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우호적인 무관심
저:최윤정
출:바람의 아이들
독:2013년 12월 23
• 엄마란 참견 안 해주면 고마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남편이고 자식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밥밖에 없다는 생각이 점점 더 확실해진다. 그리고 밥이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사람이란 묵묵히 견디는 고통의 양만큼 강해지는 것
• 정작 배는 별로 고프지 않건만 뭔가 허기가 채워질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차의적이라 그런가 나는 조리법에 얽매이지 ㅇ낳고는 재료 사욯해서 스피드를 자랑하며 음식을 만드는 편인데 이번엔 느릿느릿 정확한 재료와 조리법을 지켰는네도 맛은 없고 양은 많은 음식이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과식하고 우울해졌다.
• 딸려오는 아이
요즘은 문든문득 슬프다. 이렇게 더 주고 공짜로 주는 마케팅 전략이 서점까지 파고들어 각종 고가의 정품과 이벤트가 난무하는가 싶더니 이제는 동화책 한 권에 햇반이 따라 오고 짜파게티가 따라오기도 한다. 그뿐인가 1+1 행사까지 등장했다. 다른 제조업계의 물건과는 달리 책은 상품이기도 하지만 작품이기도 하다. 덤으로 팔려가는 작품의 운명이라니!
•열정적인 관심이 아니라 우호적인 무관심이다. 자아를 존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초유부터 이유까지 젖을 먹이면 아기가 감기에도 잘 걸리지 않아서 수시로 업고 병원으로 뛰어가야 하는 일이 없다. 결국에는 엄마 일을 도와준다.
• 늙어간다는 각종 신호를 보내올 대마다 그저 쉬고만 싶다. 그럴 때마다 햇빛 바른 실내에 앉아 느긋한 자세로 멋진 그림책을 읽으면서 늙고 싶다는 꿈을 꾼다.
•심사위원 대표로 축사를 했던 시인은 어느 젊은이에게 시를 쓰되, 시인은 되지 말하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해주고는 시인이 되려고 하는 청년이 고맙고 반가워서 속으로 울었다고 했다. 또 다른 신춘문예 시상식에서 어느 소설가는 수상자들에게 당부했다. 작가를 직업으로 여기지 말라고, 소명의식을 가지고 살라고.
• 우리 사무실이 아주 마음에 든다. 눈을 들면 하늘이 한 조각 보이는 때, 그냥 모든 걸 다 덮어두고 싶을 만큼 무심한 마음이 되기 때문이다. 가지를 다 쳐내어 살아 있는 나무가 아니라 연극무대의 소품처럼 어이없고 생뚱맞아 보이면 나무가 저렇게 무성해지다니
• 비극 작품을 읽으면 슬픈 감정을 느끼는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비극에서 느껴지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공포, 폭력 혹은 그와 비슷한 어떤 검은색의 감정들이다.
•황신혜 밴드의 ‘우주는 한 그릇이 짬뽕이다’ 맞는 말 같다.
•우리 곁에 있던 주검, 품고 있던 아이를 누군가 갑자기 채어갈 때처럼 우리 모두를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 지르며 울게 만드는 급작스럽고 단호한 사라짐, 한 줌 재로 변하기 위하여 동생의 몸은 긴긴 시간 동안 탔다. 하얗게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 몇 개의 뼈로 남은 제 아내의 몸을 동생의 남편이 일일이 손으로 만져보고 있다. 모드 빙 둘러서서 재를 보았다. ‘어머니, 잡 사람 갔어요. 이게 내 색시를 그렇게 아프데 한 암이란 놈이란 말이지.’
•어린이문학의 좋은 점은 넋두리와 자기과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 ‘나 어른’이 아니라 독자 아이에 눈을 줄 것.
•남편이 읽다만 ‘여행의 역사’가 엎어져 있다. 수 천년 전부터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느 ㄴ것은 인간의 가장 위대한 모험이었다. 착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까봐 조바심을 내고 어디나 창밖 풍경은 지루했다. 그만그만한 삶의 언저리들. 눈은 더 이상 바깥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게 되고. 한동안은 그 지루함과 실망감을 이기고자 자리에 앉자마자 책이나 공책을 펼쳐서 줄창 읽거나 쓰는 짓을 계속했던 적도 있다. 분주한 분위기 속에 얽힌 단속적인 초조와 기대와 불안과 두근거림이었다. 조요한 시골 역사의 고즈넉함에서 느릿느릿 음미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무엇이 거기에 있었다. 문든 떠나고 싶은 충동과 거의 동시에 떠나는 일의 피로감이 느껴진다.
• 작가란 혼잣말을 이상한 사람 취급 안 받고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인 거 같다. 끊임없이 생겨나서 출구를 찾지 못하면, 웅성대다가 폭발할지도 모르는 그들의 말을 위해서 참으로 다행히도 글이라는 형태가 있고, 독자라는 가깝지 않은 사람들이이 있다, 혼잣말로 평온해질 수 있는 직업이 있으니 어떤 영혼들은 행복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들의 행복을 마음만 먹으면 나눠 가질 수 있는 독자라는 존재의 형태 또한 행복하겠다. 불빛이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는 무엇처럼 보인다.
•집에서 가장 작고 후진 방에서 잠을 잤다. 거실을 포함한 가장 크고 좋은 방은 서제로 삼고 돌아보니 참 어리석었다. 책들이 제일 편하게 살았다. 신간을 계산해보면 인생의 적지 않는 시간을 잠으로 보내는데 그걸 너무 존중하지 않았다. 자는 환경을 쾌적하게, 잠에서 깨어났을 때 기분 좋게, 이게 요즘의 목표다.
