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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戰爭 - 山崎 英祐
하늘의 라바울이 지하의 라바울로 변하였다. 영광의 라바울 항공대는 종적을 감추고 아침 저녁 굴파기와 밭갈이의 연속이었다. 살아남은 병사, 외출금지에서 벗어난 병사, 계급장 없는 병사 등 잡다한 집단이 지하 백년전쟁을 진실로 생각하고 두더지와 같이 살고 있었다. 도오꾜에서 나고야까지의 거리만큼이나 되는 땅굴을 판 두더지 전쟁.
地下의 百年戰爭
두더지와 같이 땅굴에서 땅굴로 라바울의 10만 병사는 모두 지하에 숨어버렸다.
아침저녁으로 정기편(定期便) 이라고 불리우는 적기군(敵機群) 의 내습을 피하여ㅡ
『만일 일본이 패하여도, 적이 본토에 상륙했다고 하여도 우리들 라바울의 병사는 20년, 30년이라도 목숨이 있는한 싸우는 것이다. 절대로 항복하지 않는다. 참고 견디어 새로운 일본제국을 이 남해의 섬에다 건설할 것이다. 각오하라 백년전쟁임을.』
이 참모의 말이 어느정도 자포자기적인 공허한 감향을 주기는 하나 군인들은 백년전쟁일지도 모른다, 진실로 새로운 일본제국이 건설될는지도 모른다고 믿는 외에는 달리 생각할 길이 없었다.
참모의 말대로 공습의 틈을 타서 방공호를 파는 일은 땅바닥이 밑이 나지 않을까 염려할 정도로 계속 되고 현지의 자활을 위한 농경은 정글을 헤치고 착착 개간였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말라ㅡ 이것은 라바울의 철칙이다. 자기가 사는 호는 자기가 파고 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라바울은 본토와의 연락이 두절, 고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도 탄약도 식량도 어느 것 한가지라도 본토에서는 오지 못한다. 팔짱을 끼고 있다가는 구아들카낼 섬과 같이 전멸 아니면 아사 둘중에 한 길 밖에 없다.
조국을 멀리 적도를 넘어서 남반구. 그 태평양상에 있는 암흑의 대륙 뉴우기니의 동쪽에 인접한 가늘고 긴 두개의 섬과 작은 섬들이 있다. 이것을 비즈마아크 제도라고 한다. 그 중에 제일 큰 섬이 뉴우브리튼 섬이다.
라바울은 그 섬의 동쪽끝에 있는 항구로서 섬의 수도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넓은 하구로 된 항만으로 상품의 매매 중계지에 지나지 않았다.
점령 당시 제국해군은 라바울 항구내에 수많은 함정을 띄우고 쿠사까 중장을 사령관으로 남동방면 함대의 근거지를 삼고 있었지만 사이판이 함락된 후로는 만내에 떠있는 함선은 한척도 없이 손발을 묶인 해군부대 6만이 보람없이 고도에 웅성대고 있었는 형편이었다.
육군이라야 이마무라 대장을 사령관으로 하는 남해파견 부대는 많은 직할부대 외에 누마(沼), 쓰기(月), 나쯔(夏) 등 3개 사단이 있어Trhm 인접의 뉴우아일란드에는 다까시, 사단 등 이것 역시 5만을 넘는 대병력이 진퇴양난에 빠져 발이 묶였다. 유배간 사람들인 양 고립되어 있었다.
육해군을 합하여 각하로 불리우는 장관(將官) 이 30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은 얼마만한 대부대가 이 지도 위에서 보면 콩알만큼한 섬 위에 집결되어 있었는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라바울에는 이밖에도 구아들카낼에서 살아남은 병사도 있었고 뉴우기니에서 인육을 먹고 살아남았다는 패잔병도 있었다. 또 뉴우브리튼 섬 서단의 트르브 지구에서 전진(轉進) 해온 장비도 계급도 없는 무등병 부대도 있었다. 그들이 본토에서 직행으로 온 싸움을 모르는 병사나, 만주에서 온 구 관동군계의 부대나 자바, 싱가포르 등 전진(轉進) 의 모든 부대와 뒤죽박죽이 되어 다만 먹기 위해 살아가듯이 피투성이의 현지 자활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南海의 새 日本帝國
배도 없고 비행기도 없고 본토와는 연락도 없다. 내일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도 모른다.
다만 알고 있는 것은 공습에서 목숨을 지키기 위하여 방공호를 파는 것과, 어쨌든 살기 위하여는 농경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 뿐이었다.
드럼통을 두드려 펴서 만든 괭이, 삽, 곡괭이, 이 같은 기구로 산중턱이나 산골짜기 땅굴을 파고 정글 속에서 농작지를 개간하였다.
방공호는 총 길이 2백 킬로가 넘었다.
어느 참모의 계산으로는 3백 킬로가 넘어 도오꾜에서 나고야만큼의 거리가 된다고 했다.
하여간에 공습에서 목숨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의 힘은 불과 2, 3개월이라는 짧은 시일내에 만리장성이 아닌 긴 땅굴을 파고 말았다.
장군도 참모도 병사도 모두 흙을 메어나르고 삽을 손에 들고 라바울 특유의 화산회(火山灰) 와 맞붙어 굴을 팠다. 그 굴은 여러 가지였다. 마구 파젖힌 소홀한 호도 있고 야자나무로 갱목을 받쳐서 안전하게 만든 것도 있었다. 해군사령부 호처럼 콘크리트를 써서 반영구적으로 견고히 만든것도 있었다.
도남령(圖南嶺) 이라고 이름붙인 육군사령부의 호는 그런대로 교오도의 지리를 연상케 할 만큼 바둑판같이 정연하게 팠고 지하도의 4각에는 각 부대에서 오는 연락 병사를 위하여 공중전화까지 비치하였다.
지하가(地下街) 의 한 쪽에는 「도남문고」라는 이름을 지은 도서관까지 있어 그 문화적 시설은 정글 골짜기에서 나오는 병사들을 부럽게 했다.
호의 입구는 야자나무의 기둥으로 엮어서 폭탄이나 지진에 의한 낙반을 예방하도록 공사를 했다.
폭격은 매일 아침저녁 2회 있지만 그 밖에 한달에 두 세번의 지진이 있다.
원래 라바울은 지진으로 유명한 곳이다.
만(灣)을 둘러싼 두 개의 화산이 있다. 하나는 하나부끼산(花吹山) 또 하나는 니시부끼산(西吹山) 이라고 일본 이름을 붙였다. 그 화산은 1937년에 한번 대폭발하여 항구의 거리를 일순간에 매장해버린 역사가 있다. 그런 유래가 있는 지진은 해일의 공포마저 따르게 하여 농성(籠城) 하는 병사들을 겁나게 했다.
『본토와 같구나. 섬나라에는 지진이 있는 법이고 온천도 있는 법이야...』
병사가 말하듯 하나부끼 산기슭에는 온천이 솟고 있어 공습만 없다면 때 아닌 도원경(桃源境)을 이룰 것이 틀림없었다.
해안에서도 용솟음치는 열탕(熱湯)은 바닷물을 끓어오르게 하여 병사들의 향수를 유발했다.
본토와 같은 지진과 온천ㅡ 그 둘에 마지못한 정을 붙여가며 생전 처음보는 정글을 개간하여 그 낮선 다로 감자, 파파이아 종류의 재배에 10만여의 일본사람은 정신(挺身) 하였다.
새로운 남해의 일본국을 건설하기 위하여ㅡ
정글과의 싸움
이름도 모를 나무에 담장이 덩굴이 감기고 새털나무가 무성하여 하늘을 쳐다보면 낮에도 캄캄한 정글은 천고에 인적이 없었던 신비경이다.
병사들은 농경지를 얻기 위하여 이 미개지와 싸움을 했다.
군도(軍刀) 는 신성한 병기일지 모르나 살기 위해서는 담장이 덩굴이나 잡초를 베어버리는 기구로 쓰지 않으면 안되었다.
