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우 모세 신부님 : 수원교구 성령쇄신봉사회 지도신부, 용호 본당 주임신부
강의 주제와 내용 :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라는 대주제에 따라 신부님의 가족관계, 유학생활, 목회생활 등을 중심한, 신앙간증 식 스토리텔링 강의였습니다. 스토리마다 신부님의 감성과 영성이 깃들여진 시와 유명 인사들의 글을 제시해 주셔서 매우 감동적이고 은혜가 충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1. 교실 안의 야크 (영화: A Yak in the Classroom)
부탄의 루나나 고산 지대를 배경으로 한 벽지학교의 교실 안에는 커다란 야크와 순진무구한 아이들과 같이 수업을 받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칠판은 거친 흙벽이 고, 종이도 책도 없다. 별로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온 교사는 '선생님은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이니까,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하는 어린 학생의 말을 듣고 감동한다. 선생님은 아이들 때문에 치유되고 변화된다. 아이들이 공부할 종이가 없는 것을 알고 고산지대의 추운 바람이 들이닥치는 자기 방의 문풍지를 뜯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사랑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님을 아이들을 통해 깨닫는다.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
사랑이 필요한 곳으로 움직이면, 금과 은으로도 살 수 없는 내적 기쁨을 낳게 되고 참 기쁨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
2. 포항병원 방문 (어머니를 위한 아들의 용기와 사랑)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어머니를 위하여 아들이 경기도에 있는 신부님에게 포항에 있는 병원 방문을 간곡히 요청하였다. 신부는 얼떨결에 약속하여 아침 7시쯤 출발하여 오후 1시쯤 병원에 도착하였다. 병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환자의 아들과 남편임을 그들의 표정에서 곧 알아보았다. 어머니와 아내의 생의 마지막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아들과 남편 되는 그 분들의 용기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환자이신 어머니는 오히려 평온하셨다. 한 시간 쯤 뒤에 방문을 마치고 길을 떠나 돌아오는 중, 16:31분에 아드님 예로니모에게서 문자가 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부님을 뵙고 너무 큰 감동과 따듯함을 받고 소홀히 여겼던 주님을, 신부님을 통해 다시 뵌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저녁 20:54분에 다시 문자가 왔다. 예로니모님의 아버님이 10년만의 냉담을 내려놓으시고 본당에서 성사를 보고 주님께 약속을 하고 오셨다’는 내용이었다. 아드님과 아버님이 몇시간 동안 기다리며 대화하면서 신부님이 경기도로 돌아가신 후에 성사도 보시고 회개도 하시고 감사의 눈물로 냉담을 풀으셨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아내를 위한 두 분의 사랑이 가족 모두에게 위로와 일치의 시간을 보내게 한 사건이었다.
사제로 살아가면서 여러 번의 위기, 그리고 회의, 무기력 앞에서 주저앉은 것이 많은 신부님에게 포항병원 방문은 하느님께서 사제의 사명을 다시 각인시켜 주고 힘을 주신 계기가 되었다.
그때 신부님은 하늘로부터 울려온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셨다.
“요금은 영원(Nothing, 또는 Eternity)이다!”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마라!”
3. 가시 돋힌 나를 사랑해 (애니메이션 : 고슴도치)
나에 대해서 ‘참 예민하고 성질이 좀 그렇다’ 라고들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이 상한다. 나는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센서티브한 감성’을 가졌을 뿐이다. 외모도 그렇고, 능력이 없어도, 경제적으로 안 좋아도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내가 못되고 틀린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다. 나에게 있는 가시는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으며 예수님께서 목숨을 바쳐서 살려낸 사람이다.
‘어떠한 인생의 과정도 거침없이 조용하게 흐르는 일이란 없다. 둑에 부딪히고 우회하고 혹은 자기의 맑은 수면에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인생에는 늘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가 마음 써야할 것은 자기 인생의 수면을 다시 맑게 하여 하늘과 땅이 거기에 비치도록 하는 일이다.’ (디트리이 본회퍼 ‘옥중서간’에서)
‘사람들은 남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소문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실상은 아무런 사정도 알지 못한다는 게 진실이다. 부모님에 대해서도, 자녀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예사로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댄다. 우리는 가까이에서 어울려 살아가더라도, 바라보는 인생의 풍경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서)
4. 감실 속에서 나를 기다리신 예수님
12월 동짓날 새벽미사를 드리러 신부님은 제단에 오르기 전에 감실에 들렀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은 감실은 어둑컴컴하고 냉기가 도는 방이었다. 두둑이 옷을 껴입고 제의를 입어서 춥지는 않았으나 냉기는 느낄 수 있었다. 감실 문을 열자 냉기가 하얀 서리와 함께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성체로 계신 예수님이 얼마나 추우셨을까, 이 어둡고 냉한 곳에서 우리를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체로 추운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셨을 예수님을 생각하니 너무 죄송하고 안스러워 신부님의 온기있는 손으로 성합을 움켜쥐고 잠시라도 따듯하게 데워드리려고 하였다.
