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2
낮에 마눌이 전화를 했습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3, 4일째에 가장 아프다고 하던데 지금 괜찮으냐고.
난 첫날 아펐지 않았느냐고 했지요.
(‘아펐지’는 ‘아팠지’가 맞는 것 같습니다. 서울 촌놈이 쓰는 서울 사투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냐고’로 썼지만 서울 사투리로는 ‘냐구’, ‘하고’가 ‘허구’이죠. 이제는 표준어에 익숙해서 ‘돈’을 ‘둔’이라고 하지 않듯이 서울 사투리를 점점 잊고 있습니다. “야, 이녀러 저석아!”는 마장동 사투리인데,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마장동이나 왕십리 쪽에서는 ‘망할 놈’이라는 욕을 ‘망헌 눔’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망할 놈이 아니라 이미 망한 놈이니까 더 나빠질 것도 없다며 약간은 봐 주는 욕인가요? ‘즈런 부자가 될 눔’이라는 욕도 잘했지요.)
6시에 근무 끝나고 제 방에서 나오는 딸(수요일까지만 재택근무 중)에게 라면 한 개 끓이라고 하고 무생채만 작은 접시에 조금 담으라고 했더니 엄마가 아빠 잡수실 오이소박이하고 무생채를 따로 작은 그릇에 담아놓았답니다.
라면을 조금 남겼고.
병원은 7시 이후에 근무하지 않지만, 긴급상황이 생기면 똑같은 번호로 전화해도 본부로 연결이 된다는 문자가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오고.
해열제 두 알 먹었고.
콧속 끝이 목과 만나는 부분이 조금 아픔.
입이 써서 자일리톨 사탕을 먹고,
목이 아프거나 기침이 나면 용각산 사탕을 먹습니다.
마눌이 들어오면 몸살약에 집에서 달인 홍삼액을 넣어서 데워달라고(서울 사투리는 ‘뎌달라고’) 해야겠습니다.
돌아온 마눌이 방문을 열고 빼꼼히 들여다보며 한마디 합니다.
‘눈이라도 한 번 마주치려고.’
마눌이 ‘뎌다’ 준 몸살약을 먹고.
밤 10시 46분에 TV가 꺼지는 시간을 90분 후로 맞춰놓고 누웠습니다.
(30분 단위로만 설정할 수 있어서,)
11시에 채널W에서 ‘파트너’라는 일본 수사물 시리즈를 하는데, 잠이 안 들고 볼 수 있으려나.
이 시리즈는 지금 20시즌이니까 1년에 한두 시즌씩 했다면 10년 이상을 하고 있습니다. 주연 배우 한 사람은 계속 나오고, 파트너는 두어 번 바뀌었습니다.
미국 ‘NCIS’ 시리즈는 거의 1년에 한 시즌씩만 하는데 지금 20시즌을 하고 있으니까 20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1시즌부터 20시즌 초반까지 계속 반장역을 하던 배우(마크 하몬 扮)가 바뀌고, 사이버 전문 수사관인 ‘맥기’(숀 머레이 扮)는 유일하게 20시즌을 계속하고. (반장 이름이 ‘르로이 제쓰로 깁스’인데, ‘제쓰로’는 모세의 장인 이름인 ‘이드로’의 영어식 표기입니다. 부검 검시관으로 나오는 ‘데이비드 맥칼럼’은 옛날 0011시리즈에 ‘로버트 분’과 함께 출연했던 배우입니다.)
영국 드라마 ‘인데버’는 7시즌이 끝났습니다.
외국 시추에이션 드라마는 이렇게 오래 하는 것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시츄에이션 드라마가 거의 없으니까요. 시츄에이션 드라마라야 그렇게 오래 할 수 있지요,
시츄에이션이라고 썼더니 빨간 줄이 나와서 보니까 상황으로 바꾸라네요.
시츄에이션 드라마 = 상황극
아 참, 빠뜨린 것이 있는데,
내가 사용한 식기는 마눌이나 딸이 모두 그때그때 소독을 합니다.
소독은 뭐 대단한 것이 아니라 락스물에 담가두었다가 씻는 거죠.
내가 사용한 수건과 갈아입은 속옷 등은 따로 비닐봉지에 담아놓습니다.
