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여객 / 김사인
창틀에 먼지가 보얗던 금남여객
대흥동 버스 차부 제일 구석에나 미안한 듯 끼여 있던 회남행 금남여객
판암동 세천 지나 내탑 동면 오동 지나 몇번은 천장을 들이받고
엉덩이가 얼얼해야 그다음 법수 어부동 '대전 갔다 오시능규, 별고는
읎으시구유' 어쩌구 하는데 냅다 덜커덩거리는 바람에, 나까오리를
점잖게 들었다 놓아야 끝나는 인사 일습 마칠 수도 없던 금남여객,
그래도 굴하지 않고 소란통 지나고 나면 다시 '그래 그간 별고는
읎으시구유' 못 마친 인사 소리소리 질러 기어이 마저하고 닳고 닳은
나까오리 들었다 놓던 금남여객
보자기에 꽁공 묶여 머리만 낸 암탉이 난감한 표정으로 눈을 굴리던 금남여객
하루 세차례 오후 네시 반이 막차지만 다섯시 넘어 와도 잘하면 탈 수 있던 금남여객
장마철엔 강물 불어 얼씨구나 안 가고 겨울에는 길 미끄럽다 안 가던 금남여객
자취생 쌀자루 김치 단지 이리저리 처박던 금남여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달리던 금남여객
쿠다탕 퉁탕 신작로 오십리 혀도 깨물고 반은 얼이 빠져 강변에 닿으면
색시처럼 고요하게 금강이 있지
사람은 차 타고 차는 배 타고 배는 다시 사람이 어여차 저어
강 건너에서 보면 그림같이 평화롭던 금남여객
벙어리 아다다처럼 조신하게 실려가던 금남여객
보얗게 흙먼지는 뒤집어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