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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 23번 째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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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공포영화스러운 스틸컷들로 엄선함
2015년, 화제가 되고 흥행이 된 영화는 많았다. B급을 표방한 영화도 많았고, 별의 별 이유로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실패한 망작도 많았다. 그 와중에 신선한 위치를 차지한 작품이 있다. 개봉 전 예고편만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초토화시켰던 바로 그 영화, 무려 ‘뉴타입호러’를 표방한 그 영화, 바로 양병간 감독의 20년만의 복귀작 <무서운 집>이다. 영화 평론가 듀나가 뽑은 ‘2015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 선정, 2015년 류승완 감독과 이병헌 감독이 가장 재밌게 본 영화 선정 등등 수많은 영화인을 사로잡았다.(양병간 감독은 필자의 개인적인 2015의 감독 3위를 차지하기도 하셨다) 심지어 총 8주 동안 4개의 극장에서 상영해 1,039명의 관객을 모았다.(그 중 하나가 필자다) 50여명의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낄낄댈 수 있었던 <무서운 집>, 대체 <무서운 집>의 마력은 뭘까?
<무서운 집>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아주 잘 만든 못 만든 영화’이다. 나도 안다. 굉장히 모순된 문장이지만 저만큼 이 영화를 알아먹기 쉽게 설명하는 문장은 없는 것 같다. 상영시간 98분의 짧은 영화인데다가 출연배우는 영화 초반에 잠깐 등장하고 사라지는 남편(양병간 감독 본인)을 제외하곤 한 명 밖에 없는데도 무려 3개월간 90회차를 촬영했다고 한다. 양병간 감독은 인터뷰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의도된 연기와 촬영”이라고 밝혔다. 호러 영화의 클리셰를 일부러 피해가고, 20년 전의 싸구려 비디오 영화를 보는 듯한 포커스 나간 화면과 푸른 빛의 영상도 전부 감독의 의도인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역시 단순하다. 사진작가 부부는 새로 장만한 4층 집에 스튜디오를 꾸미고 이벤트에 사용할 마네킹들을 조립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남편이 출장을 가게 되어 큰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내. 새 집에서의 생활을 기대하며 한껏 기분이 들뜬 아내는 노래를 부르며 혼자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즐거움도 잠시, 자신의 눈앞으로 다가와 쳐다보는 마네킹의 모습에 놀라 도망치지만 이사 준비로 예민해진 탓에 헛것을 보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무심히 넘겨버린다.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괴이한 소리와 자신을 따라다니기라도 하는 듯 쉬지 않고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형체들이 아내를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짧게 정리해서, 새 집에 이사 온 아줌마를 마네킹 귀신들이 괴롭힌다는 내용이다. 영상만 쌍팔년도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스토리 역시 그렇다.
영화를 요소별로 하나씩 까보자. <무서운 집>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촬영과 연기이다. 먼저 촬영부터 말하자면, <무서운 집>은 <클레멘타인>이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처럼 잘 만들어 보려고 했던 상업영화가 아닌, 감독의 의사가 잔뜩 들어간 아트하우스 영화에 가깝다. 예를 들면, 구윤희 여사가 남편을 바래다주며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에서 계단을 내려가는 층마다 커트를 할당해준다. 4층에서 1층까지 남편에게 계속 재잘거리면서 말을 거는 구윤회 여사의 모습이 총 4번 반복된다는 것이다. 또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모습을 3분 동안 그대로 촬영하기도 한다. 정말 최고인 장면은 1층 스튜디오에서 마네킹 귀신을 보고 놀란 구윤희 여사가 비명을 지르며 4층을 뛰어 올라가는 장면을 층마다 컷으로 넣었다는 것이다.
