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당초 잔잔한 그리움이 서려있는 추억의 기차 수학여행을 재현 하고자 플랜을 세운 이철우 회장님의 히든카드가
변경된 이유는 아무래도 숫자에 불과한 나이지만, 시샘이 거센 까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동의 번거러움과 보행이 지나쳐서, 행군이 될수있는 여지가 있고 민생고 해결의 불편함 까지 감수하기엔
다소 벅참이 있으리라
투어중 이윤석 친구가 했던 말이, 여정의 전환을 대변 하는것 같다
"우리 나이에 딱 맞는 코스다"
나는 조금 피곤 하던데 .. ^^
사실, 겹쳐있는 개인 스케쥴에 난감 했지만 기회비용 으로 따진다면, 다른 스케쥴이 나에게 백만원의 즐거움을 준다면
우리 동기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은 일억원은 족히 된다면 조금 지나친것일까?
하기에 나는 수학여행을 갈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줍잖게 빼고 있었던건 아닐까..?
휴일아침 지하철은 가벼운 몸무게에도 한가롭게 움직이건만, 시간이 충분함에도 나는 연신 시계를 들여다 보며
부질없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다
반월당역의 복잡 미묘한 통로가 맨홀에서 빠져 나오는 기분 이어서 조금은 짜증이 났지만
동아쇼핑 한켠에 모여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시야에 포착되니 이내,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정열적인 빨간색에 톡톡튀는 이름이 적힌 "버스 톡" 에 승차한 오늘 우리 멤버는 혜영이를 포함, 16명의 전사들 이었다
아 .. 이건 잘못 쓴것같다 .. 우리는 전쟁 치러 가는건 아니다 .. 쏘리 ..^^
칠성 26기 수학 여행단 은 2013년 6월 16일 일요일 아침 아홉시 반에 이렇게 길을 나선다
참고로 이번 수학여행은 대구시 문화관광 해설사로 근무하는 백혜영 동기의 주선으로 대구 광역시가 주관하는
"대구근교권 투어" 입니다
원래 20명 이상이면 20% 할인인데, 우리는 혜영이의 빽으로 15명 이지만 20% 할인에 버스한대 그냥 접수했습니다
우리끼리 오붓하게 여행을 하게 된거죠
더구나 혜영이가 해설까지 맡아서 하게되니 그야말로 칠성26기 독차지가 된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대외비(對外秘) 이니까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
버스에 올라 좌석에 산개하여 앉은 친구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명랑한 표정에 참으로 흐뭇하더군요
모자의 용도를 가장 적절히 사용하는 우리 이철우 회장님을 비롯하여, 짠순이 살림으로 유명한 박정자 총무 ..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어쩔수 없이 참석시킨 김양수 소방대장 ..
(이건.. 콜라 혼자 다마시고 얼음만 남긴채 나에게 먹어라고 한것에 대한 보복이다 ..ㅋㅎ..^^)
주유천하 ,여인탐방이 취미생활인 기태는 어제도 부산에서 밤새 술잔꺽고 오늘아침 동대구역에 당도 하였단다
(이걸 부러워 해야되나 ..? 말아야 되나..? )
그리고 오늘이 장모님 생신인데, 해마다 챙겨 드리는 처가집 말뚝보고 절하는 성호도 오늘만큼은 마나님에게 쓸개까지
떼고 아부하여 참석했고, 나와 같은 모임에 겹쳐있는 연학이도 내 등쌀에 떠밀려 나왔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정훈이도, 공사다망 (*주 : 공사가 하도많아 돈을 망태기에 담음)하여
동기회 투어를 거의 참석하지 못한 점환이도 오늘만큼은 만사를 제치고 참석 하였고,
무엇보다 2년전 체육대회 참석후 재회한 이춘길, 칠곡군의 머슴으로 사명감이 투철하여 겨를없던 이윤석 친구도
여행에 처음으로 합류하여 귀 더욱 반가웠습니다
버스 맨 뒷자리를 점령한 여학생들은 지난해 슬픔을 딛고 마음 추스려 알찬 삶을 추구하는 광옥이,
이제 아들 장가 보내고 잠시 일손놓고 숨고르기 하는 경순이, 시내에서 공기 좋은 경산으로 이사한 옥순이,
이른바 칠성파 트리오 ..
