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10시, 11시, 그리고 오후 1시30분까지 주일이면 연속 네 대의 미사를 봉헌하는 본당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상황의 완화로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제가 군종교구에 파견되어 두 번째 부임했던 해군교육사령부 성당의 당시 주일 미사 시간표입니다.
해군교육사령부는 1년에 2만 명 정도가 훈련 및 교육을 받기 위해서 거쳐 가는 해군의 출발점이자 못자리입니다. 그곳의 장병들을 위해 마련된 성당에서 예전에는 통합 미사로 여러 과정의 장병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상황 때문에 훈련병, 부사관 후보생, 간부와 가족 그리고 실무병과 후반기 교육생 등 각각 나누어 미사를 봉헌해야 했고 간식도 나눠 주고 교리를 가르치고 중간중간 고해성사와 세례성사도 집전하게 되었습니다.
과정별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짧은 시간 안에 그 모든 것을 해야 하니 항상 쫓기는 마음이었고 미사와 성사 집전은 때때로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 이렇게 해서 미래의 냉담자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저의 머릿속을 스쳐 갔습니다.
군종에 파견 오기 전 교구에서 보좌 및 주임으로 본당에서 집전한 총 세례 인원이 약 40명 정도인데, 해군교육사령부에서는 인원이 많을 때면 한 기수에 47명이 세례를 받은 적도 있으니 세례성사 집전이 정말 많긴 했습니다. 그렇게 2년을 살아낸 뒤 후임 신부님을 위해 코로나 상황 완화를 근거로 주일 미사를 두 대로 줄여 놓고 저는 세 번째 부임지인 동해 1함대사령부 성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부임 미사를 봉헌하는 그날 훈련병으로 만났던 신자 수병들과 제가 세례를 주었던 몇몇 장병들까지 저는 맞이해 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마태 24,42; 시편 118,22-23).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쫓기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저의 마음속 의구심들은 저를 맞이해 준 그들을 만나는 순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역시 주님께서 이루시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 시간이 쉽진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군인 주일만큼은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그 쉽지 않은 시간을 살아 내고 있는 군종 신부님들을 기억해 주시기를 청해 봅니다.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도움의 손길이 없다면 아무리 주님께서 이루시는 일이라도 해내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손길을 더해 주시리라 믿으면서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그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2023.10.08 주보 말씀의 향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