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에는 화성 행궁을 중심으로 역사적,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을 조성하여 방문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행궁 주변에는 미술관, 박물관과 더불어 경제적으로도 주변 상권과 마을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문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프로그램은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이다. 나혜석 생가를 비롯하여 벽화마을, 수원 성지, 통닭거리, 재래시장 등을 적극 활용하여 골목투어를 진행할 수 있도록 코스를 개발한 것이다. 총 세 코스로 이루어진 이 골목여행은 코로나19 이전에 는 온라인 예약을 통해 최소 5인~ 최대 15인까지 무료로 신청하여 문화해설가와 함께 각 코스를 소개하며 투어가 진행되었지만 현재는 임시 운영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이 코스들을 바탕으로 행궁동 일대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여행기에서는 이 코스들 중 일부를 소개할까 한다.
가족여행단의 여행 정보 [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소개 ]
- 행궁동은 조선 제22대 정조대왕이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백성과 더불어 살고자 건설한 수원화성이 자리잡고 있는 수원의 역사와 문화유적이 곳곳에 살아 숨쉬는 마을이다.
- 행궁동 골목에 남아 있는 역사에 스토리를 접목한 왕의 골목여행을 통해 마치 조선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함께 전통과 현대의 멋이 어우러진 행궁동 왕의 골목 여행이 의미 있는 이유다.
- 제 1코스는 행궁동의 "아기자기한 생태문화"를 주제로 한 여행이다. 코스는 다음과 같다. 화성행궁 - 신풍초(담벼락 갤러리) - 화령전 - 나혜석생가터 골목전 - 생태교통마을 - 벽화골목(안녕하세요 길) - 쌈지공원 - 수원전통문화관 - 장안문 - 화서문 - 나혜석 다전골목 - 화성행궁
- 제 2코스는 행궁동의 "아름다운 예술문화"를 테마로 한 여행이다. 코스는 다음과 같다. 화성행궁 - 신풍초(담벼락 갤러리) - 이아터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 북수동성당 - 팔부자문구거리 - 대안공간 눈(봄) - 화홍문 - 방화수류정 - 무형문화재전수관 - 동신교회 - 아담스기념관 - 수원화성박물관 - 여민각 - 화성행궁
- 제 3코스는 행궁동의 "활기찬 상업과 생활상"을 주제로 한 여행이다. 코스는 다음과 같다. 화성행궁 - 아름다운행궁길 - 공방거리 - 한데우물길 -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촬영지 - 남창초등학교(남지터) - 팔달사 - 팔달문 - 팔달문시장 - 유상박물관 - 남수문(순대타운)- 수원사(통닭거리) - 여민각 - 화성행궁
나혜석 생가터로 향하는 길
수원에는 우리나라 여성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작가였던 나혜석를 기념하는 공간이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인계동에 위치한 "나혜석 거리"이고 다른 하나는 행궁동에 자리한 "나혜석 생가터"이다. 이 곳은 왕의 골목 여행 제 1코스의 주된 공간이기도 하다. 나혜석은 근대적인 여성의 권리를 주창했던 인물로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인권을 존중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과 의미를 작품으로 표현했었다. 파란만장 삶에 비해 초라하게 생을 마감했던 그녀는 본인의 삶 자체가 여권 신장의 상징이라고 여기며 당시의 인식을 뛰어넘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같은 진보적인 모습을 제 1코스 곳곳에서 벽화와 시 한 구절 등으로 만나볼 수 있다.
회령전 옆에 마련된 나혜석의 소개글
기념글과 비석 맞은편에 걸린 나혜석 생가터 가는 길 표식
행궁동 골목여행은 시대와 치열하게 저항했던 그녀의 삶과 대비하여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벽화와 함께 각종 설치물과 인형 등을 볼 수 있는데, 일제강점기와 시대적 비주류였던 시대적 암흑기 속에서 한줄기 빛과 같은 그녀의 일생을 보여주는 듯했다.
골목에 들어서면 생가터를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여행은 도착지보다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가 더욱 큰 법이기에 골목 곳곳을 누비는 즐거움을 놓치지 않길 추천한다.
행궁동은 일반 주택 벽면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활용하여 골목을 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녀의 삶을 "냇물"로 표현한 시가 인상적이다.
흩날리는 꽃잎이 마치 그녀의 삶을 표현하는 듯하다.
갈라진 벽면을 활용한 시 한 구절이 쪼개진 벽돌과 함께 그 아픔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었다.
문화예술공간답게 코로나19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마 꽃피는 봄이 오면 화단의 꽃과 벽화 속 꽃들이 어울러져 한폭의 그림이 될 것 같았다.
운이 좋게도 나혜석 생가터를 비교적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주택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변과 잘 어울려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혀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고 그녀가 태어난 곳을 기념하고 있었다. 이 마을이 그 당시 모습과는 많이도 달라져 있겠지만 그녀를 품었던 마음만큼은 그대로이지 않을까.
생가 건물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앞 터를 내주어 기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돋보인다.
생가터 비석에 놓여진 조각이 마치 그녀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생을 딱딱한 연보 몇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꽃보다 더 붉은 영혼을 지닌"이란 표현이 그녀의 삶을 대변하는 듯했다.
나혜석 생가터 골목전
생가터를 둘러보고 나면 행궁동 일대를 산책하는 것을 추천한다. 벽화마을처럼 특정 공간에 집중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마치 숨은 그림찾기처럼 마을 곳곳에 그려져 있어서 뜻밖의 작품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나만 아는 공간과 작품이 있다는 것이 이곳에 더욱 애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봇대에 붙어 있는 노란색 이정표가 여행객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온음료 광고의 CM송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나혜석 생가터 골목전은 우연히 찾게 된 곳이었다. 찾으려고 하면 쉽사리 보이지 않는 좁은 골목에 전시되어 있기 때문인데, 우연히 고개를 돌린 행운(?)으로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이 공간은 나혜석의 작품 속 의미 있는 구절을 그림과 함께 벽면에 새겼다. 한 구절, 한 구절 속 그녀의 삶이 녹여져 있다는 생각에 숙연해지는 건 나뿐이었을까?
여행객으로서 지켜야 할 매너라면 이곳은 전시공간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삶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어쩌면 그녀의 생과 작품이 삶과 다소 떨어져 있는 박물관에 있지 않고 삶이 연속적인 이곳 거주지에 있다는 사실이 의미 있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골목길이 이 표시 하나로 눈길이 가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었다.
좁은 골목이기에 여행객들은 전시회라는 생각으로 말소리 하나에도 매너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궁동 왕의 골목 제 1코스 중 작가 나혜석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