또한 그옆에 눈이 일센티만 더 컸어도 삼십수년전 미스 코리아가 바뀌었을지 모르는 희숙이가 함께
아지트를 구축했습니다 (너무 나갔나 ..? 요새 희숙이 하고 좀 친하거던 .. ㅎㅎ..^^)
버스가 출발하자 우리의 백혜영 해설사님 께서 사비를 들여 장만해온 김밥을 나누어 주어 요기를 하며,
목메일까봐 맥주랑 소주도 간단하게 한잔씩 했습니다
지금까지 혜영이라 하다가 갑자기 해설사님 으로 바꾼것은 쓰다보니 김밥준게 생각나 고마워서 ..^^
제가 너무 가볍다고 생각은 마세요 ...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합니다
첫번째 탐방지는 성주 한개마을 이었습니다
목적지 까지 가는동안 혜영이가 대구의 역사와 동네 이름에 얽힌 내력등 고려와 신라 조선시대를 넘나드는
광범위하고 디테일한 해설이 그침없는 폭포수 처럼 30여분 이상을 스피치 하는 모습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저렇게 멋진 해설을 할수 있을까..?
혜영이가 우리 동기라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고, 청산유수 같은 그 입술이 작년 체육대회때 내가 함께 맞추었다는
사실이 또한번 감개무량 합니다 ( 그해 뒷풀이때 이야기는 19금 이라서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당 ~ ^^)
여러가지 재미있는 역사적 이야기를 들려준 혜영이 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개마을에 도착하니, 그기에도 전담배치 되어있는 해설사가 있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한개마을은 조선 세종때 진주목사를 역임한 "이우(李友)"라는 분이 정착하여 560여 년을 내려오면서
성산이씨가 집성하여 살고있는 전통깊은 마을이라고 합니다
크다는 뜻의 "한: 과 개울이라는 "개" 가 합쳐진 말이라고 하네요
마을을 둘러보며 여러가지 풍습 이야기도 듣고 벽오동이 심겨진 경관좋은 집과, 중국 이주민이 지은
처마가 다른 기와집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윤석이는 공직 생활에 하도 교육을 많이다녀 질려서 지긋하게 듣지 못하고 산만하게 이탈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군요 ..^^
마을을 떠나 다음 행선지인 "세종대왕 자 태실" 을 가는 버스안에서 혜영이의 제안으로 각자 여행에 대한 소회를
하게 되었는데 한결같이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게되어 너무 즐겁다고 아우성 입니다
벌써부터 가을에도 떠나자는 희숙이의 멘트와 윤석이의 이름이 빛날 "윤" 에 돌 "석" 이라하며 빛나는 돌로
기억해 달라는 멘트, 말하기 싫어하는 정훈이가 자는척 하는게 또한번 친구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어느듯 버스는 세종대왕 자 태실에 도착하여 그기에 상주하는 나이 지긋하신 해설사님의 안내를 받아
산등성이에 올라서니 세종대왕 적서(적자와 서자) 18 왕자중 문종을 제외한 17왕자 태실 18기 세종대왕 손자
단종의 태실, 도합 19기의 태실(출생아의 태를 묻은 석실)이 유구한 역사와 더불어 고고한 자태로서
우리를 맞이 하였습니다
공무원 정년후 해설사로 활동하시는 그분의 시간이 짧아 자세히 해설 해주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 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김천 직지사를 향해 줄행랑을 쳤습니다
이번에는 버스안에서 막춤추기 딱인 " 이박사 " 의 품바타령 이 울려 퍼집니다
열혈녀 경순이의 손에 이끌려 모두들 막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몸들이 예전 같지않아 쉽지 않을터, 그래도 모두들 신나게 흔들었습니다
왜냐면 다음 행선지인 직지사는 속세의 때를 털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 아닌가..?
어쨋던 다른 사람들이 보면 종합병동의 광란일지도 모르겠지만, 내눈에는 모두가 이뿌게 보이던데요 ..ㅎ..
직지사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혜영이가 그곳 해설사를 섭외 하면서 자문을 구한 맛집을 소개받아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산채정식을 먹게 되었는데 더덕, 치나물,두릅, 전 등 여러가지 나물로 만든 음식과 연탄불에 구운 북성로식 불고기,
조기구이 등 줄잡아 스무가지 이상 음식이 정갈하게 나왔고, 동동주를 곁들여 건배하며 한잔하니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더이다
그사이 다리에 피로가 몰렸는지 길게 뻗은 친구들이 환담하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수학여행은 일정이 정해져 있기에
직지사를 향한 출발 신호가 떨어졌습니다
30여년전 들렀던 직지사는 올라가는 길이 많이도 변했다
하기사 청춘이 초로에 들어 섰는데 강산인들 변하지 않겠나 ...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더라
그때엔 없었던 분수도 있고, 폭포도 있고 공원도 있고 ..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은 존재한다
산문 앞에서 또 한분의 해설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암사받게 생긴 외모에 10년도 더 젊어 보이는 해설사님과 은근슬쩍 사진을 찍는 기태의 끼가 발동하고
간단한 해설과 안내를 받으며, 예전에 보았던 천불상에 애기 불상을 찾았으나 단번에 찾지 못하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그때도 그랬었는데 ... 그래서 나는 딸 하나만 달랑 낳았던가 ... 단번에 찾으면 아들 얻는다는 말을 그때에 들었었는데 ..