하루에 50, 60센티 전진할 수 있다면 좋다. 베어낸 큰 나무나 잡초는 남방 특유의 스코오르로 금방 땅바닥에 깔려지고 다시 강렬한 태양볕에 건조된다. 그리고 불이 붙여져 밤낮없이 타들어 간다.
물론 적기의 목표가 되어 총질과 폭격은 소나기다. 그 무렵에는 병사들은 멀리 떨어진 다른 곳에서 정글 개간을 하였다.
마치 고양이 얼굴만한 공지라도 있으면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재배했다.
타피오카라는 나무의 줄기를 길이 30센티정도씩 잘라서 산기슭 경사진 곳에 꽂아 두면 약 6개월 후에는 양파만큼한 열매가 맺힌다. 그것을 빻으면 떡가루 같은 전분이 된다.
고구마는 줄기와 잎을 5, 6십 센티 정도로 짤막짤막 잘라서 그것을 초벌 간 밭이랑에 꽂으면 다만 그것으로서 남해 특유의 태양과 스코올로 인해 뿌리가 뻗고 고구마 알맹이가 몇 개씩 달린다. 3개월 후에는 많은 수확을 본다.
이 중에서 반 이상은 그날의 식료로 없어지지만 남은 반은 햇볕에 말려져 건조 감자가 되고 혹은 감자술의 원려가 되었다.
일년에 몇 번씩 있는 천장절이나 설날 같은 축제일에는 이러한 감자소주가 야실주와 함께 귀중한 급여품으로 되었다.
쌀농사도 실시해 보았다.
현지의 자활대라고 하는 지도부대가 편성되어 라바울에 있는 각 부대를 돌면서 농사방법을 지도하며 돌아다녔다. 농업학교 출신 병사, 그리고 장교도 동경대의 농학부 출신이 있고 또 농학박사의 간판을 가진 예비역 등이 있어,
『타피오카의 재배법에 대한 설명을 한다.』
하고 학교 선생들처럼 각 부대에 집합한 농사반이나 병사들을 앞에 놓고 강의했다.
본토에서 가져왔다고 하는 볍씨를 우선 산 위에 널려 있는 농지에 뿌렸다.
『벼에는 물벼와 밭벼 2종류가 있다. 그러나 라바울에 있어서는 밭벼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재배는...』
하고 도시 출신의 병사에게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같이 쌀이 될 때까지의 해설을 하여 현지 자활본부에서 나눠준 적은 볍씨를 그처럼 보석을 다루듯 하여 풀 한 포기 없이 다듬은 농토에다 뿌렸다.
비가 온다. 해가 비친다. 또다시 비가 온다. 병사들은 벼싹이 나오는 것을, 하루를 천추같이 생각하고 기다렸다.
기다리는 벼싹은 나왔다
원래부터 라바울에 뿌린 볍씨는 처음부터 파종용으로 본토에서 주문해 온 것은 아니었다.
남방은 더워서 부패하기 쉽다. 그러기 때문에 보존할 수 있는 벼 가마째 온 것이었다. 점점 전쟁이 가열의 도를 더한 까닭에 탈곡할 사이도 없이 벼째로 보내왔는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고의건 우연이건 이 남해의 섬에 도착된 최후의 수송에서 굴러나온 불과 세 가마의 벼는 바야흐로 금후 백년 라바울에 있는 10만의 장병을 보양할 정도로 결실을 맺어 줄것인가, 참으로 주식을 담당할 중대한 역할을 갖고 있는 것이다.
『보고합니다. 오늘 아침 벼싹이 약 1미리 정도 나온 것을 발견했읍니다.』
병사의 보고가 있을 때 대장은 싱긋 웃으면서 좋아했다. 전투가 한창일 때 바로 전선에서 벼싹이 나왔다, 안나왔다 하고 떠들 정도로 백년전쟁의 사상이 철저했고 살기 위한 현지의 사실이었다.
『싹이 나왔어요. 벼가 되네요.』
호(壕)에서 마다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퍼져갔다. 그처럼 쌀의 그리움에 주리고 있는 병사들을 눈물나도록 기쁘게 했다.
그처럼 타피오카나 감자만으로 주식이 되어 있는 곳에서 쌀은 귀중품으로 누구나 한번 배차게 쌀밥을 먹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꿈에서까지 하고 있었다.
본토에서 사치라고 생각하던 바나나, 파파이아, 야자의 열매를 먹고 싶던 것과 같다.
카나카 토민이 살고 있는 산 속 소부락에 가서 옷감과 바나나를 바꾸었다.
옷감은 빨강, 파랑, 노랑 가지각색의 단순한 원색을 좋아했다.
현지 토민은 카나카 말로서 라푸라푸라고 하는 허리치마 한 장으로 남자도 여자도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필수품으로 가장 귀한 것은 참으로 이 라푸라푸 뿐이었다.
각 부대에서도 선무용(宣撫用) 으로 라푸라푸를 만들 옷감을 가지고 있었다. 토민들은 이 옷감을 양팔로 힘껏 재서 한발을 한 벌 분으로 정한다. 90센티 폭에 2미터의 길이다. 이것이 바나나라면 백 개, 파파이아라면 20개 정도로 거래 되었다.
『보께, 께야께 (오호, 안녕하십니까)?』
토민은 카나카어(語)를 사용했다. 그 중에서도 전전(戰前)에 화교(華僑)나 오스트레일리아 인들에게 종사한 경험이 있는 패들은 피죤 잉글리시(비둘기 우는 소리같은 카타코트 영어)로 말했다.
『매스터 넘버 원. (나리 제일입니다)!』
넘버원은 글자 그대로 제일이고 훌륭하다는 의미, 나쁘다든가 좋지 않다는 의미로는 넘버 텐 이라고 한다. 열 번째니까 1번보다 떨어진다고 하는 뜻이다.
피죤 잉글리시로는 원과 텐은 있어도 그 중간의 2, 3, 4, 5 등이 없다. 1에서 10까지 건너뛰기 때문에 처음 듣는 사람은 이상하다.
만사가 이 모양으로 중학교 잉글리시 정도의 능력만 있다면 대단한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된다. 남자는 보오이, 여자는 걸이라고 하지 않고 메리라고 한다.
애기라도, 과년한 처녀도 그리고 늙은이도 대개 여성은 모두 메리라고 부른다.
당신이라는 말은 일본의 잉글리시와 같이 유(you) 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라는 말에 있어서는 아이, 마이, 미의 구별도 없이 모두 미(me)의 한마디로 통한다. 작다는 말은 스모올, 크다는 말은 빅ㅡ
때문에 반벙어리 같은 영단어(英單語)를 다섯 개나 여섯 개 정도 외우면 라바울의 산 속으로 자유스럽게 돌아다닐 수가 있다.
담배 두세 대로써 야자의 열매를 얻을 수가 있었다. 이 열매는 우선 한 되나 한 되 반의 칼피스 같은 달콤한 물을 갖고 있다.
칼로 꼭지에다 구멍을 뚫고 꿀꺽꿀꺽 마시는 맛이란 고도(孤島)에서 두더지 생활을 잊게 하는 기쁨이었다. 수분을 마신 후에는 두 조각으로 갈라서 껍데기 안쪽의 1센티 정도 두께로 붙어 있는 속살을 막 먹어댔다.
그 열매의 겉껍데기는 연하여 흰 밀크로 만든 과자를 먹는 것 같았다. 또 속살은 화식집에서 먹는 생오징어를 연상하게 한다. 또 단단한데는 은행이나 땅콩 생각을 나게 한다.
공중을 나는 닭
닭이라는 짐승은 얌전하게 두 발로 걸어돌아다니며 모이를 쪼아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돌아다니던 끝에 시원스럽게 날개를 치면서 공중으로 날기 때문에 여간 주체스럽지가 않았다.
라바울의 생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식량이며 더욱이 동물성 단백질이었다.