•날개글
모든 새들은 이 새상 주소를 갖고 있지 ㅇ낳다. 오늘도 사람들은 죽은 신을 어영차 끌고 가서 황무지에 버린다. 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어쩌며 s이 시시한 밀레니엄의 풍경을 가로지느는 새 한 마리조차 없을까
•봄꽃은 대개 꽃이 먼저 피고 그 다음에 잎이 난다, 서둘러 꽃가루를 날려서 번식하기 위해서다.
• 역시 여자들은 바람을 쐬고 마음을 다스릴 일이 많은 게야.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해가 나거나 나뭇잎이 우거지거나 장미나 라일락이 피거나 지면서, 더러는 살구 열매가 떨어지면서 바깥 풍경은 날마다 그렇게 변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들에 그렇게 무십하게 살게 디는지 모르겠다. 오래 많이 자주 바라보고 싶다. 나를 둘러싼 자연을 그렇다. 나는 자연에 둘.러.사.여있다……
• 시가 밥 먹여주지는 않지만 배고픔을 잊게 해준다. 그림은 외로움을 달래준다. 음악은 적막함을 덜어준다.
•많은 빵들이 있지만 뺑오쇼콜라에 커피 한잔이 땡긴다.
•금발 머리 그들 앞을 지나치는 순간, 얼핏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지하철 입구 바깥족에서 들어오는 것도 같았지만, 어쩌면 멀리, 더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그 바람에 뭔가가 묻어왔다. 가끔씩 뜻없는 말들을 주고받으면 거의 완벽하게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는 전혀 다시 볼 일 없는 사람들과의 대화
•몸은 내 안의 자연이다. 알레르기 천식과 비염에 시달리는 나는 인공 냉난방을 유난히 견디지 못한다.
•남편이 처음으로 비평가상을 받았을 떼 상보다는 금에 관심이 있었으나 집으로 가져온 것 은 청동으로 된 멋진(무거운) 조각품이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것도, 언어에서 놓여나 침묵을 사용하고 싶은 욕망 때문일 수 있다.
•축구에 별 관심 없는 나는 전동차가 꼭 빈 깡통 같았다. 유쾌하지 않았다. 깡통을 타고 출근하는 기분쯤은 참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통조림이 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인지 모르니까.
•오순도순 얘기하는 부부 손길 아래 유모차 차앙 속을 들여다본다. 아기는 앉은 채 몸을 도려 제 입이 닿는 부분을 빨고 있다. 본능적으로 아기가 배가 고프다는 걸 알아차렸짐난 정작 아기 엄마 아빠는 다저하기만 하고 아기는 뭔가 저 혼자 해결하는 중이다.
부부는 노벨상의 핵심은 창의력이라면서 응용력은 아무리 뛰어나도 노벨상감이 될 수 없다. 그는 유태인들이 창의적인 이유는 왕따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남과 다르다는 것 때문에 아파하지 ㅇ낳고 자신의 생각에 빠져들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하는 것이 그들의 교육 시스템 속에서는 가능하다고 한다.
부부는 말 속에 나를 담으려고 하는 관계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소식이 없어 걱정했다며 즉각 답장을 해온 사람은 그 느낌이 진짜일 것 같다. 우리가 어느 정도는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려고 하고, 말 속에 나를 담으려고 하는 관계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 멀리 있다는 것.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클래식한 방법으로 친구를 사귀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지만 우리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그렇게 노력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인터넷에서 가장 저질스러운 악풀을 다는 게 초등학생이다. 자기가 하는 말을 종이에 써서 한번 읽어보라고만 해도 효과는 당장 나타난다고 한다. 아이들답게 차마 제 입으로 그걸 읽을 뻔뻔함이 없는 것일 터이다. 애들은 그런다지만 어른들은 그렇게 쉽게 교육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이버 폭력은 무시하는게 답이다. -벌떼같이 일어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내티즌들 분노 형태이니 정말이지 무시하는 게 답이다.
•미고사(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를 권하는 세상이다. 나와 생각과 취미가 다른 사람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나늘 싫어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느 사람 앞에서 우리 모두는 상처받은다. 모든 의존성은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너나없이 정서적 근육단력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는 고맙다는 말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한다. 그 말은 고맙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상황을 졸료하는 기호 같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원래 풍요란 소유의 문제이고 행복이란 경험의 문제니까 행복하게 살고 싶다.
•가족이 아닌데 식당에서는 이모라 부르고
시장에서는 가격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으며
세계는 경제위기라는데 할 수 있다고 외치는 나라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멀티태스킹 유감
이제 나는 뭘 잘하려는 열정보다는 포기하거나 끝낼 것들을 솎아내고 몸을 가볍게 만드는 일에 골몰한다. 그래도 늘 허점겁지검이다. 스트레스 쌓느라고 바끄고 스트레스 푸느라고 바쁘다. 바쁘다가 멍청히 앉아서 생각하니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특권이다.
•아른아른 투명해지려는 찰나인 단감까지 하나씩 먹고는
•산골 속에 사람들은 자연과 벗하며 사는 게 아니라 자연을 팔아먹고 산다.
•만리장성을 쌓을 때 쓰이지 못하고 남은 돌들, 그 돌들을 여석() 이라 했다, 남은 돌은 못 스는 돌이 아니다. 왠 남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끼어들지 못하고 남는 돌들은 어디에소 있다. 만리장성이라는 하나의 시각만 버리면 그 스이지 못한 돌들이 /스인 돌들과 무에 그리 다르랴. 그 남은 돌들로 만든 방이라는 뜻으로 ‘남은 돌방’이라는 방 이름을 얼른 마음에 담아왔다.
•날이 갈수록 문제와 상처투성이인 세상에서 지구 곳곳에서 왜 자연친화적인 삶을 이야기할 수박에 없겠는가 말이다. 우리가 사명감이라는 것을 정치사회적인 압박에 저항하는 형태로만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