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르신들은 "현금 지금 입금"이라는 3금문자를 제일 좋아한다며,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최고라는 말로 각박한 세태를 꼬집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씁쓸해진다.
청탁금지법인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스승에게 선물은커녕 꽃 한 송이도 생화는
안되고 조화만 달아 드릴 수 있다는 스승의 날,
스승도 아닌 내가 메시지와 함께 받은 커피 선물이 내 눈을 촉촉하게 만든다.
의자배치를 끝내고 정원을 걷다가 '버림받은 애인'이라는 '매발톱'을 만난다.
매발톱에 포커스를 맞추며 그리움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 나이가 되도록 그리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스승의 날 노래를 들으며 이제야 고 정동한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나다니,
나도 어지간히 감성이 메말랐나 보다.
길 건너편 포병부대 정문 위병이 부동자세로 근무 중이고, 덮개를 씌운 M계열 팔라딘
자주포가 한가롭다.
약속시간이 되자 친구들이 속속 도착한다.
서흥캅셀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다 최근 은퇴하고 양평 생가(生家)에 그린망고라는
카페를 차려 인생 3막 3장을 시작한 친구,
이 친구와 나는 묘한 인연이 있는데 광명 철산지점장으로 근무할 때 재미있는
에피소드(Episode)가 있었지.
한동안 감성노동자에게 '갑질'을 한다는 말이 세상에 회자(膾炙)되었다.
특정된 고객 한 사람이 객장에 등장하면 창구직원들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서로
피하려한다는 사실을 부임하고 얼마 후에 알게 되었는데, 툭하면 직원들에게 시비를
건다는 이유에서다.
다시 내점하면 내가 지점장실에서 직접 면담하기로 하고,
면담을 해보니 고객이 제기할 수 있는 모든 불만을 지점장인 나에게 토로(吐露)한다.
금리문제, 창구 직원 서비스 문제 등에 불만사항을 이야기 하다가 서흥캅셀에
자기 형이 근무하는데 매우 잘나간다고 하는 거다.
고객의 이름이 '김도성'이니 순간 배성이 친구가 떠올라 "김배성 전무?"하니
깜짝 놀란다.
면담 후 배성이 동생인 김도성 사장의 불만이 사라졌고 창구직원이나 책임자와도
사이가 가까워지더니 직원들은 묘하다고 한다.
아무리 성질 고약한 고객이라도 지점장실에만 들어갔다 나오면 순한 양이 되니
무슨 비결이 있느냐고 질문을 하기에 그냥 웃어넘긴다.
질퍽거리지 않는 깔끔한 성격을 그대로 나타낸 카페와 정원,
정갈한 폴란드 산 도자기가 장식장을 가득 채웠고, 실내엔 비발디의 음악이 잔잔하게
흐른다.
12;00
식사 초대에 무려 38명이 동참했다.
마음만 먹으면 이런 모임 등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 늘 주변에 존재한다.
따라서 어차피 잘살 거라면 주변에서 즐거움을 많이 찾는 심정으로 사는 게 좋다.
남은 인생에서 더 이상 불필요한 일과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는
것이야말로 바보짓이기에 서로가 스스로를 챙기면서 살아야겠지.
어느 친구의 얼굴에서 순간적으로 스치는 회한(悔恨)을 본다.
이젠 다들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지도,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말고 남은 생 그냥
오늘만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이다.
세상사에서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게 인생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경제적, 신체적으로 주눅이 들고, 사회적으로 위축이 되는 게
사실이라, 이 과정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친구들과 함께하면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해결방법이 나오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
함께하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오늘은 젊고 행복한 날이다.
2019. 5. 15. 양평 그린망고카페에서
석천 흥만 졸필
첫댓글 "스승의 날" 이었구나? 올해부터 나의 인생스승을 석천 선생으로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