군의 명령으로 닭의 사욕을 장려했다. 각 부대에서도 호사(壕舍) 입구에다 닭장을 짖고 닭을 치기 시작했다.
고기나 계란은 일단 결전일(決戰日)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에네르기의 원천이다.
어느 부대에도 닭을 치는데 경험을 가진 병사는 있다. 그런 병사가 사육하는 책임을 졌는데 본토에서 하던 대로의 경험이었기 때문에 실패하였다. 철사망 대용으로 대나무를 곱게 쪼개서 엮었다. 이것으로 울타리를 만들었으나 웬걸, 탁 터진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야성적인 닭의 습성으로는, 땅 위에 있어야 하는 뱀이나 도마뱀(=남양지방의 도마뱀은 크다) 에게 잡혀먹히기 때문이다.
까마귀처럼 날개를 치면서 골짜기에서 골짜기로 날아다니면서 적당한 나뭇가지에 앉는다. 뱀이 올라가면 무게 때문에 휘어들거나 부러질 만한 가는 가지 끝이었다.
밤에 이런데서 자고 아침이면 날아내려와서 닭장 안에 뿌려놓은 모이를 먹는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먼 데로 도망가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것은 역시 닭이지만 중요한 계란을 어디다 낳는지 이것을 찾아내는 일이 보통 수고가 아니야.』
사육계(飼育係) 병사들의 탄식은 고사하고 참호가 파져있는 산골짜기에서 산골짜기로 우리들의 동물성 단백질은 허공을 날으로 있었다.
칼슘의 보급도 필요하다. 따라서 어로반(漁撈班)을 편성하여 해안선에서 어류를 포획 하도록 하였다.
이것도 명령으로 주(週) 1회 정도의 할당으로 고기낚시가 시작되었다.
낚시꾼과 생선장사를 해 본 전력(前歷)을 가진 병사가 이 일을 담당했다.
처음에는 긴 낚시대를 만들어 한 마리씩 잡았으나 이같은 전선에서 그렇게 하여서는 부대전원에게 줄 만한 고기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많이 잡기 위한 방법으로 조금 거칠지만 수류탄을 쓰기로 했다.
아가쓰기 부대(曉部隊) 라고 하는 선박공병대에는 폭격에서 구조된 큰 발주정(發舟艇) 이 있었다.
수영에 경험있는 병사가 이것을 타고서 고기가 군식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수류탄 1발을 바다 속에 집어넣었다. 고기가 그야말로 이름도 모를 붉은 것, 파란 것, 색색의 물고기가 새하얗게 배를 드러내면서 떠오른다.
그러면 몇 명만 배에 남아있고 전원이 물에 뛰어들어 손으로 주워 올린다.
본토(일본)의 고기와 달리 살이 굳고 잔가시가 많아서 거의가 대가리와 부레 뿐인 것 같은 고기였으니 모두가 탐나게 먹었다.
『아직 멀었다. 오랜 전쟁생활에 견디어 내게 하려면 더욱 널리 자원을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개간 개발, 그리고 병기에 있어서 창의성 있는 연구에 의한 발명...』
『병기도 만듭니까? 현지에서...』
『그럼, 신병기를 말이지.』
산곡간(山谷間) 에 있는 참호의 입구에 만든 판자집 사령관 숙사(宿舍)에서 이마무라(今村) 육군 대장은 보도 반원들과 즐거운 듯이 장기전을 싸워 나가기 위한 구상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병기창의대(兵器創意隊) 라고 하는 부대를 신설하기로 했어. 적들도 크게 놀랄 신병기를 생산해 낼 거야. 이미 화약류는 현지에서 생산할 가망이 있거든.』
이마무라 군사령관은 과연 육사 육군대학을 수석으로 나온 만큼 자바 작전등의 경력으로 보아도 무장(武將) 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지장(智將) 이었다.
마에야마(前山) 대령을 장으로 삼은 병기창의대 라는 것이 간신히 연명해 나가는 아무것도 없는 전선 라바울에서 신설된 것은 벌써 전쟁도 말기에 접어든 때로서 본토의 사람들은 물론 연합군측에서도 모르는 사실이다.
그것은 종전(終戰) 의 보도를 듣고 신병기류는 모두 바닷속에 집어넣고 말았기 때문이다.
별을 못본 新兵器
신설된 병기창의대는 라바울 만(灣)에서 바라보는 하나부끼야마(花吹山) 가까이에 있었다.
『양키든 몽키든 언제든지 오십쇼라고 기다리고 있다. 신병기를 속속 만들어내고 있으니까.』
마에야마 부대장은 벌써 60 고개를 넘은 노대령(老大領) 이지만 야자주(酒)를 마시고 담논풍발(談論風發= 이야기나 의논이 풍부하게 나옴) 하고 계급을 잊고 사병들과 같이 떠드는 훌륭한 지휘관이었다.
『이 라바울에서는 60 이상으로서 노일전쟁을 알고 있는 훌륭한 사람은 각하(閣下)로서 군사령관, 영관(怜官) 으로서는 나, 장교로서는 노시리(野尻) 라고 하는 중위 정도야. 바로 살아있는 국보(國寶) 지.』
젊은 대학 출신의 기술장교와 신병기에 대하여 의논할 때 형세가 이쪽이 불리하다고 보면 노부대장은 60세의 국보설을 끄집어낸다.
그러고는 호탕하게 웃어버린 후에,
『그래! 참 자네가 말하는 학설대로 된다면 좋겠어. 연구에 착수해 주게.』
하고 마치 수험공부 중인 자녀를 위로하는 어버이 같이 여러 가지로 보살펴 주었다.
젊은 장교나 이공계 출신의 군인은 어느 부대에서도 볼 수 없는 연구실을 가지고 (연구실이라기 보다 움막이지만) 신발명의 화약 실험 등을 계속했다.
신폭약에 가장 필요한 유황은 활화산 하나부끼야마(花吹山)에서 수집했다.
소폭발에 위협을 받으면서 화산회(火山灰)를 밟고 산에 오르는 병사의 모습은 백년전쟁을 믿고 일대 반격의 기대를 건 현명한 노력의 표현이었다.
해안대지의 모래를 모아오는 병사도 있었다.
탐조등(探照燈) 의 폐품으로 된 카아보라이트를 대공감시 부대에서 수집하여 오는 병사도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광석이나 잡초, 수피류(樹皮類) 가 어떤 용도에 쓰이는지 이 부대의 산골짜기로 수집되어, 이곳 저곳 움집 연구실에서는 유리, 세룰로이드, 유산, 초산 등으로 만들어져 나왔다.
『아직 대량 생산이 안됩니다.』
하고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지도 못하고 열에다 후라스코를 흔들고 시험관을 들여다보는 병사들의 모습에 내일의 희망에 생생한 빛이 보였다.
『폭발력이 매우 강력한 것을 만들어 내었읍니다.』
『여하튼 적은 상륙을 시도할테니 물가에서 격멸하지 않으면 안될 형푼입니다. 그러자면 종래의 지뢰(地雷)로서는 이 넓은 해안선에 펼쳐 깔 수는 없읍니다. 그러니까 움직이는 지뢰 같은 것을 나는 생각하고 있읍니다.』
『나는 박격포를 개조한 해안포를 연구하고 있읍니다.』
『나는 휴대용 소화염방사기(小火炎放士器) 입니다.』
여기서는 장교도 사병도 없었다.
각각 전문에 따라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돕고 도와주어 가면서 착실하게 한가지 한가지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용로(鎔爐) 도 설비되어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녹아번지는 쇳물을 길다란 쇠국자로 떠서 주조틀에 부어 넣는 병사도 있었다.
보니까 모래로써 굳힌 조잡한 주조틀이라, 만들어진 쇠바퀴(鐵輪) 나 철봉(鐵棒)은 그 겉은 껄쭉껄쭉하고 벌레먹은 것 같은 자잘한 구멍 투성이였다.