격리가 끝나면 따로 소독하던가 처리해야죠.
5일차
증상 있던 첫날부터는 5일
검사받은 날부터는 4일
지난밤 TV 꺼지는 시간을 90분 후로 해놓았는데, 잠이 들었다가 아마 TV가 자동으로 꺼지고 소리가 안 나니까 잠이 깼나 봅니다. 자는 동안에 주변에서 나던 소리가 안 나면 그것이 오히려 자극이 된다고 합니다.
(아기가 시끄러운 곳에서 잠잘 때 잠 깰까 봐 조용하게 하면 오히려 잠을 깹니다. 외부 자극이 바뀌기 때문이라지요.)
어쨌든 한잠 잘 잔 것 같아서 시계를 보니 12시 18분. ‘파트너’를 본 기억이 없으니까 11시 이전에 잠이 들었을 테고, 1시간 남짓 잔 겁니다.
잠시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4시 10분. 다시 깨니 6시 10분.
목이 건조하고 갑갑하며 기침을 하면 약간의 통증.
콧속에 가래처럼 진한 콧물.
체온 36.7도, 맥박 76, 산소포화도 97%
이만하면 정상입니다.
체온은 37.4도 이상, 산소포화도는 93% 이하면 비정상이라고 합니다.
자가치료지침과 안내문자에 그럴 때는 비상 전화를 하라고 쓰여 있습니다.
아침 식사는 흰밥, 북엇국, 오이소박이, 무생채, 두부조림.
입맛은 좋아졌으나 양은 평소보다 조금 줄었습니다.
미각과 후각에 문제가 있다던데, 나는 별로 모르고 있습니다.
기침약 시럽 1봉을 먹었습니다.
일상에 매일 먹는 약은
gnc 종합비타민(하루 1정) 1알,
rtg오메가3(비타민 d 포함) 1캡슐,
비타민c 1,000mg 1알.
이 약들은 세 식구가 똑같이 먹고
나는 + 혈압약 1알
마눌은 + 혈압약 1알 + 징코민 1알
딸은 + 홍삼액 1봉
이걸 각자 약접시에 담아서 식탁에 올려놓는 것이 내 아침 일과입니다.
딸이 여행을 가면 여행기간 날짜 만큼 하루 치씩 따로 비닐봉지에 약을 담아줍니다. 날짜별로 약을 담는 플라스틱 통이 있지만 여행할 때는 그것도 짐이라서 하루 치씩 먹고 봉지는 버리라고 작은 비닐봉지에 따로 넣어줍니다.
지금 시각 9시 48분 – 병원에서 확인 전화가 올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안 오네요.
첫댓글 서울에 살 때 NCIS
정말 즐겨보았는데...
깁스 맥컬럼 등등...
그새 이름 다 잊어버렸네요. ㅎㅎ
어제 수면내시경 끝내고
회복중에 빨리 깨어나지
않는다고 자꾸 깨우데요.
산소 포화도 떨어진다고...
만 하루 굶었더니
빙글빙글 어지러웠어요.
코로나땜시 곤욕을
치루는 모습...그래도
심하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네요.
울아들도 전화하면
견딜만하다고 하니
다행인가 싶네요.
이럴 때는 노령층 고위험군이라나 뭐라나.하면서 게다가 무지랭이 대하듯이 하는 게 꼴 사납습니다.
오늘은 아침 전화가 안 오는 것이 이상합니다.
이제는 (아침 8시에) 측정 앱에 기록한 것을 그대로 받는 것인가?
아침에 온 국민비서 카톡에도 하루 두 번 오는 확인전화를 잘 받으라고 했는데.
강북000이비인후과가 내 담당병원인데, 나만 아닐테고 간호사가 매일 일일이 전화하는 것도 한 일일테지요.
계속 정상수치가 기록되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고 말입니다.
어쨌거나 도올여사도 더욱 건강하셔야 할 텐데,
건강한 몸으로 만들어달라는 기도를 잘 들어주시면 좋으련만.
나야 기도만 할뿐이고 듣고 이루어주시는 것은 그분 뜻이니까요.
울남편한테 오목사가
나를 위해 기도해준다고
했더니 고마워서
어쩌냐고 하네요.
덕분에 잘 견뎌내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