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내 하기 나름>
인기있는 대박상품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결정적 오대(五大) 요인이 내재되어 있다. 베스트 셀러 소설은 읽을수록 빠져드는 재미가 있고, 사람들이 몰리는 식당은 한번 먹으면 두 번 오고 싶은 맛이 있고, 천만관객을 불러모으는 영화는 꿈같은 사랑이야기나 스릴(thrill) 만점의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들이다.
이런 대박상품들이 가지는 최고의 특징은 바로 “재미와 몰입”이다. 그런 재미와 몰입을 일으키는 기본요소는 권선징악(대립성), 일확천금(도박성), 칠전팔기(승부성), 고진감래(인고성), 대리만족(영웅성)이라는 오성(五性)이다. 실제로 대장금, 동이, 주몽 같은 인기 있었던 장편 드리마에서 보듯 인기있는 드라마일수록 선과 악의 대립성이 뚜렷하고, 그런 대립성이 뚜렷할수록 주인공은 천신만고를 이기고 칠전팔기하는 끈질긴 승부근성을 가진 인물로 부각된다.
또 우리의 고대소설 흥부전이나 영국의 걸작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heart)”에서 보듯 권선징악적 스토리가 강할수록 인기는 더욱 높아진다. 나아가 복권과 카지노 같은 사행성 사업에서 보듯 도박성이 강할수록 사람들은 너도나도 뛰어든다. 대리만족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요소이다. 의적(義賊) 일지매(一枝梅), 임꺽정(林巨正), 홍길동(洪吉童), 춘향전(春香傳), 영국의 로빈후드(Robin Hood), 프랑스의 괴도(怪盜) 루팡(Lupin), 미국의 쾌걸(快傑) 조로((Zorro) 등등, 기존 권력자들에게 저항했던 인물들은 모두 일반인들을 대리만족시키는 영웅들이었다.
영국 런던대학교 버벡칼리지(Birkbeck College)의 학장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그의 저서 『의적의 사회사』에서 의적(義賊)을 원초적인 반란자로 정의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의적 행위는 억압과 가난에 항거하는 국지적 농민봉기이다. 그것은 억압자와 부자에 대한 복수의 함성이고, 억압자를 처벌하고 싶어하는 막연한 바람이며, 개인적 탈법행위에 대한 정당방위이다. --중략--그것은 새롭고 완전한 세계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평민들이 정당하게 대접받는 민주사회를 꿈꾸는 것이다.”
칼은 선도 악도 아니다. 의사가 수술할 때 사용하면 그 칼은 선이 되고 강도들이 살인을 할 때 사용하면 악이 될뿐이다. 마찬가지로 인기의 핵심요소인 위의 오성(五性)도 오성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다. 오직 권선징악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면 선과 악의 대립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일확천금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면 도박성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칠전팔기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면 승부근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고진감래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면 인고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대리만족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면 영웅성이 강하게 드러날 뿐이다. 이런 예에서 보듯 세상만사는 선악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경우린 없다. 선하게 사용되면 선이 되고 악하게 사용되면 악이 될뿐이다.
그대는 지금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돈을 가졌으면 그 돈을, 지식을 가졌으면 그 지식을, 기술을 가졌으면 그 기술을 선하게 쓰라. 그대는 흥부가 되고, 일지매가 되고, 괴도 루팡이 되고, 암행어사 박문수가 될 것이다. 만일 반대로 그대가 가진 돈과 지식과 기술을 악하게 쓰면 그대는 용서받지 못할 변사또가 되고, 탐관오리의 대명사 조병갑이 되고, 악녀의 화신 장녹수가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인기몰이의 핵심 요소인 위의 오성(五性)은 가진 자의 심성(心性)에 따라 오선(五善)이 되기도 하고 오악(五惡)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악인악과(惡因惡果), 선인선과(善人善果)”라 했고, “세상은 내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손영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