『이 부품(部品)은 이정도로서 좋습니다. 정밀기계는 호 안에서 만들고 있읍니다.』
호 속에는 벨트며 푸라이스 반(盤)이나 선반(旋盤)이 가동하고 있다. 폐물의 온갖 병기 깨어진 부분품이 거기에서는 선반등의 공장기계에 들어가서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져 나온다.
『신병기 X호 입니다. 무엇이 되는지 부분품을 만들고 있는 우리들은 모르겠지만 매우 정밀하고 그리고 거대한 것 같습니다.』
신병기 X호ㅡ 그것은 마침내 종전(終戰)까지 완수하지 못했다.
그리고 병기창의 제작 제 1호인 수십문의 해안포와 몇 천개나 되는 대전차폭뢰(對戰車爆雷) 는 라바울 만의 해저 깊이 수장(水葬) 되어 버렸다.
부대의 장병도 각각 소속원대로 돌아가고 오스트레일리아군이 상륙하여 왔을 때는 용광로(鎔鑛爐)만 멀거니 입을 벌리고 나자빠져 있었다.
어느 쪽이 捕虜냐
싸움이 끝났어도 오스트레일리아 군은 상륙해오지 않았다.
라바울 항만 밖에서 정박(碇泊) 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군함에 이마무라(今村) 사령관 이하가 정전조인(停戰調印) 때문에 승함하였을 때,
『라바울에 10만, 근변(近邊)에 있는 제도(諸島)에 4만, 합하여 일본 육해군 14만....』
이라고 한 일본측의 말은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정말로 그런 대부대가 있는가?』
『예스, 리스트는 이대로....』
라고 병원(兵員) 배치표를 보여도 납득이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이같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이 좁은 곳에서 먹고 살았단 말야. 본국과의 연락은 일년 반 이상이나 두절되고 있었던 형편에....』
『향후 10년 간은 살 수 있는 식량과 싸울 수 있는 병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축척하고 있었는가?』
『그렇다, 그 밖에 식량과 병기도 생산하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군의 지휘관은 그 말을 듣고 묵묵히 말이 없었다. 속으로 라바울의 진주는 잘못하면 큰일이 나겠다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근간에 진주할 날을 통지할테니 그때까지 일본군의 무기를 한군데 집적시키고 라바울 시내에서의 병기는 물론 일체의 시민도 시내 밖으로 물러나도록 하라.』
함상에서 오스트레일리아군 사령관은 일본군 대표 이마무라 대장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빵에다 함박스텍, 파인 쥬우스 등 대표단으로서는 오래간만인 여러 가지 요리를 대접했다.
무사들의 정신이요, 예의이니까, 하고 찼던 칼을 풀어놓으면서 말했다.
이마무라 대장과 참모들 대표단은 누구나 비무장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스트레일리아 군은 칼(일본도) 은 일본군의 유일한 무기니까 항복 조인 식장으로 차고 들어오는 것은 예의에 벗어 나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들이 수류탄을 가지도 들어오는 것과 같습니다. 칼은 이쪽으로 보내 주십시오.』
오스트레일리아군 측의 통역의 말을 빌릴 것 없이 육탄공격(肉彈攻擊)을 각오로 하는 일본군에 있어서는 참으로 유일한 무기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같은 군대 기동전에 있어서 어디에 쓸모가 있다고 하겠는가.
오히려 장교는 일본도(일본 무사들의 긴 칼), 사병은 재크나이프로써, 계급을 표시하기 위한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었던가.
정전 조인이 있은 후 2개월이 지나서 오스트레일리아 군 부대는 라바울에 진주하여 왔다.
항구의 잔교(棧橋)에 일렬로 서서 거수경례를 붙이는 일본군 참모나 연락장교에게, 제일 먼저 주정(舟艇)으로 상륙한 문신(文身 = 실에 먹을 묻혀 가지고 살에 꿰서 글자나 그림을 새김)을 한 오스트레일리아 군들은 무엇이라고 떠들어대며 자동소총을 옆구리에 끼고 참모견장을 쥐어 뜯어버리면서,
『자팬, 사라져라.』
했다는 것이다.
후에 생각해 보니까 그들의 야만적이며 귀축(鬼畜) 같은 일본군의 출영(出迎)이 기분 퍽이나 나빴던 것이 틀림 없었다.
라바울의 시내를 비워주고 산속이나 정글이며 숲지대로 물러간 일본군이 놀란 것은 진주한 병력이 그렇게 많지도 않으면서 오스트레일리아군 부대가 시내 주변에다 바리케이트를 쌓고 피아노선을 둘러치고, 기총좌(機銃座)를 만들고, 방어태세를 취한 것이었다.
『아! 점령부대가 원진(圓陣)을 만들어 철조망을 치고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언덕 위의 숲 속에서 라바울 시가를 바라보는 병사의 말이다.
무리도 아니다.
10만을 넘는 일본 포로에게 포위 아닌 포위가 된 형편에 불과 3백명에 지나지 않는 호주군으로서야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쪽이 포로인지 분간 못할 형편이다.
두더지 생활에서 별을 보는 하늘 밑으로
포로라곤 하지만 대부대의 그 고통스러움 때문에 스스로 포로수용소를 만들고 그것에 들어가 오스트레일리아군을 안심시키지 않으면 안되었다. 어떻든간에 3백명 정도의 진주군에게 십여만 명의 대부대가 수고를 끼쳐서는 안될 일이고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군도 그곳까지 손이 미칠 리가 없다.
장군도 참모도 또한 사병도 그리고 군속도 신문기자까지 모두가 야자숲을 베어버리고 막사를 세우고 1만 5천명 평균으로 수용할 수 있는 캠프를 9개소나 만들었으며 주위에 철조망을 치고 출입구에는 오스트레일리아군 보초를 위하여 초소도 만들어 각각 자기 스스로가 수용되어 갔다.
우리들의 신문기자들의 일도 끝났다. 육군 보다반으로 아사히(朝日), 마이니찌(每日), 요미우리(讀賣), 도오메이(同盟) 등 네 신문사 특파원이 으스름한 호 안에서 야자기름의 등잔불에 의지하여 수신(受信)하던 본국의 라디오나 통신, 뉴우스도 이제는 들을래야 들을 수 없고 발표할래야 할 수 없게 되었다.
등사판으로 박아낸, 조잡하기는 하였지만 라바울에서 유일한 일간지 라바울 신문도, 그리고 측량대(測量隊)의 석판(石版)으로 인쇄한 월간 잡지 「전진(戰陣)」도 모두 과거의 일로서 매장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우리들의 편집한 신문도 결국은 전의앙양(戰意仰揚)을 위한데 지나지 않았으니까ㅡ
캠프가 세워지고 널빤지를 댄 상 위에서 잘 때 누구나 살아 있구나 하는 기쁨을 진심으로 맛보았다.
태평스럽게 두 팔다리를 쭉 펴고 공습의 걱정도 않고 지붕에 덮인 야자나무 잎새 사이로 밤하늘의 별을 쳐다볼 때의 그 기쁨ㅡ
공기가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는 것일까.
야자 기름의 등잔 기름 냄새와 인열(人熱)로 생기는 오열, 물방울이 떨어지는 지하수의 방공호 속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해 온 사람에게 있어서 지상의 밤바람을 쏘이면서 잠자는 것은 방공호 속에서의 생활을 체험 못해 본 사람은 알 수 없는 기쁨이다.
『참 공기가 시원하고도 맛있군요!』
『아아! 참 별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모포에 몸을 감고 서로들 말을 주고 받았다.
이같은 말은 끝이 없었다.
『10년간은.... 하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될 모양이군.』
『가고파.... 본국 고향에는 여자가 있다. 여자의 얼굴이라도 보고파....』
『그렇구나, 남자 이외에 여자라고 하는 존재도 있었지?』
동물적인 얘기 같지만 라바울의 장병들은 여자란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남자만이 10만이라고 하는 사회, 더군다나 20세부터 40세까지의 새파랗게 젊은 청장년 층 뿐이라, 이성의 욕구는 치열한 것이었다.
