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방위 산업이 발전한 배경 한국의 방위 산업이 발전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남북으로 분단된 이래 남한과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만 18세 이상 남성에게는 일정 기간 동안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병역의 의무가 주어집니다. 남북 군사적 대립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다른 나라의 도움 없이 자국을 스스로 지키는 자주국방을 이루는 일은, 어느 정부가 집권을 하건 항상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자주국방을 목표로 한국 정부가 방위 산업을 육성하게 된 계기는, 1971년에 있었던 주한 미군 약 2만 명의 철수였습니다. 스스로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주한 미군이 갑작스럽게 철수하자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이때부터 정부는 자주국방을 목표로 고도화된 무기의 개발과 생산에 노력을 집중하게 됩니다. 정부 주도로 중화학 공업 육성이 197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는 무기의 일종인 중화기를 생산하려면 중화학 공업의 시설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6) 한국 방위 산업이 고도화된 것은 ‘불곰사업’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불곰사업은 1991년 한국 정부가 소련(현 러시아)에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한 경제 협력 차관의 일부를 러시아 무기로 대신 받기로 한 국가 사업을 의미합니다. 최신 무기는, 수출을 했다가 다른 나라로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수출이 통제되는 편입니다. 이로 인해 방위 산업을 육성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국가도 많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의 최신 무기와 기술을 확보한 것이 우리나라 방위 산업 발전에 또 하나의 기회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 『코리안 미러클 3 숨은 기적들』, 「중화학공업, 지축을 흔들다」, 나남(2015)
♦ 가격 경쟁력, 빠른 공급 능력을 갖춘 한국 무기 한국의 무기는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2~2016년에 한국이 수출한 무기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 비중이 2017~2021년에는 2.8%로 상승했고, 이로써 한국은 세계 8위 무기 수출국 위치에 올랐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무기 수출액은 177% 증가했는데, 이는 세계 상위 25개 무기 수출국 중 가장 빠른 증가세입니다. 한국의 방위 산업 수출액은 최근 10년간 연간 20억~30억 달러에 머물다가 2021년 약 73억 달러, 2022년 173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과거 아시아와 북미 중심이던 한국 방위 산업의 수출 시장은 최근 중동, 유럽, 중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수출 무기도 과거의 탄약, 함정 중심에서 전투기, 자주포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7)
그림1 무기 수출국 세계 시장 점유율: 2017∼2021년 기준
출처: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
한국 무기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입니다. 세계에서 성능이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독일 자주포 8)와 비교할 때, 비슷한 성능의 한국 자주포는 1문당 9)가격이 독일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한국 자주포는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69%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10) 비슷한 성능의 전차를 비교할 때도, 한국 전차의 1대당 가격은 독일 전차의 절반 수준입니다. 한국 무기의 또 다른 장점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공급 능력이 빠르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폴란드와 2022년 7월에 대규모로 계약한 무기의 물량 중 1차분인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8문을 4개월 만에 납품했습니다. 무기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문에서 납품까지 통상 수년이 걸리는 주요 무기 수출국의 공급 능력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수준입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후 무기 수입에 나선 폴란드가 한국 무기를 대량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경쟁 상대인 독일 무기에 비해 한국 무기의 납품 기간이 훨씬 짧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 군인들은 남북 대치 상황으로 인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평지와 산악을 골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훈련을 바탕으로 무기의 성능이 검증된 점, 무기 성능 검증에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한국 무기가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 7) 산업연구원, 「글로벌 방산수출 Big 4 진입을위한 K-방산 수출지원제도 분석과 향후과제」(2022. 9.)의 내용을참고해 정리함. 8) 자주포: 지상 전투에 사용되는 화포로, 차량에 탑재되어 스스로 주행이 가능하며 모양은 탱크와 유사함. 9) 문: 포의 숫자를 세는 단위 10) 동아일보, 「글로벌 자주포 시장 점유율 1위... 영·미 등과 함께 차세대 무기 개발」, 2022. 3. 28. 11) CNN, 「Speeding tanks, booming howitzers, shaking bones: This is how South Korea sells weapons」, 2022. 11. 25. ♦ 확대되고 있는 세계 방산 시장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세계 곳곳에서 자국의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방비를 국내 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증액하고 약 1,000억 유로(약 133조 7,000억 원)의 특별 국방 기금을 조성해 군 장비를 현대화하기로 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국방 예산을 GDP의 2%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한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12) 세계 각국의 방위 예산은 2016년 1조 7,870억 달러에서 2021년 2조 70억 달러로 연평균 2.3% 증가했습니다. 13)
그림 2 군사비 지출 비중
출처: SIPRI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
12) 주간동아, 「‘우크라이나 특수’에 美 방산업체 ‘잭팟’」, 2023. 2. 4. 13)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 SIPRI Military Expenditure Database(2022)
♦ 한국 방위 산업의 미래는? 무기는 도입 후에도 유지에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합니다. 일례로 전투기는 도입 후 30~40년간 사용하는데, 도입 후에도 무기 운용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부품을 교체하거나 정비하는 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렇듯 무기는 무기 자체를 수출한 후에도 관련 수출이 이어지기 때문에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정부 차원에서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2022년 방산 수출 수주를 통해 13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46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14)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넘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정부는 방위 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 소재 부품 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민과 군의 기술 협력에 2027년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5) 또한 2023년 유럽·아시아 국가들과 연달아 방위 산업 협력 행사를 개최해 각국의 정책과 제도를 파악하는 한편, 각국과의 방위 산업 협력 추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은 각종 첨단 무기 개발에 필요한 조선, 반도체, 정보 통신 분야의 기술력과 생산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산업을 방위 산업과 연계하면 산업 간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과제를 넘어 한국의 방위 산업이 미래의 성장 산업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14) 뉴스1, 「軍 ‘방산수출 → 정부 지원 → 첨단전력 건설’ 선순환 구조 만든다」, 2023. 1. 11. 15)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방산, 2027년까지 세계 점유율 5% 목표… 4대 수출국 도약」, 2022. 11. 24.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만드는 <경제로 세상 읽기>는 매달 1편씩 기획재정부 경제교육포털 https://eiec.kdi.re.kr/material/pageoneView.do?idx=1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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