvard Classics라 불리는 Great Books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Great Books의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한 곳은 1920년 대 컬럼비아 대학교였으며, 현재에서 100여개가 넘는 유수의 대학들이 고전독서 프로그램을 교육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3) 미국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고등교육 시스템을 강화하고, 노벨상 수상자 수가 급증하는 시기에 인문학교육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참조 - 시기별 미국 노벨상 수상자 수
다만, 고전작품에 대한 시각은
다소간 조정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1) 다양한 문화를 반영한 다양한 작품을 읽어야 합니다.
지금 고전으로 리스트에 선정되는 작품은 서구권과 남성의 작품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나 동양의 작품도 적극적으로 읽는 것이 좋습니다. Great Books foundation(아들러가 만들었던)도 1990년 대 이후 여성, 히스패닉계, 아시아계 작품을 포함시키려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는 합니다.
2) 현대의 작품도 읽어야 합니다.
고전, 클래식, 위대한 책이라고 하는 분류에는 너무 과거의 작품만을 중요시 되고 있는 문제도 있습니다. 앨런 블룸은 1987년에 발표한 "The Closing of the American Mind"에서 고전(great books)의 방법들을 가르치는 것의 단점들은 오늘날 시대에 독자들의 관점을 허락하지 않고 주로 역사적 독서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연대를 지나 문명의 진보에 관한 관점이 담긴 작품은 과거의 작품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Summary
1. 시카고 플랜 이전에도 시카고 대학은 명문이었다.
2. 시카고 플랜 자체는 허친스 총장의 퇴임이후 곧바로 폐기되었다. 그럼에도 시카고 대학이 위대한 고전 읽기 프로그램 자체를 완전히 폐기한 것은 아니었다. 시카고 대학은 공부 많이 시키고, 책 많이 읽게 만드는 3대 학교에 들어간다.
3. 하버드, 컬럼비아 등 많은 서구 100여개 이상의 대학이 고전 독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4. 미국이 세계무대에 등장하고, 노벨상 수상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때도 고전독서 프로그램은 더욱 권장되고 확대되었다.
5. 흔히 권장되는 고전에 서구, 남성 중심적인 책 선정의 문제가 있으므로, 동서양 고전 다양하게 읽자
6. 고전에 오래된 책을 중시하는 경향도 있다. 현대의 문명진보와 변화를 담아낸 현대의 작품도 읽어야 한다.
** 그럼에도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서양 고전 작품도 열심히 읽어요 ^^;
윤드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