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적 인간을 넘어서]
자본주의적 세계를 불교에서는 욕계라 부른다. 욕계의 인간은 좋아하는 걸 더 많이 자주 급하게 욕망하는 경향(tanha渴愛, raga욕망貪)과 싫어하는 걸 더 많이 자주 급하게 나가는 경향(dosa증오,瞋), 그래서 그런 과도한 경향에 빠져드는 습관(moha, 어리석음, 痴)에 휘둘리면서 괴로움을 경험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욕망 충족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공동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과도해지면 제지를 받게 되는데, 그것이 도덕과 윤리, 법과 제도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이 자본주의적 세계에 길들여져 자본주의적 성격의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성격이란 탐욕, 경쟁, 개인주의이다. 가진 자가 더 많이 오래도록 누리는 체제, 남을 배려하기 보다는 나의 이익을 먼저 챙겨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사랑과 나눔, 배려와 연민, 양심과 정의가 살아 움직이기 어렵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고독하게 간다면 육체적인 고통은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정신적 고통도 심할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욕구가 좌절되거나 실현되지 못하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이것은 정신질환으로 나타난다. 많이 가지고 누리는 계층에서는 쾌락지향적 성격, 퇴폐지향적 성격, 권위주의적 성격, 시장지향적 성격으로 될 가능성이 많다. 그들은 머지않아 허무주의적 태도로 변하거나 광신주의나 전체주의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적게 가져서 힘들게 사는 계층은 고립감, 무력감, 권태감, 무가치감, 회의감에 시달리면서 좌절하여 낙오자로 떨어지거나, 한탕주의적 탈선을 하거나 포퓰리즘과 파시즘의 추종자로 내몰릴 수 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많이 가진 자와 적게 가진 자의 차별에 관계없이 자본주의적 질서 안에서는 불만족과 불평등, 허무주의와 향락주의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모든 만족은 불만족으로 변하고 만다. 쾌감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다. 그러니 가진 자와 더 많이 가진 자는 소욕지족을 깨달아 공동체구성원들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심신이 건강한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못 가진 자와 적게 가진 자는 서로 도와서 함께 살 수 있는 自助自主的 공동체를 만들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가치를 실현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