여자 세 사람
남자 10만명 가운데 일본인 여성이 셋 있었다.
한 여자는 징용된 선장(船長)의 아내로 일가족이 모두 배를 탔다. 개전 초기에 연안 수송을 담당하고 있던 중 배가 격침되어 남편이 행방불명 되었는데, 남편이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본국과의 연락도 끊어져서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다른 두 여자는 위안부라고 부르는 존재였다.
1944년 1월, 라바울에 있던 전 여성은 맨 나중에 본국으로 떠나는 수송선을 타고 떠났던 것이었다. 그러나 라바울 만을 떠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의 잠수함 때문에 격침되고 말았다.
1백 명 정도의 위안부는 물론, 선원과 편승한 본토 연락병도 모두 빠져 죽고 말았다.
그러나 이 두 여자만은 끝까지 헤엄쳐서 라바울에서 가까운 해안에 와 닿게 되었던 것이다.
『힘센 남아도 빠져 죽었는데 앞바다 몇해리를 잘도 헤엄쳐 왔구려.』
처음에 구조한 부대의 장병이 이상스럽게 물었을 때, 여자는 말했다.
『죽지 못하죠, 이렇게 멀고 이름도 모르는 바다에선... 와가야마(和歌山) 까지 헤엄쳐서 가려고 하였는데.』
그 여자의 출신지는 와가야마껭(和歌山懸) 으로 사공의 딸이었다. 국민한교 때부터 기이 반도의 바닷가에서 헤엄을 치고 살았다는 강한 심장의 여자였다.
『걷는 것보다 헤엄치는 것이 더 쉬운 모양이군 그래.』
구조되어 정신차리에 하는 약으로 포도주를 마시면서 이렇게 말하던 여자는 S양이었다.
S양의 나이는 23세, 통통한 얼굴에 해녀에게서만 볼 수 있는 균형잡힌 아름다움이 있었다.
또한, 여자 M양은 오끼나와 태생으로 오랫동안 라바울 섬에서 위안부 노릇을 했다고 한다.
32세나 되는 여자였다.
『죽고 싶지는 않아요.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가무잡잡하고 길쭉하게 생긴 얼굴로 수줍어 하면서 M양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여자란 여자는 모조리 돌려보내 옥쇄태세(玉碎態勢)를 갖춘 라바울에 이렇게 여자 세 사람이 나타났으니 육해군이 모두 골치를 앓았다.
배수진(背水陣)을 치는데는 이처럼 방해되고 손발에 거슬리는 존재는 없다.
단지 세 사람이지만 그녀들의 얼굴이나 자태를 보고 군인이 문득 고향을 생각하든가, 인간의 성본능을 품는다든가 하면 그것은 전 부대의 크나큰 장애물이 된다.
3인의 여자 때문에 12인의 호위병이 수고를 했다.
다노우라 라고 하는 해안 가까이에 위치한 해군 사령관 숙사의 곁에 세 여자를 위한 호를 파고 지하실 같은 집을 만들었다
.
『절대로 호나 가옥 이외에는 나가지 말 것.』
이것이 세 여자에게 통달된 명령이었다.
칼을 차고 장탄(裝彈)을 한 보초가 숙사의 입구에 섰다. 하지만 성에 굶주린 장병의 취각(臭覺)은 사냥개보다도 민감하였다.
소문은 소문을 타고 퍼져 나갔다. 깊은 밤 가만가만 찾아드는 병사는 수없이 늘었다.
그 결과, 2명의 희생자를 내었다.
알고보면 꼭 여자를 설득시켜서 그들의 본능을 채우려고 한 것 만은 아니었다.
「그저 나도 모르게 오고 싶어져서 마누라를 생각해 내려고 했을 뿐입니다...」
라고 보초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둔 중년의 병사가 말했다고 한다.
부대마다 이와 근사한 일은 굉장히 많이 일어났다.
축제일에 있었던 부대 연예회에서 여자로 분장했던 죄로 부대장의 숙사에 불려 간 젊은 병사의 이야기, 징기스칸의 서정(西征)을 본따 양을 치기 시작한 병원부대의 이야기 등 헤아리자면 한이 없었다.
날개없는 두더지 戰爭飛行隊
이같이 에브노오멀한 분위기 속에서 대공(大空)에다 성(性)의 배출구를 구하고 있던 항공부대의 사건을 여기에 기록하지 않으면 라바울의 투혼(鬪魂)에 불탄 참모습을 전할 수 없다.
노래 구절에 있듯이,
잘있거라 라바울아 다시 올 때까지는
잠시 이별의 눈물이 번진다.
정들은 라바울 섬들을 보면
야자나무 잎 사이로 십자성이 보이네.
적도를 넘어 남반구(南半球)에서 십자성만이 일본군의 항공부대가 어떻게 활약하였는가를 알고 있을 것이다.
비행기가 1대도 없는 배행부대ㅡ 이런 유명무실한 존재가 있을 수 있겠는가.
육군 사령부 직할의 비행대는 단 한대뿐인 아주 소중한 100식 신시데이(新伺偵)을 잃고부터 날개 잃은 새모양 아주 신통력을 잃고 말았다.
1944년 6월 10일, 최후의 1대가 사이판 섬에 연락 비행으로 나갔다가 마침 벌어지고 있던 적기동부대의 사이판 공습을 만나 그대로 소식이 끊기고 말았다.
이 비극의 원인은 유일하게 믿고 있던 해군항공부대가 라바울을 철수하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해군의 항공주력은 왜 라바울을 철수하여 트라크로 후퇴하였는가.
그 사이의 사정을 설명하려면 우선 야마모도 이소로쿠의 전사한 광경부터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1943년 4월 18일, 그때의 연합함대 사령관인 야마모도 원수는 아침 일찍 라바울의 비행장에서 일식육상공격기(一式 陸上攻擊機)로 후꾸자기(福崎) 부관, 다가다(高田) 군의장, 히바시(桶端) 항공참모들과 함께 부우겐빌 섬으로 향하였다.
물론 연합함대 사령관이란 요직에 있으면서 감히 최전선으로 향한다는 것은 전군의 사기를 고무시키는 것과 솔로몬 제도를 중심으로 전국의 일대 전환을 목적한 것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적 로키트 전투기에 포위되어 부우겐빌 섬 서해안에서 추락되어 전군의 사기를 고무하는 장도의 길도 군장병에게 비통한 슬픔을 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때까지 상시 3백 기 이상이었던 라바울 항공대는 갑자기 감소해갔다.
1944년 1월에는 적기 6백기가 내습, 일본기는 반감되어 버리고 2월에는 위험을 느낀 해군에서는 전 라바울 항공병력을 트라크 섬으로 후퇴해 버렸다.
.....은익을 나란히 남녘 전선....
하고 노래까지 불리던 라바울 항공대는 초라한 모습으로 트라크 섬을 향해 철수해 갔다.
때는 1944년 2월 20일.
이것을 계기로 라바울의 양상은 일변했다. 문자 그대로 고립은 시작되었다.
다음 3월 육군에서 적 별력 정찰을 위해 뉴우기니에서 사정기(司偵機) 3대를 이동시켜 왔다.
이때, 지상부대의 대공포화는 라바울에는 우군기가 없다고 보고 일제 사격을 퍼부어 그 중 1대를 격추해 버리는 희비극까지 생겼다.
남은 비행기 단 2대, 그 중 1대는 타로키나 수색을 끝내고 오다가 적기에 격추당했다.
6월로 접어든 어느날, 우리 지상포화로 격추된 적기에서 IFF(기상전탐)가 발견되었다. 대본영에서는 기상 전탐이란 것을 연구하기 위해 곧 보내라는 명령이 내려 6월 10일, 그것을 싣고 트라크를 경유, 출발했으나 마침 사이판의 공습과 부딪쳐 행방불명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맨마지막까지 아끼고 아끼던 1대도 그만 잃고 만것이다.
