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초기 피라미드들을 구경하고 돌아와서 숙소에서 좀 쉬다가 5시 반 쯤에 인드라이브 택시를 불렀다.. 밤 10시에 출발하는 아스완행 비행기를 타러 카이로 공항으로... 좀 일찍 출발했나 싶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좀이 아니라 아주 아주 지루하게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10시 출발한다던 비행기가 10:30, 10:45, 11:00, 11:8, 11:15 ... 계속 딜레이를 거듭하더니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겨우 출발했던 것.
1시 20분 경에 아스완 공항 도착, 짐 찾고 나와서 인드라이브를 불렀는데 300 파운드에 수락한 기사에게서 공항 밖에서 안으로들어오지 않고 우리더러 나오라고 한다. 때마침 택시 기사들이 달라붙으면서 인드라이브는 여기 못 들어온다, 공항 밖까지는 엄청 멀다, 우리 택시 타라고 들이댄다. 결국 350파운드를 주기로 하고 택시를 타고 나오다 보니 과연 공항밖까지는 너무나 멀다. 왜 공항에 들어오는 택시와 못 들어오는 택시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 어느 항구에서도 플랫폼 택시를 타러 한참을 걸어나간 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사정일까. 그런데 이집트에서도 모로코에서도 이 공항 말고는 인드라이브 택시가 못 들어가는 데가 없었는데...) 어쨌든 유쾌하고 친절한 기사를 만나서 아스완 시내까지 잘 왔다.
숙소 (저렴한 숙소를 찾아 엘레판티네 섬 안의 누비아인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함. 3박에 69달러, 조식 포함) 사장하고는 카이로에서부터 계속 왓츠앱으로 연락을 했는데 (한밤중에 강을 건너는 것이 불안해서) 택시 안에서 연락하니 퍼블릭 페리 부두까지 와서 전화를 하라고 한다. 퍼블릭 페리가 이미 끊어진 시간이라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 택시기사가 숙소에 전화를 걸어 자기를 바꿔달라고 한다. 한참 통화를 하고 나서 퍼블릭 페리 근처에 택시를 세우더니 우리를 부두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갔다. 공항에서 호객하던 택시기사라고 미리부터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구나. (기사는 자기가 누비안이라는 걸 강조했는데, 나중에 룩소르에서 만난 마부 할아버지도 자기는 누비안이라며 그러니 믿어도 된다고 강력하게 어필을 한 걸 보면, 누비안들이 일반 이집트인들에 대해 도덕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5분 정도 기다리니 과연 배가 하나 왔고 현지인 승객 한 명과 함께 강을 건넜다. 야간 할증 요금을 (일인당 75 파운드. 정상가는 15 파운드) 내고 배에서 내렸는데 사공이 따라나서더니 숙소까지 안내헤 주었다. 숙소 사장이 준비를 해 두었나 보다. (나중에 알았지만 숙소 사장은 당시 카이로에 머물고 있었고 우리는 얼굴도 못 본 채 왓츠앱으로만 소통을 했다.) 그런데 건물 뒤편 쪽문을 열고 들어가서 안내해준 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너 평이나 될 만한 작은 방에 비스듬한 침대 하나가 있을 뿐, 가구 하나 없는 빈 방이다. 화장실도 없다. 이게 아닌데, 예약할 때는 명색이 10평짜리 아파트형 숙소라고 했는데... 방 밖으로 나와서 살펴보니 짧은 복도를 지나 주방 시설이 보이고 그 옆에 화장실도 있다. 그 사이는 하늘이 뚫린 공간이고. 그리고 주방 옆쪽으로 처음 들어갔던 방보다는 꽤 넓고 가구도 몇 개 놓여 있는 그나마 제대로 된 방이 하나 더 있다. 건물 자체가 허름하기는 하지만 이만하면 처음에 느꼈던 충격은 잊어도 되겠다. 그럭저럭 3일을 지낼 수는 있겠지 싶다. 다시 보니 최신형 에어컨도 있잖아.
12월 13일
느즈막히 일어나 조식을 먹고 10시나 되어서 길을 나섰다. 일단 엘레판티네 섬 안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가다 보니 직접 생산했음을 강조하는 향신료 가게와 기념품 가게 몇 곳, 박물관이란 이름이 붙은 건물 두어 개가 있는데, 크게 구경거리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그냥 누비안들의 생활상을 살짝 엿볼 수 있다고나 할까. 남쪽에 있는 유적지에는 울타리가 쳐 있었는데, 동네 청년들이 가이드비로 일인당 200 파운드를 달라며 입구를 가로막고 있어서 들어가는 걸 포기했다.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자마자 할아버지 한 사람이 달려든다. 택시 타라고. 어차피 택시는 타야지, 필레 신전 왕복하는 데 250 파운드를 주기로 하고 (실 지불 금액은 팁 포함 300) 매우 낡은 차를 탔는데 지도에 나오는필레 신전 매표소가 아니라 그보다 조금 북쪽에 있는 부두에 차가 멈췄다. 신전 입장권을 산 다음에 보트를 흥정한다고 들었는데... 그 새 시스템이 바뀐 걸까. 일인당 500 파운드를 부르는 배삯을 두 명에 500으로 깎았고 (적절하게 흥정을 한 듯) 배를 타고 매표소를 (일인당 550) 들러 필레 사원으로 갔다.
필레 사원은 명불허전, 감탄이 절로 터져나오는 멋진 건축물이다. 고대에 이런 대단한 건축물을 세운 것도 대단하고, 아스완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필레 섬에서 근처 아질리카 섬으로 옮겼다는 것도 대단하다.
아스완 시내로 돌아와 마카니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소고기 볶음밥과 닭다리 구이. 친절하고 맛도 있어서 다음날 또 갔다. 메뉴당 만 원 정도.
펠루카를 타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강가에는 유람용 소형 돛배가 엄청 많았는데 일몰 무렵에 타야 풍광이 좋다고 한다.) 내일로 미루고 (계속 미루다가 룩소르에서도 결국 안 타고 말았다는)
일몰 명소라는 근처 페르얄 공원에 올라갔는데 벌써 해가 진 다음이라 여기도 좀 늦었다.
내일은 아부심벨 신전을 다녀올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