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라도닷컴>
<김진수의 약초산책 48>
만성사구체신염·신증후군 - 띠(白茅根)
혈액은 60조 개에 이르는 세포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고 각 세포에서 나오는 노폐물을 폐와 신장으로 운반하여 몸 밖으로 배출한다. 신장에서 하루에 여과되는 혈액의 양은 총 혈액량의 약 400배에 해당하는 180리터 정도이다. 오줌으로 배설되는 양은 그것의 1% 정도이고 나머지 수분과 유용한 물질은 세뇨관에서 재흡수 된다. 사구체는 신장의 겉질에 존재하는 작은 모세혈관 덩어리로 약 100만개 정도가 각각 실타래처럼 동그랗게 뭉쳐져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거름망 역할을 수행한다. 이 사구체모세혈관 어디서고 여과장애가 발생하면 혈액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수종(水腫)이 되고 단백뇨, 혈뇨가 배출된다. 대사장애, 독성물질, 면역력 약화 등에 의해 사구체 염증반응이 만성화되면 치료가 힘들어진다.
신증후군은 진단기준에 수종이 반드시 발생하고 심한 요단백과 그로 인한 저단백혈증, 고지혈증을 나타낸다. 서양의학에서 사구체신염은 대부분 면역학적 기전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면역억제제나 LDL콜레스테롤 흡착요법이 시행되기도 하지만 회복되지 않고 만성신부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 신의 생리기능은 콩팥의 수액대사기능 외에도 정을 저장하고 기를 불러들이며 골수를 생산하고 호흡과 청각 치아 털 이음(대소변) 허리를 관장한다.
만일 신기가 쇠해지면 유정, 탈모, 건망, 뇌명, 이명, 대소변불리, 요통이 나타나고 면역력이 떨어져 신장병에 이환되기 쉽다. 신의 음이 성하고 양이 허하면 기화작용이 실조되어 수종이나 소변불리가 발생하고, 반대로 음이 허하고 양이 성한 상태가 되면 개합작용(開闔作用: 체액을 배설하고 저장하는 작용)에 이상이 발생하여 수액의 유실이 과해진다. 즉 개(開)가 많아지고 합(闔)이 적어지므로 당뇨병이나 요붕증이 나타난다. 신병증후군은 폐기가 튼튼하지 못하고 비장의 운화기능이 부족하여 수습(水濕)이 안으로 정체되고 어혈이 조체하는 것을 겸한 병변이라 할 수 있다.
신장질환에서 나타나는 수종은 간질액(조직이나 세포 사이를 채우고 있는 세포외액)이 몸의 전체 또는 국소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신장의 원인 외에 심박출량 감소로 인한 항이뇨호르몬 증가, 심방압 증가로 인한 간질액 증가 등이 원인이 되어 붓기도 한다. 또 간문맥· 간림프계의 부종 또는 패색으로 인한 복수, 갑상선기능저하, 약물과다에 의해서도 수종이 발생한다. 치료는 원병의 해결과 함께 무엇보다 신장과 방광을 통한 원활한 소변배출에 있으며 신의 울체를 해소하고 보허하며 기혈의 순환을 돕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단백뇨는 인체의 정미물질이 외설(外泄)되는 것이다. 사구체질환에서 가장 흔한데, 1일 150mg 이상의 단백질(알부민, 면역글로불린)이 오줌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신의 기가 부족하여 고섭(固攝: 혈 진액 정액 등 액체 형태의 물질이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는 작용)하지 못하거나, 비의 기가 상하면서 청탁(淸濁)을 구분 못하여 청기가 소변으로 새어나오는 병증을 말한다. 이 같은 신증후군은 기본적으로 신의 음허를 보익하고 어체(瘀滯)를 풀어서 이수(利水)하고 기혈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신의 기능을 개선해주어야 한다.
만성사구체신염을 포함한 신증후군의 치료는 가감시령탕(加減柴苓湯, 시호 택사 각 10, 백출 저령 복령 반하 각 7, 황금 인삼 감초 각 6, 계지 3, 생강 1)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요체이다. 여기에 단백뇨가 심하면 황기·생지황·익모초·계혈등에서 더하고, 발열하면 금은화·어성초에서, 혈뇨가 심하면 측백엽·대계·지유에서, 노령자 또는 당뇨병을 가진 경우는 숙지황·산수유·구기자·목단피·산약에서 취한다. 대계·우슬로 신장의 어혈을 풀고, 허혈성심질환을 겸하면 단삼·산사를, 고혈압이면 조구등·하고초, 복만(腹滿)하면 후박·진피, 바람을 싫어하면 형개·방풍을 더하여 다스린다. 해독 해열 소염 이뇨 혈액순환을 목표로 백화사설초를 사용하고, 허리 이하에서 부종이 심한 것은 방기의 적용증이다. 분량은 위 시령탕가감방의 중등도(6)로 하고 되도록 스무 가지를 넘지 않도록 한다.
한편 신과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는 방광의 이상 중 배뇨장해 특히 융폐(癃閉: 오줌이 방울방울 떨어지거나 전혀 누지 못하면서 아랫배가 팽팽해지는 병)로 인한 소변불통은 위급한 병태이다. 여기에는 시령탕에 팔정산(八正散, 대황 목통 구맥 편축 활석 치자 차전자 감초)을 중등도로 결합하면 된다.
『백모근(白茅根)』은 화본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띠의 뿌리를 말린 것이다. ‘백(白)’이란 뿌리가 희다는 뜻이고 ‘모(茅)’란 ‘모(毛)’의 의미이다. 뿌리줄기의 마디를 감싸는 털이 있으며 마치 땅의 모발처럼 자라는 특징을 약명에 담았다. 성미는 달고 차며, 폐 신 방광경으로 들어간다. 양혈지혈(凉血止血), 청열이뇨(淸熱利尿), 청폐위열(淸肺胃熱)하는 효능이 있어 혈열에 의한 코피, 각혈, 요혈, 어혈, 붕루, 수종, 항달, 구토, 천식증을 치한다.
위장의 열을 제거하여 청기를 올리고 혈맥을 통하게 하며 갈증을 다스리는바 어린이에게도 쓸 부드러운 약성을 지녔다. 급성신우신염에 양호한 반응을 나타내며 급성전염성간염의 제반증상을 다스려 간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킨다. 대계 소계 선학초를 가미하여 만성의 신장병들에 두루 대처할 수 있으며 만성사구체신염, 방광염, 신증후군에 단방으로 쓸 수 있다. 특히 익모초와 백모근의 배오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오림(五痳)을 치료하며 면역력을 조정하는 효가 넓고 화평하다. 백모근은 만성신증후군의 혈뇨와 단백뇨, 수종의 대약(對藥)이다. *
화수
전초
띠뿌리(백모근, 약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