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하는 혈압. 먹고 마시거나 일어서고 앉을 때, 자고 깰 때 등 일상 속 작은 행동에도 혈압 수치는 오르내린다. 자세, 심리상태 등으로 혈압이 오른 경우 대부분 안정을 취하면 다시 내려간다. 문제는 아무리 쉬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다. 안정된 상태에서도 혈압이 140/90mmHg을 넘어설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되며, 이때는 적극적인 치료·관리가 수반되어야 혈압을 정상수치로 낮출 수 있다.
심장내과 위진 교수(가천대 길병원)는 고혈압을 '모든 심혈관질환의 원인'이라고 표현하면서 "평소 혈압을 자주 측정하고,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방치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이어, 고혈압 치료의 시작은 '정확한 혈압측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올바른 혈압 측정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다음은 위진 교수가 김소현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고혈압을 진단받으면 큰 병일까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고혈압, 우리가 어떤 질환으로 이해하고 관리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 같습니다.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큰 병에 걸린 것처럼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사실 고혈압은 노화의 과정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젊었을 때는 피부가 탱탱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주름살이 생기는 노화 현상이 나타나죠. 우리 혈관에도 이러한 노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부드럽고 탄력 있던 혈관들이 나이가 들며 점차 딱딱해지는 변화가 나타나는 건데요. 이러한 노화의 과정에 따라 생기는 질환이 바로 '고혈압'입니다.
즉, 고혈압은 노화 과정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고혈압을 진단받았을 때 '큰 병에 걸렸구나'라고 생각하지 마시고요. 관리와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초기에 고혈압을 인지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평소 고혈압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증상이 있을까요?
'두통이 생겨서 혈압을 재봤더니 고혈압을 진단받았다 혹은 치료를 시작했다'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사실 굉장히 잘못된 것입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고혈압은 조용히 나타나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해 일명 '사일런트 킬러(Silent Killer)'라고도 불립니다. 증상이 없는 조용한 살인자라는 의미죠.
고혈압을 초기에 인지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증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고혈압은 나이, 당뇨, 고지혈증 등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요소가 있는 분에게는 주기적인 혈압 측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제24회 대한중환자의학회-일본중환자의학회'에서 우수 초록상을 수상한 위진 교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고혈압을 초기에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건강검진을 할 때만 혈압을 측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혈압, 한 번만 측정해도 정확할지 궁금합니다. 정확한 혈압 수치를 얻기 위한 조건도 함께 설명해 주신다면요.
혈압 수치는 치료 및 관리의 이정표가 되는 만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사실 혈압은 한 번 측정해서는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습니다. 거듭 측정해서, 측정값의 평균 또는 낮은 값을 확인하여 치료의 목표로 삼아야 하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혈압 측정 시 안정적인 상태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활동할 때, 예컨대 싸우거나 흥분할 때, 혹은 아플 때 혈압을 재면 혈압이 굉장히 높게 나오는데요. 이때의 혈압을 보고 고혈압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흥분하거나 아프지 않은, 즉 안정적인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정확한 혈압 수치고요. 이를 치료와 관리의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혈압이 가장 안정적인 시점은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온 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활동을 하면 혈압이 대부분 상승하고요. 자는 동안 화장실에 가지 않아 방광에 소변이 고여 있는 경우에도 혈압이 상승합니다. 그래서 보통 가정혈압을 잴 경우,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오고 5~10분 정도 충분히 안정을 취한 후에 혈압을 측정할 것을 권장합니다.
Q. 마지막으로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습관을 짚어주신다면요?
고혈압은 단독으로 나타나는 질환은 아닙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나이가 들수록 담배, 당뇨, 고지혈증 등과 관련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고혈압을 진단받으면 혈압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다 궁극적인 목표는 심혈관질환이 생기지 않게끔 막는 것입니다. 따라서, 고혈압 자체를 잘 치료하는 것과 더불어 흡연자는 담배를 끊고, 당뇨·고지혈증이 동반된 환자분들은 이를 꼭 함께 관리하셔야 합니다.
고혈압과 그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혈압이 더 잘 떨어지고, 심혈관질환 위험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기획 = 김소현 건강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위진 교수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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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