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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bduiglobal]
[뉴스투데이=김승한 (주)화물맨 부사장/경기대 겸직교수] 필자의 현재 직장은 크게는 화물운송업을, 보다 구체적으로는 화물운송플랫폼사업을 운영하는 20년 넘는 역사를 지닌 회사이다.
플랫폼사업의 특성상 차량을 구하려는 ‘화주’와 화물을 원하는 ‘차주’, 이들 이방인들 간의 즉석만남이 하루에도 수만 건씩 이루어지는 것을 일상적으로 목도하고 있다.
어쩌면 인연일 수 있는 이들 만남이 때로는 불편해지고, 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회사입장에서는 ‘민원’이라는 형태로 접수되는 건들이 어쩌면 화물운송시장에서는 일상일 수도 있지만 필자가 느끼는 불편한 마음은 매번 새롭다.
• 평화로운 풍광, 하지만 혼란스런 현실
모처럼 단양을 내려왔다. 여행은 아니었고, 최근 접수된 민원 처리 목적의 방문이었다. 화물운송비 미지급에 대한 많은 민원이 발생하지만 이렇게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다. 사실 복잡한 일만 아니었다면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단양의 주중 분위기는 너무나 한가해서 평화롭기까지 했다.
간단히 민원의 내용은 이러했다. 특정 주선사의 화물운임 미지급 건이 다수 발생하고 있어 살펴보니, 이 주선사의 문제도 있지만 화물운송을 의뢰하는 원래 화주를 거쳐갔던 과거 주선사들의 이력을 보니 파산을 했거나 미지급상태에서 도주를 하는 등 현 주선사의 단기 자금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원 화주를 직접 만나기 위해 목적지로 향하던 중 먼발치로 보이는 화주의 공장이 제법 규모가 되어 보였다. 출하를 기다리며 야드에 쌓여있는 제품들도 매우 많은 것으로 보아 생산 운영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대표분이 직접 응대를 해주신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회사에 대한 소개 말씀을 해주시는데 너무나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어 업계 선두권일 뿐 아니라 서울시 혁신기업에 선정될 정도의 성장력을 갖고 있는 업체였다.
외부에서 보았던 큰 규모의 공장도 거의 자동화로 이루어져 있어 공장내부에 근로자가 5명 밖에 없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현안인 트럭 운임 미지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격앙되신 목소리로 현재 주선사가 중간에서 트럭운임을 부풀려 청구하고, 생산출하에도 지장을 준 적이 있다는 말씀과 함께 돈이 없어서 못 주는게 아니고 주선사에 대한 감정이 정상적인 지급을 어렵게 한다는 답변이었다.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주선사에 딸려있는 우리 정보망을 통해 배차를 받으신 차주 분들의 손해는 어떻게 하냐고 설명 드릴 수밖에 없었고, 이번 달 말일까지 정상적인 대금지급을 진행하지 못할 시 회사 약관에 따라 우리 화물정보망의 접속을 차단한다는 조건이 포함된 이행에 대한 서약서 서명을 요청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출처=연합뉴스]
• 사소한 이기심일까, 구조적인 문제일까?
다음 방문지는 주선사 사무실... 필자를 맞이한 사무실 직원분들은 총 2명, 소장님과 여직원 한 분이었다. 화물기사 분들의 운임지급 독촉에 시달려 그런지 안색도 그렇고 목소리에도 많이 힘이 없어 보이신다.
각자의 입장은 있겠지만 직전 화주의 설명과는 많이 다른 해명이 있었고, 분명한 사실은 화주와 계약한 운송계약서도 존재하였는데, 계약서 상에 명시된 익월 말일까지의 운송비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소장님 설명으로는 물량을 담보로 대금지급은 사실상 말일에 지급된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고 한다.
사실 운송계약서 상의 대금지급 지연시 연체이자라도 명기해 놓았다면 화주의 나쁜 관행을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라...
그래도 채무의 제3자이긴 하지만 화물정보망 운영사로서 원 화주와의 서약서 작성 등 최소한의 지원을 드린 점에 대해 주선사 입장에서 감사의 말씀을 듣고 나니 뿌듯한 마음도 있었지만 회사로 돌아오는 내내 착찹한 심정을 놓을 수 없었다.
현재 이번 7월 말까지 화주가 서명한 서약서대로 미지급 운임에 대한 처리가 될 것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도 전액 처리가 될지, 일부 처리되고 다시 내막을 모르시는 차주님들께는 피 말리는 8월 길게는 9월의 시기가 될지 여전히 찜찜한 마음이다.
물론 정보망 접속차단이라는 강제적인 수단을 통해 양사의 분쟁 해결에 적지 않은 도움은 드릴 수 있으리라 자위는 하고 있지만...
[출처=frost]
오래 전 필자의 화물맨 입사 이전에 주선사의 대형부도가 난 적이 있었고, 이때 피해를 본 플랫폼 회원 차주님들께 피해액의 50%를 지원해 드린 적이 있다고 그래서 ‘화물맨’이 좋은 평판을 얻고 지금도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단발성 처방은 분명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운송 약자를 위한 고민은 끊임없이 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우리 회사도 ‘H-pass'라는 차주 회원들을 위한 운송료 보장 서비스를 고안하게 된 이유가 작은 노력이지만 이런 운송시장의 구조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목적에서이다.
화물운송시장에서 우연히 만나는 이방인들 간의 사소한 이기심이 발생원인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물류인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오늘 아침의 ‘단상’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