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위원회
김효균 마르코 신부 (전 교구 생태환경위원장)
들어가는 말 :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한 시대적 요청
산업화 성장 신화에 따른 물질문명의 발전 속에서 공동의 집 지구는 심각한 생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루고자 하는
풍요한 삶으로 방향성을 곧 생태게 파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단순히 환경 문제로 끝나지 않고
결국 자연과 동떨어질 수 없는 인간이 파멸과 직결된다. 이러한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읽고 응답할
책임이 있다. 교회가 '지구의 울부짖과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고 생태적 실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하느
님의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협력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러한 사명을 위해 하느
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다.
1. 성경에 담긴 생태적 지혜
성경에는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집중적으로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생태적 성경 본문들은 인간의 삶이 근본
적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세 가지 관계, 곧 하느님과 관계, 우리 이웃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것이 참 좋았다."(창세 1.31)라는 말씀이 의미하듯,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계는 원초적
축복이 가득한 곳이고 그 안의 피조물들은 하느님의 선을 나누어 받는다. 또한 만물은 아무렇게나 있지 않고 창조 질서 안에서
존재한다. 하느님께서는 우주를 창조하시며 만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게 하신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께서 만드신 창조의 본래
질서를 존중하고 보전할 책임이 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과 땅의 주님"(루카 10.21) 이시며 살아 계신 사랑의 하느님을 선포하신다고 이야기한다. 복음서가 전하는
예수님은 창조세계에 뿌리 내려져 있는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인식하시고, 하느님께서 모든 피조물과 맺으신 관계를
깨달으라고 권유하시는 분이다. 즉 새들을 먹여 주시고 들풀과 꽃도 차려 입히시며 모든 창조물을 보살피시는 하느님의 좋으
심을 일깨워 주신다.(마태 6,258-34: 루카 12,22-32참조0.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보시기에 모든 피조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실 뿐만 아니라,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시고 친밀한 태도를 보이시는 분이기도 하다.
2. 생태환경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가톨릭 교회는 생태계 파괴의 문제가 대두되기 이전부터 자원의 남용에 대하여 경고하는 등 환경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보여왔다. 그리고 생태 위기가 심가해지는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직시하고 실천적인 방안들을 모색해왔다.
1) 교회 가르침과 역사
1970년대 교황 바오로 6세와 교황 요한 바오로 1세가 생태계 파괴와 문제를 시대적 현안으로 거론한 이후 환경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오던 교회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해 나서기 시작하였다. 교황 바오로 2세
의 199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인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 는 이러한 변화의 시발점
이다. 생태환경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첫 번째 교회의 공식 문헌을 통해 교황은 그동안 교회의 가르침을 새롭게 정리하고
새로운 생태학적 각성과 도덕적 세계관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권고 「사랑의 성사(Sarcramentnm Canitatis)」, 회칙 『진리 안의 사랑(Caritas in Veritate)』를 통해
미래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 평화를 이루려면 피조물을 보호하십시오. 에서 교황은 피조물을 보호하지 않고는 평화를 가질 수
없음을 역설하였다.
2015년에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Iandato Si)」 는 그동한의 생태환경에 대한 교황의 가르침을 집대성할
뿐만 아니라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생태환경에 대하여 포괄적이고 조직적 접근을 하는 이 회칙은 오늘날
현대과학의 자료를 근거로 생태위기를 분석하고 경제, 사회, 정치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성경에 근거
한가르침, 다양한 신화적 접근과 생태 영성적인 측면을 포괄한다. 이 회칙을 바탕으로 교황은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해 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공동의 집'인 지구를 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기 위한 실천적 제안을 하고 있다.
2) 교회 가르침의 중심 주제
생태환경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면서 좀 더 다양해지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서 드러나는 중심 주제는 다음가 같다.
