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싶다 / 임정자
작년 한 해 목포평생 교육원에서 레크리에이션 수업을 들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할 때 어르신들과 놀이 수업을 했다. 게임할 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좋은 방법을 찾으려 했다. 노래와 율동, 박수 게임, 탁구공 놀이 등 수업에서 배웠던 것을 방법을 달리해 수업자료로 사용했다. 또한 병원에서 행사가 있을 때 교수와 의논을 했고 자료가 필요할 때는 부탁을 했다. 그때마다 교수님은 바로 응답을 해 도움을 받았다. 심지어 재능기부로 수업도 해 주었다.
나는 이직을 하고도 매주 그녀를 만났다. 방전되는 핸드폰 배터리를 충전하듯 나는 그녀에게 기댔다. 피로해진 마음을 회복하고 허허실실 웃게했다. 생활의 활력이 생기고 마치 놀이터에서 노는 것처럼 신났다.
1년동안 함께 수업 받았던 동기들이 계속해서 공부하자고 했다. 학습동아리 모임을 만들었다. 배움에 그치지 않고 자원봉사도 하고 더불어 여행이나 산에도 함께 다니자는 생각이었다. 꾸준하게 활동하여 삶의 에너지를 만들자 했다. 전문가인 교수님을 모임에 초빙해 멘토가 되달라 부탁했다. 교수님은 우리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더하여 봉사단 창립을 위해 모임 장소와 단체복까지 지원했다. 교수님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가 부러웠다.
우리는 둘째, 넷째주 월요일 한 달에 두 번 만난다. 순번을 정해 자신이 할 수있는 재능을 보여주기로 했다. 회원 중 몇 명은 노래와 악기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보여주기로 했다. 나는 교수님이 짜준 콘티(시나리오)로 집에서 연습했다. 사람앞에서 말한다는 것이 쉽지않았다. 더구나 게임이나 노래를 하면서 관객의 호응을 얻어 함께 즐거운 시간으로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강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행자가 되어야 했다. 국민학교 때 소풍 가면 친구들 앞에서 오락부장했던 친구가 부러웠는데.
그녀는 사회서비스사업단을 가지고 있다. 전남권역의 농어촌 노인대학이나 도서 섬의 노인정에 시니어 강사를 배치해 수업하게 한다. 15명의 강사 직원들의 근속기간이 20년이 넘는다했다. 이 말은 그 세월만큼 손 발이 척척 맞는다는 말이다. 3월, 신안군 자은 씨 리조트에서 행사를 열었다. 삼백명의 섬 어르신들을 한 곳에 모여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위로 행사를 진행했다. 흑산도, 하이도, 장산도, 완도, 진도, 임자도, 도초, 여수 등 평균연령 7.80세 고령 어르신들에게 여행을 선물했다. 코로나19로 답답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잔칫상을 차려주었다. 우리 봉사단도 참여했다.
난타를 선두로 막을 올렸다. 웅성거리던 공연장이 조용해졌고 어르신들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녀의 복장은 화려했고 북채는 남달랐다. 꼬리에 수술을 달고 북을 친다. 난타 공연을 마치고 호흡이 가쁜 모습으로 짧게 인사한 뒤 무대 뒤로 사라졌다. 부채춤 공연이 시작되었다. 일렬로 한복 입은 강사들이 나오더니 마지막에 사극에 나올 법한 궁중 한복을 입고 부채를 든 그녀가 무대 정중앙에 떡하니 섰다. 어르신들이 모두 의자에서 일어나 앞다퉈 무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화려한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아름다웠다. 부채를 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예쁜 꽃이 되었다. 부채춤이 끝나고 관객의 기립 박수가 나왔다. 그녀가 이끈 무용수들은 접었던 부채를 다시 펼쳤다.
이날, 교수님은 사회자였다가 무용수가 되기도했다. 행사 총괄을 맡아 기획하고 진행하는 그 에너지를 훔치고 싶다.
첫댓글 선생님도 레크레이션 진행자로 뽑힌 걸 보니 재능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부럽습니다.
깊은 새벽에 잠을 깨셨군요. 새벽 새소리가 참 맑습니다.재능이 있어 진행자로 뽑힌 게 아니라 연습생입니다. 나중에 봉사하러 다닐까 해서요.
선생님의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기존 선생님의 글에서와는 다른 모습에 놀라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에고, 선생님 그냥 노는 겁니다. 향기나는 선생님의 글이 부럽습니다.
와, 대단한 일을 하시네요.
저도 배워보고 싶은 종목이네요.
글쓰기에 레크레이션까지?
선생님의 에너지도 훔치고 싶은 걸요. 하하.
저는 선생님의 글쓰기를 훔치고 십습니다.
와! 선생님 대단하십니다. 끊임없이 배우시는 열정이 부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여수 풀빌라... 지인들에게 퍼트려놓을게요.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의 레크리에이션 교수님 저도 만나뵙고 싶군요.
저도 레크레이션 배우고 싶었답니다. 글 읽으니 더 그러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