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명철
10월 9일, 바로 오늘부터 13일까지 고창에서는 가장 큰 행사라 할 수 있는 모양성제가 열린다.
모양성 행사장안팎에는 마침 ’한글날‘, 공휴일이어서인지 오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모양성 입구 서편 동리국악당 정면에 ’샤이닝 고창‘이란 플래카드외래어가 걸려있다. 빛나는 고창’이라 쓰면 될 터인데 왜 외래어를 썼을까?
그뿐이 아니라 ‘샤이닝’이란 외래어를 사용한 곳이 판소리가 여러 마당으로 떠돌아다니는 것을 한글로 받아 적어 여섯 마당으로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판소리 교육기관인 ‘판소리 아카데미’란 곳이다.
판소리는 순 우리말로 부르는 우리 고유의 문화요 노래다. 그러니 여기서 ‘플래카드’는 ‘현수막’으로, ‘아카데미’는 ‘한림원, 학술원, 학사원’ 등으로 고처 써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해본다.
한문 사용이 옛사람들의 사대사상이라면 지금의 외래어 사용은 자기 유식의 뽐내기, 또는 신문화 사대사상이라고 봐야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뜻은 우리가 기이 알고 있는 바다. 이를 창제하여 반포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중 제일 큰 어려움이 사대부들의 반대였다. 반대이유가 중국천자를 배신할 수 없다는 것. 그 명분은 뻔한 핑계고 사실은 그들의 권력 유지였다. 백성이 글을 알면 그들의 입지가 좁아지거나 위태로워지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한 명분 없는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은 세종대왕 25년, 서기 1443년에 완성하여 3년 동안의 시험 기간을 거쳐 세종 28년인 서기 1446년에 반포되었다. 이는 자연발생이 아니라 세종대왕이 주도하여 창의적으로 만든 금년이 578년 된 문자이다.
또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세계 문자 역사상 그 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우수한 글이란 걸 세계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글자다.
우리 한글이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과 탄압이 있었다. 왕조시대 특히 연산군 때 한글 탄압이 극심하였고, 그 외에 다른 왕조에서도 계속되어 조선왕조가 끝날 때까지 아녀자들이나 쓰는 글자로 전락하였었다. 그러다가 일제강점말기에 우리말의 말살 정책으로 큰 위기를 맞았었으나 광복과 더불어 우리말과 한글을 마음 놓고 가르치고 배우게 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글을 모르고는 지식을 습득할 수 없고 정보의 교환이나 생활의 향상, 문화의 향상을 도모할 수 없다. 이 모두를 도모할 수 있는 동력원이 바로 우리의 한글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여러 분야에서 학문적 발전을 고루 이루고 경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이르러 일정한 국제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한글이라는 글자가 있어 동력원이 되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한글날 바로 다음날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왔다. 한강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 한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한글날 국경일 바로 다음날이라는 게 나는 꼭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한글날은, 훈민정음(訓民正音) 곧 오늘의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이기 때문이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은 국보 제7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것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록되었다.
이렇게 훌륭한 한글이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과 이에 따른 자부심을 나름대로 살펴본다.
우리가 늘 쓰고 있는 핸드폰과 컴퓨터부터 보자.
길을 가다가 독서를 하다가, 영화를 보다가 시도 때도 없이 장소를 불문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핸드폰 또는 컴퓨터에 물어보면 된다. 남의 나라 말 빌릴 것 없이 우리글로 물어보면 해결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설합장을 뒤지다가 ‘바로잰’이란 흰 만년필 같은 것이 나왔다 하자. 이게 뭐에 쓰던 거지? 의심이 나 핸드폰에 물어보았다.
‘혈당측정기’라고 말해준다. 아, 혈당측정기를 오래 방치해 둔 것이구나! 바로 알 수 있다.
또 ‘철학’의 의미가 뭐지? 알듯하면서도 막상 설명하자니 잘 안 되었다. 핸드폰에 물어보았다.
바로 답이 나온다.
(1) (기본의미)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인생관, 세계관 따위를 탐구하는 학문. 원래 진리인식(眞理認識)의 학문 일반을 가리켰으나, 중세에는 종교가, 근세에는 과학이 독립하였다. 형이상학, 논리학, 윤리학, 미학 등의 하위 부문이 있다.
(예) 대중들은 철학이라는 학문에 다가가기 어려워한다.
(예) 김 교수는 철학을 공부하면 현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2) 자기 자신의 경험 등에서 얻어진 세계관이나 인생관.
(예) 그는 경영자로서의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인물이다.
이러한 답을 얻는 데는, 나는 동작이 늦어서 그러지 정상적인 사람들은 불과 5초도 안 걸린다.
이렇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한글이 있기 때문이다. AI기능 같은 고도의 기술을 차치 하고라도, 어떤 말 어떤 소리든지 다 표현이 가능한 우리 한글.
지금은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핸드폰에 번역기가 있기에 하는 말이다. 번역기에는 세계 어느 나라 말이든지 다 입력되어 있어 우리 글로 물어보면 바로 번역되어 답변이 나온다.
이 편리함을 누릴 수 있는 우리 한글에 감사! 또 감사하며, ‘한글날’을 맞이하여 우리 한글을 열심히 공부하여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겠다는 다짐을 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