사찰내에 전통찻집이 있어 친구들과 잠시 다도를 음미하고 내려 오면서 궁금한게, 직지사는 비구니 절이라 했는데
스님은 단 한사람도 보지를 못했다
이제 마지막 탐방지인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향해 버스가 달리고있다
입구에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생가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 작은 공부방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인걸이 태어나고 살았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는 않는다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을 탈피하고 쌀밥을 먹을수 있던 시대를 열었던 인물 ...
자유와 희생을 앗고 강요 당했던, 시대의 아픔을 주기도 했던 인물 ...
흔히 말하듯이 후세에 역사가들이 그를 평가 하겠지요
그가 떠난 겨울에 혼돈이 왔지만, 아직도 나는 그를 대하면 혼란 스럽다
우리가 탄 버스는 이제 임무수행을 마치기 위해 원점으로 달리고있다
노래방 기계가 가동되어 앞좌석 친구의 순으로 한곡씩 뽑기로한다
대구시 에서 주관하는 투어지만, 무리없는 가운데 할건 다 하네요
마이크를 들면 모두가 카수가 되는거야
기타를 치듯 장단 맞추며 노래하는 철우의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들 젊음의 초상이다
이제 우리가 출발한 장소로 다시 돌아와 시내 골목투어를 할려고 했으나 친구들 모두가 많이 지쳐 쉼터에서
혜영이의 간단한 해설을 듣고난후, 마지막으로 남은 음식과 약주를 한잔씩 하며 담소를 즐긴다
꿇어앉아 술을 따르고 받는 점환이가 희숙이 에게 너도 꿇어 앉아라는 너스레 에 백바지 더럽히면 맞아 죽는다는
명월이 .. 그 옆에 정자가 썩소를 날리고 있다 ( 내가 .. 오리지날 백바지 인데 .. 하면서 ..)
엄밀히 말하자면 희숙이 바지는 아이보리 색이고, 정자 바지가 하이얀색 백바지 이다
그래 .. 우리의 우정도 그렇게 맑고 소중하게 오래오래 간직하자
친구들 !! 다시 뭉칠 그날을 기대 하면서 ... 오늘을 갈무리 합니다
건강하세요 !! 행복하세요 !! 사랑합니다 !!
2013. 6 . 18 수학여행 다녀온 시병이가 ...
첫댓글 이 글을 읽는 순간 내 몸이 이미 근교투어를 다시 하는거 같구먼~~ ㅎ
친구야 갔다 와서 피곤할텐데 글 쓴다고 수고했고 고마버~~
여행을 갔다오면 세번 다시 그 장소에 갔다와야 진정한 여행 경험을 한다. 첫째는 몸으로 경험하고 룰째는 사진을 보고 다시 갔다오고 셋째는 글로서 갔다와야 진정한 여행이 아니던가? 역시 시병이의 글 솜씨는 천하에 둘째 가라면 서러월 할 만하네? 친구는 역시 칠성 26회의 보배일세?
기햄문 한 편 올려 달라하는 글을 남길 때 난 분명 시병이가 이렇게 보석 같은 글을 올려줄 줄 알았다.
요즘은 자주 '건망증'을 경험하면서 가끔씩 멍~ 해지곤 하는 때에 기분전환 확실히 한 것같다.
행선지가 어딘지는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주위의 친구들이 초딩모임 다녀와서 자랑하던걸 부러워만 했던 난데...
늦게 만난 만큼 오래도록 아니 영원토록 좋은 인연 이어가길 소망합니다.
여행 함께한 친구들 여타 사정으로 같이하지 못한 친구들 모두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댓글 쓰신분들 복 받으세요 !! 캄쏴 합니다 !!
야호~~ 난 댓글 달았어니 복 많이 받을끼다~~ ㅎㅋ
스크랩할때 한줄 남기는 센스~~ 부탁해요.
새삼스레 좋은 엔돌핀이 솟구친다...
잔잔한 행복감이 이런거구나 생각이든다...
공산이는 행복 전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