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낯선 이들에게 붙잡혀 가족과 생이별했다. 어딘지 알 수도 없는 곳에서 냄새 나는 음식이라도 먹으려면 하루 4차례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그렇게 4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서울대공원 인기 스타였던 쇼 돌고래 '제돌이'이야기다. 지난달 18일 제돌이는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갔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의 동물원에는 좁은 수조에 갇혀 지내며 억지로 재주를 넘어야 하는 쇼 돌고래가 수두룩하다.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는 자연으로 되돌아간 우리나라 최초의 쇼 돌고래 제돌이의 일생을 자서전처럼 꾸민 창작 동화다. 제돌이가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탄생부터 평화로웠던 제주 바다에서의 삶과 비참한 동물원 생활, 우여곡절 끝에 바다로 다시 돌아가기까지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제주 강정 마을의 구럼비 해안이 꽃으로 화사하게 물든 2000년 5월. 엄마 배 속에서 열두 달을 보낸 아기 남방큰고래 한 마리가 세상에 태어났다. 바로 제돌이다. 스무 달 남짓 엄마 젖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 제돌이는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며 싱싱한 물고기를 잡아먹고 평화롭게 지냈다.
"첫째도 그물, 둘째도 그물을 조심해야 한다."
제돌이가 이제 친구들끼리 사냥을 할 수 있게 된 무렵, 엄마는 이렇게 신신당부했다. 마치 앞으로 불어닥칠 일을 미리 내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행이 찾아왔다.
제돌이는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고등어 떼를 쫓았다. 한참을 고소한 고등어 맛에 흠뻑 빠져 있던 제돌이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주위를 살펴봤다. 친구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그런데 갑자기 여러 갈래의 줄이 몸을 조이기 시작했다. 한순간 몸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더니 이내 딱딱한 배의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물에 걸려 버린 것이다.
큰 돈을 벌었다고 떠드는 어부들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밀려드는 공포와 충격으로 제돌이는 곧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 뒤 제주의 한 동물원을 거쳐 서울의 큰 동물원에 보내졌다.
멋지게 물 위로 차오르고 박수 치듯 지느러미를 부딪히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쇼 돌고래. 제돌이도 다른 쇼 돌고래들처럼 비린내가 진동하는 죽은 생선이라도 먹기 위해 하루 4번 묘기를 부려야 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할까? 해님, 제발 엄마를 다시 만나게 해 주세요."
4년간 소리없이 울부짖은 간절함이 하늘에 닿기라도 한 걸까? 쇼를 끝내고 지친 몸을 달래고 있는 제돌이 곁으로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제돌이를 당장 고향으로 보내 주겠노라 말했다.
이 책의 의미는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어린이들에게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모든 생명은 지구 별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야 할 친구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또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있는 전시ㆍ공연 동물들의 고통스런 현실과, 바다 환경 보호의 중요성도 되돌아보게 한다.(두레아이들 펴냄ㆍ값 1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