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해안선 탐방
개학을 맞아 거제로 건너와 이틀을 보내니 일월이 가는 마지막 주말이다. 창원으로 복귀하길 단념하고 주말 이틀을 거제 머물 셈이다. 대한 이후 잠시 봄날 같이 포근하더니 어제는 돌풍에 기온이 급전직하 얼어붙었다. 웬만한 갯가나 산은 내 발자국을 남겼다. 아직 미 등정한 산으로는 노자산과 북병산 정도다. 올 한 해가 더 남아 있기에 다음 오를 산으로 남겨 놓아도 될 듯했다.
이른 아침 고현으로 나가 주말에만 운행하는 쪽빛 바닷길로 가는 버스를 탔다. 고현에서 학동을 지나 해금강에서 저구와 명사를 거쳐 홍포까지 운행하는 노선이다. 버스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지형지물이 눈앞에 선하다. 그럼에도 틈이 나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거듭해 트레킹을 나선다. 하늘은 맑아도 기온이 차갑고 바람이 제법 부는 날이었다. 떠나려는 행선지는 해금강으로 정했다.
쪽빛 바다로 가는 버스 승객은 나 혼자였다. 무료한 기사와 함께 거제의 자연과 식생에 대한 얘기들을 나나면서 구천에서 자연휴양림을 지나 학동고개를 넘어갔다. 동백나무가 우거진 해변을 따라 동부면에서 남부면으로 향해 갔다. 저구고개를 넘어 남부면 면소재지에서 해안을 돌아간 홍포까지 한 시간이 더 걸렸다. 홍포는 무지개가 서는 포구로 망산이 올려다 보이는 해안이었다.
날씨가 조금 쌀쌀한 아침나절 홍포에서 여차 해안을 따라 걸었다. 대병도와 소병도가 뜬 바다는 아침 햇살로 윤슬이 반짝였다. 매물도도 가까이 바라보였다. 고깃배가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지나갔다. 거제 바다 절경을 한 눈에 보는 해안이었다. 여차로 가는 길을 일부 구간 비포장이라 대형 차량은 진입이 통제되는 듯했다. 간간이 승용차를 몰아 해안 비경을 보려는 이들이 나타났다.
나는 지난해 여름에 홍포 해안을 다녀간 적 있다. 가을에는 망산에 올라 바다를 굽어보기도 했다. 해안 풍광은 계절마다 다르고 시간대마다 달랐다. 해안선을 따라 걸어 여차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올라가 봤다. 여차 해안은 학동처럼 몽돌해수욕장이 있었다. 포구에는 뭔지 모를 양식을 하는 부표가 보였다. 해안선을 따라 여차마을로 내려가 천장산이 뻗쳐간 고갯마루로 올랐다.
들머리 안내문은 천장산 정상에 일제 강점이 시작되기 전 러일 전쟁을 앞둔 일본군이 주둔해 지형을 측량했던 초소가 있다고 설명해 놓았다. 다포 다대 해안으로 가는 길가 동백나무들은 점점이 붉은 꽃망울 달기 시작했다. 멀리 가라산이 보였는데 지난해 가을 태풍이 지난 뒤 올랐던 적 있었다. 바다 저편 아스라이 해금강이 보였다. 다대에는 수산과학원 어종육종연구센터가 있었다.
다대에서 맞은편 다포로 갔다. 폐교가 된 초등학교는 어촌체험장이었다. 다포삼거리에서 굴국밥으로 소진된 열량을 채워 해금강 방면으로 걸었다. 저구가 기점인 14호 국도였다. 도로변에 심겨진 동백나무는 꽃이 피기 시작했다. 학동과 나누어진 함목삼거리에서 해금강으로 들어섰다. 함목에도 몽돌해수욕장이 있었다. 저 멀리 내가 둘러온 해안선과 대병도 소병도가 시야에 들어왔다.
함목삼거리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길목은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신선대가 발아래였다. 신선대까지 내려가 보려다 고소공포가 느껴져 위에서 쳐다보고 말았다. 신선대와 등은 댄 포구는 도장포였다. 유람선이 뜨는 도장포엔 바람의 언덕 풍차가 세워져 있었다. 멀리 구조라 수정봉 전망대와 서이말등대가 보였다. 가라산이 노자산에서 북병산으로 이어진 산등선은 학동 포구를 감쌌다.
해금강이 바라보이는 곳은 주차장이 넓고 민박집과 식당들이 있었다. 우제봉을 가는 길로 드니 천연림인 동백나무가 우거져 자랐다. 주말을 맞아 해금강을 찾은 이들이 몇몇 보였다. 해금강이 빤히 보인 우제봉 절벽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보낸 서불이 새긴 ‘서불과차’ 각서가 있었는데 사라 태풍 때 떨어져 나갔다는 설명이 있었다. 우제봉 숲길을 되돌아 나와 고현 가는 버스를 탔다. 21.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