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사모(467차)
3월 19일 일요일 오후 3시, 당산역 4번, 45명이 모였습니다.
지상으로 띄워난 낭하廊下길 통해 강 쪽으로 나아갑니다.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감아 내리니 바로 강변입니다.
흐트러진 덤불과 쌓인 낙엽 사이로 새싹이 움트는 강변,
새로운 기분으로 앞서가는 깃빨 따라 상류上流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상큼 합니다. 바람에 가슴을 찔립니다.
#. 숲길 줄지어
버드나무 귀륭나무 매화나무 생강나무 벚나무 이팝나무,
싹이 트거나 꽃이 피어나는 순서로 알고 적어 봤는데
글쎄요? 아직 준비 중 이나 봅니다.
양지쪽 후미, 어렵게 핀 백매白梅가 눈에 들어오고,
반쯤 피어난 꽃가지들이 지나는 바람에 흔들립니다.
건너편 선상, 어자漁者의 분주한 수리修理 풍경은
지난겨울 입은 선박船舶 상처가 간단치 않은 듯합니다.
그래도 따뜻한 봄날입니다.
곧은 길 보다는 숲(?)사이를 골라 바삐 걸었습니다.
여보 게 : 서두를 텐가?
뜨거운 여름날을 눈앞에 두고 숨 가픈 흐름으로 갈 필요가 있는가?
내일 또 갈 길인 것을, 내일 또 불 바람 인 것을.
그러내요!
허나, 봄바람에 해가 기우니,
마음이 미친 나비처럼 바빠지는 걸 어쩌겠습니까.
“춘풍일모 허니 심여광접 이라" (春風日暮 心如狂蝶 - 劉希夷)
#. 동정動靜
국회 의사당 앞 계단에 행진을 멈췄습니다.
사진 찍고 맛있는 간식 갈라먹고,
끼리끼리 앉아 의기투합意氣投合,
자식도 여유로움도 자랑 좀하다보니
곳곳에서 다정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휴식시간은 짧기만 합니다.
사진 팀장이신 김민종 위원께서
투병 중(손가락) 오랜만에 나오셨습니다.
휴식의 대미大尾는 역시 화서표 인절미 이지요.
#. 따지면
벤치에 앉아 물 좀 나누어 먹을 요량으로 보온병을 꺼낸 0선생.
까보니 헛덕 개비요, 뒤집어보니 불과 몇 방울!,
아닌게 아니라 빽 바닥이 흥건하고
밖으로 계속 흘러 내렸으니 남아날 리가 없죠,
A : 그래 좀 반듯하게 메고 왔으면 될 것을?
B : 아니, 넣을 테면 꼭지 좀 꽉 잠궈 넣을 일이지,
#. 공원으로
대방교 건너 큰 도로를 가로 질러
신길초등학교를 확실하게 지나갑니다.
백수白壽의 일백계단을 올라서야 공원 들머리에 이릅니다.
중간 층계참層階站에서 쉬었다 온 분들, 뜻 그대로 99세 까지.
단번에 온 이들, 100세까지 끄떡없으리라.
노량진 근린공원, 생태보존에 공들인 흔적이 뚜렸합니다.
수풀도 미생물도 방사放飼된 토끼도 또 텃새도
겨울을 이기고 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필시 산통을 겪고 있을 법 합니다.
자세히 듣자면 통증의 소리가 들리고,
자세히 보자면 색깔도 보일 진데,
아직도 회갈색뿐이니, 장님이려니, 마음이 작음(心不在焉)이려니.
“수궁水宮가는 길에 뺑덕어멈 놓친 심봉사”가
더 허망했을까, 더 황당했을까? 이보다.
함부로 살고 있음이려니.
공원 길, 대략 2km쯤 될 터이니 짱짱하다면 합니다.
야자실보료와 황토로 보토補土해 닦은 오름 길은 들기름 내가 나고,
방부목防腐木 덱크(deck) 통행로는 참말로 편리하고
고소한 참기름 내가 나니, 걷기에 너무 상쾌합니다.
밥 먹으러 가는 길 즐겁습니다.
여러분 함께 잘 걸었습니다. 모두가 상팔자 입니다.
#. 강과 숲길의 합
여태 걸었지만 누구가 길을 잃었을까, 싫증을 냈을까,
오늘이 가듯이 그냥 따라 갈 수밖에.
이렇게 도합 10여Km 따라 걸었습니다.
“김선생 애썼어!” “이선생도 애썼어!”
소찬素饌이나마 함께 먹고 마시고 즐거운 날입니다.
"오늘이 / 최고야, 한사모 / 마셔."
역시 건배사가 빠지면 “뭣 없는 빵”이지라.
모두가 고마운 분들이십니다. 이영균 사진위원님은 두 배로.
돌아가시는 길은 밥집 후방 50m 장승배기역입니다.
#. 한사모 주말걷기 깃발 인수인계
식당 이름이 바뀌었어도 오리구이 맛이 옛맛 그대로여서,
소주 한잔에 흥이 오른 세 분 고문님들이 일어나
아, 옛날이여를 회상하며 한곡조씩 회포를 풀어보았습니다.
다음 주(2017.3.26) 제 468회 주말걷기 안내를 맡으신
송경희.이흥주 고문님께 주말걷기 깃발을 인계하였습니다.
다음 주에는 지하철 신분당선 '상현역' 2번 출구에서 만나
"광교호수공원"을 걸을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무사히 귀가 하시길 빌며
다음 주말걷기에서 뵙겠습니다.
첫댓글 황금철, 한숙이 회원님, 좋은 길 안내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맛있는 쵸코렛, 차, 그리고 호박 식혜까지 베풀어 주셔서 잘 먹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강바람 따라 봄바람 따라 햇살에 젖어 걸었습니다.
코 끝에 부딪히는 꽃향기가 감미로웠어요.
언제나 순한 길, 소박한 길, 따스한 길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금철과 한숙이 선생님,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편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