첫째, 가톨릭 교회는 생태 위기의 극복을 위한 신자들의 동참이 곧 '복음적 응답'이라고 강조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생활을 쾌적하게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창조주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비롯된다
는 것이다. 창조 세계를 파괴하고 질서를 어지럽히고 훼손하면서 창조주를 찬양하고 그분을 주님이라고 고백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오늘날의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투신은 그리스도인의 선택 사랑이 아니라 기본적인 의무 사항이자 '신앙의 본질
적인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 교회는 오늘날 생태 위기를 경제, 사회, 정치적 문제임에 앞서 근본적으로 도덕적, 영적 위기라고 이해한다. 그래서 전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회심' 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제에 대한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해결책보다는
근본적인 마음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교회는 위기 극복을 위해 과학 기술적 방법의 긍정적기여를 인정하지만 ,
그것만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가르친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과학 기술적 방법과 더불어 인간 의식의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셋째, 교회는 우리의 윤리적 책임을 시간적인 측면에서 확장하여 '세대가 정의'를 가르친다. 공동의 집 지구는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후손에게도 주어질 선물이고, 그들도 우리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물려받을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가 당장의 관심사에만 배달려 생태적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자원을 낭비하며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생태적 불의'에 해당한다. 하느님 창조 세계의 조화와 평화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 세대의 인간과 다른
피조물을 위해서도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세대 간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세대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넷째, 가톨릭 교회는 생태환경에 대한 단편적인 접근을 넘어 '통합생태론'을 제시한다. 오늘날의 생태 위기는 하나의 복합적인
문제이기에 자연생태뿐만 아니라 사회생태와 인간생태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통합 생태론적 관점에서 볼 때 평화와
정의, 그리고 피조물 보호는 서로 철저하게 연결된 주제이고, 빈곤 퇴치와 소외된 이들의 존엄성 회복과 열대우림 보존은 개별
적으로 다루어질 수 없다. 또한 인간 생명을 수호하고, 우리 몸을 존중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강화하는 일들도 통합 생태론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처럼 교회의 가르침을 생태 위기속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에 좀 더 종합적으로 접근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3) 창조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의 소명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연은 단순한 삶의 '환경'이 아니라 창조주 하느님의 거룩한 숨결이 서린 '창조'이다. 만물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느님께서 불러내셨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렇게 하느님에게서 창조된 피조물은 그분의 자취를 품고 있고,
그분을 한 뿌리로 하여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지탱해주시고 완성으로 이끌어주신
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코 하느님과 상관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이러한 하느님 창조 세계의 일부이면서도 그 창조를 보전하고 회복해야 할 과업을 가진 특별한 존재이다. 즉 인간은 자기
마음대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연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그 창조 세계를 돌보고 가꾸어야 할 책임이 있다. 특히 하느님
을 창조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그 일은 단순히 물리적 생존의 차원을 넘어 그분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소명이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그분의 협력자로서 창조 세계를 풍요롭게 하고 보전하는 일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수행할 소명
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창조 질서를 보전할 책임이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앙에서 직접 나온다.
사실, 창조 세계의 다른 피조물들은 단순히 인간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그들 고유한 방식으로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 있고, 그분
의 현존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모든 피조물은 그 각자의 자리를 세상에 마련해 주신 하느님 사랑의 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하느님의 피조물은 인간을 위한 효용 가치와는 별도로 그 자체로 좋고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내적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는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한다. "피조물은 저마다 고유한 선과 완전성을 지니고 있다.
... 저마다 고유한 존재를 지니기를 하느님께서 바라신 다양한 피조물들은, 저마다 고유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무한한 지혜와
선의 빛을 반영한다."(339항)
그러므로 인간은 창조 세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활을 성찰하면서 하느님 창조적 사랑이 계시되는 우주의 질서에 귀 기울여야
한다. 또한 창조주께서 사랑하시는 다른 피조물들을 이용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태도를 버리고 그들의 고유한 법칙을 존중해야
한다.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비추어 지구 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돌봄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하느님께
창조된 인간, 특히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에 바르게 응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네 수혼과 하느님 창조 세계의 복된 미래를 함께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다.
나가는 말 : 우리의 생활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고 회복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일상의 삶 속에서 구체적인 실천을 통하여 드러나야 한다.
곧 창조 질서가 우리 삶의 자리에서 좀 더 충만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스스로 무엇이 더 가치 있고 중요한지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창조 세계를 보전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생활양식을 바꾸는 일은 생태적 소명에 응답하는 신앙의 행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창조 세계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노력이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사랑의 복음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신앙 행위'로 승화하도록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생활양식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여기에서 제안하는 기본적인 실천 사항은 개인이
자발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는 것이다. 그것이 에너지 사용이든 상품 소비이든 스스로 한계를 정하고 자제력을 발휘함
으로써 지구에게 적은 부담을 끼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생태 위기는 '결핍'이 아닌 '과잉'으로 인해 발생했다.
'쓰고 버리는 문화'에' 맞서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절제는 창조 질서 회복을 위한 기본 원칙이다.
지구 공동체를 위한 '즐거운 불편'이나 '자발적 소박함'을 실천하는 일은 부족하거나 고된 삶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을 넘어
좀 더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의미있는 삶이다. 또한 이러한 자기 의식적 실천들은 정치적, 경제적 힘을 가진 사람들이
보다 지속 가능한 정책을 실행하도록 '건전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물론 개인이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소박한 삶이
급속한 변화를 불러오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이런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개인의
새로운 생활양식은 사회에 선을 퍼뜨리고, 그렇게 확산된 선은 언젠가는 더 많은 결실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생태 위기의 상황은 심각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절망의 시간이 아니라 희망에 찬 활동을 위한 시간
이기도 하다. 가톨릭 교회는 전 지구적 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생태적 회개를 위해 노력하여 그 희망을 현실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는 이 위대한 과업에 부름을 받은 존귀한 존재들이다. 창조 세계에 대한 그리스도
인들의 기본 태도와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된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라는 한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이루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