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년 3월 20일 토요일 춘분이다. 춘분은 경칩과 청명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이며 양력 3월 20일이나 21일 무렵이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날로, 북반구에서는 오늘부터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진다. 옛날에는 이날 날씨를 보아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들 것인지 아닌지, 가뭄이 올 것인지 아닌지를 예측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부터 전국에 걸쳐 비가 내린다. 요즘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걱정이었는데 오늘 비가 오니 대기 상태가 좀 괜찮아진 것 같다. 오늘 양재천 둘레길에 나와봤다. 토요일이지만 비가 와서 인지 사람들이 적었다. 마스크들을 당연히 착용한 상태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는 말이 있다. 올해는 코로나 백신을 부지런히 접종해 코로나로 부터 해방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이래 저래 아픈 사람들이 많이 줄었으면 좋겠다.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갈등이 많이 해소하는 등 정신적인 건강도 좋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 농가에서는 봄 밭갈이를 시작하고, 지천에 돋아나는 봄나물을 뜯어 반찬으로 삼는다. 이란, 터키,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나라에서는 이날부터 새해가 시작된다고 한다. 양재천변에 산수유가 활짝 피었다.
한때 개나리가 봄의 전령이라 표현됐는데 이제는 수도권에도 산수유가 많이 심어져 산수유가 개나리 역할을 대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산수유보다 개나리의 노란색이 더 짙고 정감이 든다. 산수유는 열매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받는 것같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절기는 사실 중국에서 차용해 온 것이다. 중국 문헌의 절기는 주(周)나라 때 화북(華北, 지금의 화베이 지방으로 베이징과 텐진이 있는 지역) 지방의 기후가 바탕이 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각 지역 기후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에 비해 조금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도 옛 사람들은 이 절기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다. 양재천의 다리위로 우산을 쓴 사람이 한가로이 지나고 있다. 주변에 수양버들이 옅은 녹색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이 이른 봄에는 이런 옅은 녹색을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한 마음이 든다.
제주도에는 벚꽃이 만개했다지만 서울등 수도권에는 아직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도 왕벚나무의 꽃눈이 부풀대로 부풀어있다. 조금만 더 봄기운이 가해지면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은 기세다. 하지만 아무리 벚꽃이 만개해도 거리두기는 철저히 지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방심해도 코로나가 언제 대규모로 확산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코로나 백신 접종이 활발히 이뤄지니 조금만 더 참으면 조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판단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렇게 꽃심을 누르면서 지내야하니 슬픈 마음도 들지만 어찌 하겠는가. 사람들이 없는 곳을 피해 멀리서 꽃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도 그다지 나쁠 것 같지 않다.
2021년 3월 20일 춘분날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