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결합의 말 문장의 최적화 카피라이트 / 한근태
소설가 김홍신은 37년 동안 담배를 피웠다. 폐암의 위험, 가족에 대한 간접적 살인행위라는 얘기까지 들으면서 피웠다. 원고 쓸 때는 서너 갑을 피웠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탁 끊었다. 스승이 던진 한 마디 말 때문이다. “쥐는 쥐약인 줄 알면 먹지 않는데 사람은 쥐약인 줄 알면서도 먹는다.” 담배를 끊었더니 “참 독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거기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독극물을 삼키는 사람이 독한 사람이지, 독극물을 버린 사람은 독한 사람이 아니지요.” 우문현답이다. 짧은 말로 주고 받은 선문답 같은 얘기다.
말에는 두 축이 있다. 한쪽은 짧다, 길다. 다른 한쪽은 효과가 있다, 없다. 그러면 네 가지 상한이 나온다. 최악은 길지만 효과가 없는 것. 최선은 짧지만 효과가 좋은 것이다. 말을 할 때 가능하면 짧지만 효과가 좋은 쪽을 택해야 한다. 이를 제일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인과 광고 카피라이터다. 이쪽에 취미가 있는 나는 시집을 많이 산다. 광고인들이 쓴 책도 많이 읽는다. 거리의 현수막도 열심히 들여다 본다. 몇 가지 소개한다.
'ReLAX'. 오래 전 LA 공항에서 본 카피다. 리노베이션 공사 중에 써 붙인 말이다. LAX는 LA 공항을 뜻한다. 그 앞에 Re를 붙였다. 릴랙스하라는 의미와 LA 공항은 리노베이션 공사 중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 “Know pain, no pain” 통증을 알면 아프지 않다는 말이다. 강남성모병원에 붙어 있던 통증학회의 홍보 슬로건이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정말 잘 만든 슬로건이다. 이걸 만든 사람은 광고회사에 카피라이터로 취직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일인소실, 백인심상 (一人疏失, 百人心傷)” 음주운전 경고 슬로건이다. 대만에 놀러 갔다 봤다. 한 사람의 실수가 백 명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말이다. "도서관은 쉿, 화장실은 쉬” 도서관에서 조용히 하라는 말이다. “Click it or ticket” 안전벨트를 맬래, 아니면 벌금을 낼래 라는 말이다. 안전벨트를 매게 하는데 유일하게 효과를 본 슬로건이다. 다들 얼마나 기발한 카피인가? 원하는 효과도 얻으면서 즐거움도 선물했다.
짧지만 인상적인 말을 가장 열심히 만드는 사람은 광고하는 사람이다. 정말 기발한 것이 많다. “어머니 날 낳으시고, 선생님 날 만드셨네” 성형외과 선전이다. "TV 방영 안 된 집, 왜? 영양탕이니까" 보신탕 집 앞에 붙어 있던 말이다. 아르바이트 급구 광고다. "시간, 왜 설마 잠 안 재울까봐. 식대, 왜 설마 밥 굶길까봐. 시급, 왜 떼 돈 벌게." 인상적인 광고다. “아무 것도 바꾸지 않기 위해 모든 걸 바꾼다.” 명품 에르메스의 광고다. “경쟁하지 않는 것이 우리 경쟁력이다.” 불가리 CEO 트리파니가 한 말이다. 정말 명품은 말하는 것도 명품스럽다. 치밀하게 연구한 결과 만든 말인 것 같다.
만약 비데를 광고한다면 어떻게 할까? 쉽지 않다. 일본의 유명한 카피라이터 나카하타 다카시는 토토비데에 대해 멋진 비데 카피를 잘 만들었다. “여러분, 손이 더러워지면 씻지요. 손을 종이로 닦는 사람은 없잖아요. 왜 그럴까요? 종이로는 잘 닦여지지 않기 때문이죠. 엉덩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엉덩이도 물로 씻어주세요.”
Love handle, Muffin Top, Road Pizza란 단어의 뜻을 알고 있는가? 사랑의 핸들, 머핀의 탑, 길 위의 피자. 과연 무얼까? 러브핸들은 옆구리 살을 뜻한다. 연인끼리 허리를 잡을 때 잡히는 살이다. 머핀탑은 비집고 나온 살을 뜻한다. 머핀 위가 그렇게 생겼다. 로드피자는 길 위에 죽은 동물의 시체를 뜻한다. 말에 퓨전의 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인상적이고 기억하기 쉽다.
우리말도 슬슬 그런 경향을 보인다. “뇌에도 알통이 있다.” 삼성병원 신경과 나덕렬 선생이 한 말이다. 뇌와 알통의 결합? 근육이 필요한 것처럼 뇌에도 근육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뇌를 자꾸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기는 후불제다.” 연습을 많이 하면 반드시 보상이 온다는 말이다. 톱스타의 연기선생으로 알려진 안혁모가 한 말이다. 상관 없어 보이는 두 단어를 결합했다.
“시간은 목숨이다, 만남은 눈뜸이다.” 법정스님의 말이다. 이 분은 그런 쪽에 전문가다. “상처는 스승이다” 시인 정호승의 말이다. “사랑은 동사다” 헌혈협회의 광고다. 말에도 이종결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