특히 영화의 초반 30분이 압권이다. 무지막지한 롱테이크로 구윤회 여사의 일상을 담아낸다. 청소, 설거지, 취침, 쿡방에 먹방까지. 특히 샌드위치를 만드고 김장을 하는 과정은 롱테이크로 그 과정을 전부 담아냈다. <무서운 집>을 보고 나면 김장하는 법을 알 수도 있을 정도이다. 게다가 구윤희 여사의 먹방이 일품이다. 마네킹 귀신의 등장으로 겁먹은 구윤회 여사가 “먹는 즐거움은 모든 두려움을 잊게 해준다지?”라는 대사를 뱉으며 샌드위치를 한입 가득 베어 무는 장면은 폭소를 유발한다. 영화를 상영했던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선 구윤희 여사가 영화에서 먹었던 믹스커피와 비스킷을 ‘구윤희 세트’라는 이름으로 15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먹어보진 못했지만 굉장히 잘 팔렸다는 후문이다.
구윤희 여사의 연기는 <무서운 집>의 컨셉에 최적화되었다. 누군가는 발연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이 첫 영화라는 그녀의 연기는 흔한 아줌마들의 모습 그대로이다. 발연기라기에는 구윤희 여사의 연기는 대한민국 아줌마들과 너무나도 똑같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지금은 전업 주부가 된 구윤희 여사기에 최고로 적절한 연기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홀로 남은 집에서 청소하고, 낮잠 자고, 책 읽고, 요리하고 먹는 이 모습은 우리네 흔한 아줌마의 모습이다. 혼자 ‘베사메무쵸’를 틀어 놓고 춤을 추는 장면은 홀로 집안일을 하는 아줌마들에게 바치는 위로 같다. 구윤희 여사가 직접 부른 2절까지 꿋꿋이 영화에 담는 양병간 감독의 모습에, 삼삼오오 모여 IPTV로 <무서운 집>을 관람할 아줌마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영화는 또한 새집을 잃는다는 무서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렵게 구한 새집에, 심지어 아직 가구들도 다 들어오지 않은 4층짜리 새집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건 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 집을 귀신들린 마네킹들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마네킹 귀신에 겁먹고 비명을 쏟아내며 4층을 내리 달려 올라가던(이 장면을 무려 제자리 뛰기로 찍었다…) 구윤희 여사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맞서 싸운다. “이건 악몽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야!”라는 대사에서 “이걸 어떻게 죽이지?”, “내가 파 썰던 이 부엌칼 맛을 보여주마!”, “내가 부엌칼 50단인 거 몰랐지?”같은 대사들로 변모하는 그녀의 모습은, 헬조선에서 가까스로 얻어낸 집을 허망하게 빼앗길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이렇게 강인하다.
어쨌든 <무서운 집>은 못 만든 영화다. 이 영화를 굉장히 호평한 평론가 듀나도 별 하나 반을 주는데 그쳤으니까. 양병간 감독이 연출부터 각본, 편집, 동시녹음, 촬영, 연기, 소품 등 1인8역을 직접 맡아서인지 그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는 ‘<무서운 집>은 윈X우 무X메이커로 편집된 영화다.’라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실제로는 소X의 베X스로 편집했다) 노이즈 가득한 포커스가 나간 화면들까지 기술적인 결함도 가득하다. 플롯은 이보다 더 단순할 수 없다. 심지어 마네킹 귀신들의 움직임은 구닥다리 공포영화에서 볼 법한 스톱모션이다. 그럼에도 9주간 1,039명이나 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고, 직접 경험한 극장의 분위기는 여느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였다. 1,039명의 극장 관람객과 수많은 IPTV고객들, 어둠의 경로를 통해 본 사람들은 2015년의 새로운 컬트에 동참했다. ‘뉴타입호러’를 표방함에도 쌍팔년도식 싸구려 영화 같지만, 인터넷과 SNS의 시대이기에 성공한 21세기 컬트의 등장이다. 1,039명의 관객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첫댓글 저는 이거 극장에서 돈주고 봤습니다; 마지막에 감독님 나와서 인터뷰하고 갔는데 허허허......
ㅋㅋㅋㅋ개인적으론 극장에서 다같이 낄낄거리면서 봐야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ㅋㅋ
일부러 못만든영화
신선하지만 보기싫어서않봤어요 ㅋㅋㅋㅋㅋㅋ
작년 한국영화계가 전체적으로 좀 지루했는데 이 영화는 여러 의미로 좋았어요ㅋㅋㅋ친구들 여럿 모아서 낄낄대면서 한 번 봐요ㅋㅋ
@동구리 친구들 이런영화안봐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