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시아 축구시합은 큰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월드컵에 익숙하다가 보니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이 펼치는 시합이기에 아무래도 수준이 낮을거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예선전은 모두가 낮시간, 저녁 8시반 이후로 열려 취침시간이 저녁 8시인 나로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입장이였다.
그래서 퇴근후 저녁 7시에서 8시까지 재방송을 보고 어느 팀이 16강전에 올라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전 경기를 시청했다. 놀라운 것은 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실력이 엄청 늘었고 평준화되었다는 점이다. 16강전의 진입여부는 정말 운의 영역이였고 이때부터는 경기시간이 늦어져 저녁 10시 이후로 열렸다.
대한민국의 8강전과 4강전은 모두 자정 12시 반에 열려 2경기 모두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왕년에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축구시합을 보면 TV로 시청했지만 몇년전부터 자기계발 루틴을 행하면서 새벽에 내가 정한 임무를 완수해야 하기 때문에 TV와 컴을 함께 이용한다. 전자는 시작시간 한 30분 정도 시청하고 후자는 컴퓨터로 뉴스 기사를 수시로 검색하고 분위기를 파악한다.
8강전 사우디와의 시합도 연장전 언저리 타입에 동점골을 터트려 그때부터 하던 루틴을 중단하고 전후반 연정전과 패널트킥까지 시청을 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후반전 시간이 끝나는 시점에 TV를 끄고 취침한 사람들이 많으리라 본다. 왜냐하면 승부를 떠나 그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경기를 보고 TV를 끈 시간이 새벽 3시반이였다. 짜릿한 승리에 취해 새벽루틴을 이어 가려했는데 집중이 되지 않아 운동복을 갈아입고 평소보다 1시간이 빠른 새벽 4시에 러닝을 하고 아침 쪽잠을 1시간 반 정도 잤다. 4강전은 오늘 자정 12시반에 열려 휴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일어난 시간은 금요일 저녁 11시반이였는데 주변 아파트에 불이 엄청 많이 켜져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서 우리 민족은 역시나 애국심이 강한 국민이라고 자부심을 느꼈다. 4강전 역시도 전반전 40분까지 TV로 시청을 하다가 그 이후로는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면서 컴으로 경기 소식을 검색하곤 했다.
컴의 단점은 실시간으로 스코어만 알려 줄 뿐 남은 경기 시간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하고 TV를 켜니 후반전이 끝나고 언저리 타임만 남아 있었다. 한국선수들은 그 남은 시간에 만회하기 위해 강하게 밀어 부쳤고 그 결과 패널틱 킥을 얻어내어 골로 연결시켰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TV를 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러 그 함성이 들려야 하는데 조용했다. 혼자서 야아~~ 하면서 박수를 치고 왜들 이렇게 조용하지 하고 잠깐 일어나 축구 시작전에 본 아파트 관경을 살펴보니 불빛이 1/10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이들은 대부분 축구광팬들이거나 애국심이 강한 사람들일 것이다.
나 역시도 TV로 시청하면서 시종일관 응원해 주지 못한 것이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다. 축구 뿐만아니라 모든 승패가 갈리는 시합들은 오로지 결과만을 놓고 평가하는 것이 좀 아쉽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 축구시합에서는 승리한 팀이 패배한 팀의 선수들을 격려해 주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이였다.
그 어느 축구시합보다 그런 면이 돋보여 이시아의 위상을 전세계에 떨친 것이다. 또한 4강의 업적을 이루어 낸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하늘이 도와준다는 것을 2번이나 보여 주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선수들에게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기다림으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
드라마 같은 2경기에 이어 계속 드라마를 써 내려가 결승까지 올라 꼭 우승하여 64년 만에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위상은 물론 온 국민들을 기쁘게 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