航空兵들의 悲劇
『날개 없는 비행부대도 있는가?』
『본국에서도 품절이 된 모양이야.』
『그렇다면 이 라바울에서 비행기 두 대쯤 만들면 어때.』
『만들자고 쉽게 말은 하지만 농작물같이 해와 밭만 있으면 되는 그런 것이 아니거든.』
『그렇다고 비행기 한 대도 없이는 싸움이 안돼. 사이판은 저 꼴이 되어버리고 본토에서 수송되어 오기는 틀렸고, 그러면 파손된 비행기 잔해라도 수집해야 할게 아닌가.』
라바울의 비행장에는 연일 적기의 폭격으로 한쪽 날개가 떨어진 것, 엔진이 타서 뒤집혀진 것, 갖가지 종류의 비행기가 비참한 잔해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엇이든 현지 생산이라 해서 안될 일이 있겠는가.
장병들의 절실히 비행기를 원하는 소리를 듣고 참모도 파괴된 비행기를 조립할 것을 생각했다.
갑자기 명령이 내려 비행기의 잔해를 수집했다.
비행 10전대의 1중대와 83중대, 게다가 비행장 대대의 대원 전부가 짧은 비행구두를 털벅거리며 넓은 비행장 안을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녔다.
『비행기 날개가 정글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읍니다.』
『긁히지 않은 풍방(風防) 유리를 주워왔읍니다.』
마치 넝마주이 같았다.
야자나무 숲 속에는 급조(急造)된 비행기 공장이 출현하였다.
주워보니까 장병이 깜짝 놀랄 정도로 파괴된 부분품들이 산같이 쌓였다.
공작대의 노력으로 엔진이 그럭저럭 쓸만한 것이 두 대분 가량 되었다.
이번에는 그 엔진을 중심으로 조종간(操縱桿)이나 방향타(方向舵)의 정비다.
방금 비행기 2대
10일 20일이 지나자 무장 없는 비행기가 야자나무 잎으로 덮인 공장에 모습을 나타내었다.
『본토의 공장에서 만든 것보다 더 훌륭하군요.』
『자아! 다음은 마지막 화장이다.』
장병들은 자기들이 만든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를 날을 꿈꾸며 밤낮없이 부분품 수집에 나섰다.
기총탄(機銃彈)들을 군데군데 맞고 있는 동체(同體) 였지만 엔진 위에 덮어씌우고 보니 어쨌든 비행기의 형체가 되었다.
오른쪽 날개 왼쪽 날개가 각각의 공장에서 수집되어 사정기(司偵機)가 만들어진 것은 1개월이 지나서였다.
기체의 총탄 자리는 하나하나 깨끗이 수리되었다.
마치 좀먹은 의복을 수선하는 작업과 흡사하였다.
『정말 하늘 높이 날아주려나?』
『그럼 날구말구, 우리들의 정성이 어려 있으니까 되겠지, 프로펠러가 없어도 날을 걸.』
지나친 말이지만 병사의 기분으로서는 자기의 몸이 손상되는 한이 있더라도 가령, 전신에 날개를 달고 손으로 돌리는 프로펠러로 날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으니 하늘로 날으고 싶다는 것이다.
정비가 끝나고 시험비행이 내일이라고 하는 날, 병사들은 양쪽 날개에 뚜렷하게 일본기(日丸 = 히노마루)의 마아크를 넣었다.
최소한 히노마루의 표식만은 깨끗하고 선명하게 만들고 싶은 어버이의 마음 같았다.
『적군 아저씨들과 공중에서 만났을 때 너무 초라해 보이면 안 되니까.』
새로운 일장표지(日章標識)ㅡ 또렷하고 밝게 빛나는 그 붉은 원(圓)에 의해 일본의 혼이 불어넣어진 듯이 걸레 같았던 비행기는 소생되었다.
눈물로 우러러 본 日章旗
빨리 밝아지는 남해의 기지(基地), 아침 안개 속에서 부릉부릉하는 프로펠러 소리를 울리는 비행기 두 대, 어디 비행기 뿐이랴.
비행장 부근에 지상부대의 장교와 사령부의 참모도 모두 모여서 긴장된 표정이었다.
시험비행에는 아와나가(岩氷)와 사도오(佐藤) 두 파일럿이 뽑혔다.
동쪽 하늘이 붉게 아침 노을에 타오르고 있는 야자나무 숲 속에서 활주로 서쪽 끝에서 발진(發進)하는 자세로 엔진을 발동시키는 두 대를 보고 있자니 1개월 반에 걸친 노고가 풀리는 듯, 멍하니 선 채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우는 군인들도 있었다.
적기가 오지 않는 사이에, 하고 하늘을 살피면서 시험비행 성공을 비는 해군항공대의 대원들과 육해군은 일체가 되어 이 역사적인 현지제(現地製)의 스타아트에 가슴을 설레이고 있었다.
우선 이와나가 대위가 탄 비행기가 굴러 나갔다. 활주로를 곧바로 장쾌한 탁음을 울리면서 구른다. 3백미터 쯤에서 윙하고 기체가 떴다. 그대로 아침 안개가 낀 동쪽 하늘에 일직선으로 고도(高度)를 높이며 붕붕 소리를 내며 올라간다.
『떴다, 날았어요. 아아! 선회(旋回)하는 군요.』
『우선회 성공, 급상승 성공, 아! 이번에는 급강하한다.』
비행장에서 대공으로 날아가는 두 대의 비행기를 지켜보던 장병들은 아이들처럼 춤을 추면서 기뻐했다.
대성공이다.
그 기체는 낡은 부분품을 모아 만든 것이었지만 정비병들의 넋이 서린 탓인지 기능은 신조기(新調機)와 조금도 다름없었다.
두 대의 그림자는 아침 안개 속을 누비며 오래간만에 맛보는 하늘의 자유를 즐기는 것 같았다.
참모의 눈에도 아침 이슬 같은 깨끗한 눈물이 번쩍이고 있었다.
당황한 적의 偵察機
라바울의 적기 정기편(敵機 定期便)은 아침 6시경, 정찰기가 떠온 뒤 오전 11시경에는 2백대의 대편대가 방문하는 습관으로 되어 있다.
『적의 정찰기가 오면 귀찮다.』
『슬슬 착륙하도록 명령하시오.』
대원이 상공에 있는 두 대에서 착륙준비를 전하려 하고 있을 때,
『북서 상공에 적기!』
하는 무전이 감시대 쪽에서 들어왔다. 부우겐빌 섬 타로키나 해협기지의 적 정찰기였다. 단 한 대로서 천천히 8천미처쯤의 고도에서 날아왔다. 지금 착륙하면 비행기를 감춰두는 장소를 알려주고 만다.
『큰일났구나. 저놈이 기지로 돌아가서 보고하면 비행장을 목표하여 대폭격기대가 밀려올 것이고...』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대장(隊長)들이 걱정하고 있을 무렵에 시험 비행하던 두 대는 야자숲을 스쳐서 돌았기 때문에 적기의 눈에는 띄지 않은 것 같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적기는 여전히 8천의 고도에서 천천히 아침의 산책비행을 하고 있었다.
한 대 정도의 비행으로서는 탄약을 절약하는 방침으로 일본군의 고사포진지는 침묵하고 있었다. 그것을 기회보아 적의 정찰기는 쑤욱 고도를 내려왔다.
비행장의 모양이 다른 때보다 틀리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아니 우리의 시험비행중인 두 대를 발견하였는지도 모른다. 적기가 선회하였을 때 그때까지 비행장 부근의 정글 골짜기를 핥듯이 비행하고 있던 이와나가와, 사도오의 두 비행기는 급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적기를 공격할 태세를 취하였다.
적기를 보았는지 반격하는 모습이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모양 같았다.
놀란 것은 적기. 설마 일본군의 비행기가 아직까지 건재하여 아침 훈련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급반전(急反轉)하여 황급히 기지의 상공을 향해 전속력을 낸 후 금방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 사이 두 대의 비행기는 무사히 착률했다.