동짓날 제단에 올라 / 하얀 입김 사이로 두 손을 모읍니다
제대구석 감실앞 붉은빛 영롱한데 / 작은 문을 여니 찬 기운에 손이 아립니다
성합에 손을 옮겨갈 때 죄송한 마음 / 수겹의 옷으로 치장한 죄인 고개 숙입니다.
찬겨울 당신은 나를 이토록 기다리셨나이다 (‘감실 안 당신’, 모세 김대우)
‘우리가 예수님께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우리는 그분께서 언제나 그곳에 팔을 활짝 벌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심을 깨닫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권고 <복음의 기쁨> 중에서)
5. 눈길을 쓸어 길을 준비하는 한센 환우 이야기 (세례자 요한 탄생 대축일 미사 강론에서)
신부님이 성 나자로마을 공동체에 피정을 위한 방문을 하신 일이 있었다. 아침에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일어나보니 밖에 함박눈이 오고 있었다. 길은 눈이 하얗게 쌓여있었다. 잠도 덜 깨고 새벽에 눈길을 가려니 귀찮은 생각도 들어 내키지 않은 마음으로 숙소를 나오셨다. 저 만치서 한센 환우분이 눈을 치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신부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이 갈 수 있도록 쌓인 눈을 치우는 것이었다. 정성껏 씩씩하게 쓸고 또 쌓인 눈을 쓸어냈다. 예수님의 구원의 길을 마련하기 위해 먼저 태어나시어 예수님의 길을 준비한 세례자 요한처럼 그 분은 씩씩하게 길을 쓸고 또 쓰는 것이었다. 신부님은 조금 전의 불충했던 마음이 확 깨여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마음이 들었다.
* 맺는 말 :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길을 닦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몸이 불편해도 어두운 새벽에 다른 사람을 위해 눈길을 쓸었던 환우처럼,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길을 닦고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야크가 있는 교실에서 자신의 방 창호지를 잘라주었던 선생님은 아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사랑할 기회를 버리지 않으셨다. 멀리 떨어진 포항병원의 한 가족을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신 신부님을 통해 하느님은 가족 모두를 하느님의 품으로 오게 하셨다. 남편의 경제적 도움이 빈약하여 늘 가족의 생계를 꾸리느라 바쁘셨던 신부님의 어머니는 미싱을 돌리며 머릿속은 온통 가족 걱정뿐이었다. 가족들을 위해 평생 가족들이 걸어갈 길을 미싱을 돌리며 준비하신 것이다. 이제 세 자녀를 모두 성장시키고 틈틈이 시를 쓰며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시고 행복해 하신다. 시인이 된 딸은 어머님의 7순 기념으로 어머니 시집을 만들어 어머님의 남은 생애를 위해 지나가실 길을 닦아 주고 있다. 다른 사람과 달라 상처받은 이를 안아주고 사랑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고슴도치 가시에 스펀지 뭉치를 만들어 씌어 주어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춥고 어두운 감실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예수님처럼 우리도 항상 다른 이를 사랑할 기회를 기다리는 어려움을 감내해야겠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그 사랑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 13,34)”
첫댓글 와~, 최 선배님, 어떻게 이렇게 정리하실 수 있으세요? 암튼, 저는 죽었다 깨나도 이렇게 못 합니다.
이상현 선배님께서 보내 주신 사진들을 받고 놀라 자빠졌었는데(죄송!) 사진처럼 그대로 정리하셨으니...
앞으로도 계속 강의요약을 부탁드리며 일꾼을 보내 주시는 하느님께 찬미드립니다.
최 요안나님! 대단하십니다. 과연 우리 경기인중에서도 으뜸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저장해 두겠습니다.
대단한 우리 친구 !
읽고나니 더욱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
최영자 요안나후배님 수고하셨고 너무감사합니다. 모세신부님의 강의내용이 전부 포함되어있어서 결석한분에게도 아쉬움이 전혀없는 완벽한기록 입니다. 역시하느님께서 새일군을 보내주셨네요~하느님께감사드리고 요안나님께는 더큰은총 내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유선배님께서 길을 잘 닦아 놓으셔서 훌륭한 이음이 되어 필력이 좋은 요안나를 맞이하게 되었네요.
58회 이영옥 후배님이 유선배님 뒤를 이어 얼마나 잘 했는지요! 유선배님께서 정말 좋아하셨는데
건강상 계속할 수가 없어서 난감했으나, 이제 다 해결해 주셨습니다. 저 위에 계신 분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