기다리고 있던 지상정비원들은 두 대의 비행기가 착륙하자 재빨리 정글 깊숙이까지 끌어들였다.
『조종타(操縱舵), 기관, 모터 호조입니다.』
내려와서 비행모를 벗으면서 이와나가 대위는 히죽이죽 웃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레에바를 쥐는 기쁨과 그리고 또 한가지는,
『적기가 기겁을 하고 달아났기 때문이죠, 이쪽은 무방비로서 기총하나 실은 것 없는데 공격태세를 취하니까 전투기로 알고 급반전하여 도망치고 말았읍니다.』
그랬으나 그 답례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날의 오전 가까이 B24를 주력으로 하는 1백여기의 대편대가 비행장에다 폭탄 세례를 하고 돌아갔다. 다행히 두 대는 무사하였지만 주변에 소재한 부대에는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갈매기로 화한 매
새로이 두 대의 비행기를 만들어서 기분이 좋은 비행부대는 이번에는 전투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비바람에 바래지고 햇볕에 바래진 상처투성이로 형체만 남은 다섯 대가 이 야자나무 잎으로 엮어진 공장으로 들어갔다.
육군이 자랑하는 매와도 같은 전투기, 이것들이 완성되면 라바울의 우력이 일단 더 발휘된다.
또다시 밤낮 병행해서 수리작업을 시작했다.
파손된 프로펠러를 고치는 사람, 각부(脚部)의 바퀴를 다는 사람, 기총을 달아 붙이는 사람, 분업으로 다섯 대의 비행기 제작을 계속했다. 방풍(防風) 유리등이 거의 다 파손되어 있었는데 이것만은 현지의 제작이 불가능했다.
『바퀴는 자동차 타이어를 가공해서 달았으나 방풍유리만은 수지가공(樹脂加功)이라, 라바울에서는 만들수가 없다.』
이러한 소리를 들은 각 부대에서는 속속 방풍 유리를 가져왔다. 그것은 격추된 B24와 P38 등의 적기에서 뜯어온 것이다.
『적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이 주는 부분품으로 들어간 격이지요.』
하고 정비병이 말할 뿐이었다.
하야부사 전투기(隼 戰鬪機)의 위용은 당당한 것이나 잘 보면 동체에도 날개에도 땜자국이 있고 적기의 고무로써 감은 것이고 방풍 유리를 씌운 것을 보면 미일합작(美日合作)의 혼합기 같기도 했다.
『이렇게도 저쪽에서 주어진 것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면 하야부사(隼)가 전의를 상실할지도 모를 일이야.』
농담 섞인 말을 어느 장병이 했는데 그대로 이 예언은 맞았다.
하야부사기(隼機)는 뜨기는 했지만 언제나 화려한 무대를 차지하는 일이 없이 가는 곳마다 슬픈 말로를 꺾고 말았다.
하야부사의 현지 1호기가 시험비행을 하는 날, 비행장에는 먼저번과 같이 관계부대의 장병들이 모여서 기대에 찬 가슴을 울렁거리며 프로펠러의 회전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좀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두 사람의 장병이 바쁘게 회전시켰다.
『프로펠러는 달려있지만 기체내의 기관은 있는가.』
고개를 기울이면서 누군가가 농담을 할 정도로 반 고물인 하야부사는 쉽게 근사한 폭음을 들려주지 않는다.
『글라이더라도 좋아요? 이것을 끌어서 상공에서 선화하도록만 하여도 적들은 깜짝 놀라 도망칠 거요.』
『아마 하야부사(隼 = 매)가 갈매기로 변하였구나 하고들 야단들이걸.』
그대로 힘껏 프로펠러를 회전시켜 그럭저럭 활주로를 타고 이륙하기는 했으나 종전과 같은 하야부사의 그 특유한 급상승은 볼 수 없었다. 기상(機上)에서는 테스트 파일럿인 이와나가 대위가 목에 두른 흰 머플라(폐물이 된 낙하산의 조각인 것 같다)를 풀어놓고 천개(天蓋)를 열고 씩씩하게 손을 흔들고 있다. 곧 착륙하겠다는 신호 같았다.
비행장 상공을 한바퀴 돌아서 갈매기처럼 서서히 회전하여 활주로로 진입하여 왔다.
現地製品의 悲劇
그 비행기는 착륙하자마자 프로펠러가 돌지 않고 멈추고 말았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어떻게 되고 안되고가 어디 있어, 태엽처럼 감겼다 풀렸다 하는 식으로 돌아가는 프로펠러는 아니니까 그런게지.』
사랑스러운 현지 1호기는 이같이 불충분한 것으로 결론을 내려서 또다시 수리공장으로 보내게 되었다.
그러고나서 또 1개월, 피눈물나는 작업을 계속하여 1년 전부터 코코포 비행장에 비바람에 바래져 있던 하야부사기가 산뜻하게 탈바꿈을 하고 등장했다.
『이번 비행기는 어디서 난것인가?』
『코코포 비행장입니다.』
『그 비행장은 1943년, 그 해가 거의 저물어 갈 때까지 하야부사가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사후(死後) 1년이 되는 물건이군.』
『하지만 엔진은 충실합니다. 전부 분해해서 닦았는데 비행시간이 적었던 비행기여서 신품과 같습니다.』
『모양이 신품과 같은걸, 그만하면 쓸 수 있어.』
하지만 그 신품같은 2호기는 양쪽 날개에 테이프 투성이로 많은 상처를 입은 입원환자를 보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전투기 전문가로 역전의 파일럿이 선출되어 시험비행이 시작되었다.
엔진이 전부 발동되었다. 그러자 기체의 뒤에 있던 잡초가 마치 큰 소가 송아지 털을 핥아주는 듯이 이 땅에 드러누웠다. 이번에는 성적이 매우 양호한 모양이다.
발진(發進)! 대단한 폭음과 함께 굴러서 1백미터도 채 못가서 빨리도 떠올랐다.
『이번에는 성공이다. 기관부에는 절대 자신이 있습니다.』
수리창(修理廠)의 장교가 장담했다. 상공으로 날아오른 2호기는 흡사 하야부사 그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오래간만에 기수를 나란히 너울거리는 양이 마치 새와도 같았다.
그런데 왠일인가, 착륙하고 보니 프로펠러는 위세당당히 우릉우릉 돌고 있었으나 각부(脚部) 한쪽이 뚝 떨어졌고, 미익(尾翼 = 꼬리쪽 날개)이 파손되고 동체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자잘한 균열이 갔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프로펠러와 엔진과 조종석만이 남아 있는 형편이 되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기분이 되고 말았다. 불면불휴(不眠不休) 하면서 수리를 계속한 장병들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글썽거려 매우 낙담하고 있었다.
『용기를 내자, 3호를 착수하자.』
서로 장병들끼리 위안하면서 부숴진 비행기를 끌고 가는 광경은 그대로 빈약한 라바울의 광경이었다.
물자의 양(量)을 앞세운 적, 연달아 되풀이하여 오는 적의 항공부대, 탑승기(搭乘機)에 조금이라도 피탄(被彈) 되면 곧 낙하산으로 내려버리는 적병(敵兵).
적은 이런 비행기보다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의 생명을 몇 배나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거기에 비해 밤새우며 일하는 작업에서 말라리아로 쓰러진 장병이,
『조립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요?』
하고 헛소리를 칠 정도로 비행기 조립에 골몰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 슬픈 현실ㅡ
『만약 나의 심장이 엔진을 대신할 수 있다면 나를 죽여서 써 주시오.』
하고 호소하는 장병일수록 화려한 전투 그늘에서 피는 용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각기 그 수단과 방법은 다르다 하여도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한결같은 충정을 본받지 않으면 안되겠다.
마누스 섬 奇襲計劃
사이판 섬을 포기하고 레이테에서 패하고 잇달아 패전의 비보에 잠겨있는 라바울의 장병들은 아무리 방공호를 파고 폭뇌(爆雷)를 안고 육박공격하는 훈련을 하고 있어도 상대를 아는 전쟁이기 때문에 적이 공격하여 오기 전에는 손도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적진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배도 비행기도 없어 발없는 오뚜기와 같은 형편이었다.
그래서 육해군의 막료들은 마치 귀양이라도 간 것같이 고립된 채, 적이 돌아다 보지 않는 라바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하여 유일의 수족인 전 항공력으로써 일대 기습전을 하자고 의논했다.
라바울에서 얼마 안되는 마누느 섬의 적 기지, 그곳에는 레이테 작전에 참가한 항공모함이나 적함이 숨어있었다.
이것을 야습하려고 했다.
전 항공병력이라고 해도 육군은 현지에서 조립한 2대 뿐이고, 해군에는 수리 정비되어 사용하고 있는 제로(零戰) 전투기 3대와 함상공격기 2대 뿐이었다.
『전부해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육해군 합하여 7대, 이것으로 무엇을 한단 말이야.』
작전참모로서 머리를 내저은 사람도 있었지만ㅡ
어쨌든 적은 방심하고 무방비에 가까우니까 야습하기로 결심했다.
한 시간만 날으면 도착하는 마누스 섬.
거기에서는 적 기동부대가, 라바울의 일본군은 숨을 헐떡거리며 아사(餓死)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밤에도 환히 전등을 켜고 후방 기지처럼 쉬고 있었다.
사실은 파라오나 필리핀을 공격하는 적 기동부대의 귀휴지(歸休地)로서 거기에는 수리용 독크도 설치되었고 레이테전에서 손상된 함선이 들어와 있었다.
육군의 기미모도(紙本) 비행대장이 스스로 마누스 섬을 수색하여 적 함선의 배치도를 보고하였고 해군 측에서는 다시 공격 방법을 연구하여 제로 전투기 3대, 함상공격기 2대로 심야에 출격했다.
금송아지 같은 비행기 5대가 특별한 대형폭탄을 싣고 북쪽 상공으로 날았을 때 이것을 비행장에서 지켜보는 장병들은 한결같이 성공하기를 신에게 빌었다.
大戰果의 그늘에
이튿날 샌프란시스코우나 멜본 방송은 마누스 섬의 미 항공모함이 격침되고 전함이 손상되었다고 방송했다.
물론 일본의 대본영(大本營)에서도 발표가 있었다. 이 대전과는 군함 행진곡의 멜로디에 실려서 발표되었다.
항공모함 1 격침, 전함 1 대파, 기타 함선 다수에 손상을 주었다.
이 정도의 전과가 불과 5대의 공격으로 성과를 올린 것은 국민의 그 누가 알고 있을 것인가.
그날밤 함상공격기 1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아끼고 아끼는 그야말로 유일한 공격력을 가진 함상폭격기 2대중 1대는 자폭해 버렸던 것이다.
벌써 그때는 본토와는 연락이 끊기고 유일한 중계지는 트라크 섬으로 되어 있었다.
그 트라크 섬은 암석뿐인 조그마한 섬에 많은 지상부대가 주둔하여 식량에 고민하고, 게다가 발생하는 말라리아 환자는 신음하고 있었다.
육군 비행대의 가마가다(鎌形) 중위와 사도오(佐藤) 소위는 그 경량(輕量)의 조립기에 60킬로의 말라리아 약을 싣고 트라크 섬 연락에 나섰다.
라바울은 식량에 고민했고 약 부족에 울고 있는 상태였지만 차리리 그곳보다도 오히려 비행기나 함선의 공격력을 가진 트라크 섬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싸워달라. 공격하여 달라. 윈기를 내어서.... 하고 트라크 섬의 전우에게 외치는 절규ㅡ 이제는 정찰기도 수송기도 그 구별이 없다. 있다면 투지 뿐이다.
白十字로 변하는 愛機
종전(終戰)을 고하였을 때 라바울의 전 항공력은 육군이 조립한 비행기 중의 1 대, 해군은 제로 전투기 3대에 함상공격이 1 대, 합계 5대로서 비참한 상태였다.
처음에 제로전투기 3백대를 준비했던 라바울 항공대는 최후에는 이같이 비참하였다.
『일본기는 모두 뉴우브리튼 섬 중앙부의 기지로 공중 수송하라.』
이런 명령이 오스트레일리아 군으로부터 통달되었을 때 그렇게까지 밤낮으로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총폭격(銃爆擊) 속에서 애기(愛機)를 지키던 정비병들이 목놓아 울었다.
『이대로 두고는 작별 못하겠읍니다.』
『자폭시켜도 좋습니까?』
병사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고 참모나 부대장의 심정도 같았다.
그러나 중앙에서 결정된 종전 명령도 있었고 또 연합군과의 교섭으로 라바울의 보유기(保維機)는 이미 확실하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모든 것을 때려 부수었으면 좋았을걸.』
오스트레일리아 군 기지로 떠난다고 하던 전날 기체를 손질하고 있던 사병들은 모두 이렇게 말했다.
『벌써 수리하여 조립한 것 뿐이어서 이 비행기는 계산밖의 것들이야.』
『하지만 계산밖의 병기가 마누스 섬 공격을 했다고 하면 이유가 안된다. 그저 우리들이 만든 조립기가 얼마나 우수하였던가를 적들에게 선 보여 주는거야.』
단 1 대의 조립기를 지키는데도 몇 사람의 사병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날개에도 프로펠러에도 라바울 장병들의 혼이 샅샅이 스며 있었다.
땜자국 투성이인 기체는 칠을 다시 하여 눈물속에 일장기 표식을 백십자(白十字)의 마아크로 바꾸었다.
붉은 원이 하얀 십자(十字)로 변하는 사이에 기체의 주위에 모인 장병들은 흐느껴 울었다.
愛機여, 용감하게 가라
다음날 아침, 비행장에 몇 달만에 모습을 나타낸 조립기의 조종석에 사도오 소위가 앉았다.
장쾌한 폭음을 울리면서 프로펠라가 돌라간다.
조종석의 사도오 소위는 눈물로 전송하는 사람들에게 거수 경례를 하고 나서 목에 감긴 머플러를 풀어 눈물을 닦는다.
몇 번이나 이 비행기로써 정찰을 계속한 사도오 소위에게 있어서 최후의 조종이 적의 기지에 수송하는 비행이라니 눈물겨운 일이 아닌가. 사도오 소위에게는 아끼고 사랑하던 애기(愛機)를 적에게 넘기는 역할이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으리라.
따라서 해군의 제로 전투기 2대가 뒤따라 올랐다. 역시 십자의 마아크를 붙여서 아주 변해버린 모습이다.
이별을 애석해 하듯 비행장을 돌고 있는 비행기들,
『이제는 좋다, 용감하게 가라.』
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선회를 계속했다.
이윽고 오스트레일리아 군 기지가 있는 서쪽 상공으로 멀리 사라져가는 것을 사병들은 손을 들어 전송했다.
난운(亂雲)이 싸인 저쪽으로 콩알만큼한 비행기 그림자가 흡수되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서쪽 하늘을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讀賣新聞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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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핑 하는것도 상당히 힘든 일이군요; 그래도 제 입으로 베껴 올린다고 말한 바 있는 이상,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화면은 거의 보지도 않고 전속력으로 타이핑만 쳤기 때문에 오타라든지 기타 여러 문제가 많을 것 같은데.. 지적해주시면 고치겠습니다. 근데 과연 읽는 사람은 있을것인지 -_-;
첫댓글 정말-_ㅠ 안구에 습기차는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에효
자료 감사합니다.!!!!
군대는 안되는게 없고. 병사들 조회해보면 각종기술자 다 있다는 말은 헛말이 아닌듯
[ 감자술의 원려가 -> 감자술의 원료가 ] 오타네요.
힘든일을 하시고 계시는군요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자유게시판은 글이 많이 올라오므로 글이 빠르게 뒤로 밀리니니까..기타 전쟁관련글들로 옮겨서 읽는것이 좋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