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매트릭스다!!
매트릭스를 자막없이 보면서 영어 받아쓰기 공부를 하고 있는 요즘, (물론 거의 몇 자 못 받아 적지만 *^_^*) 매트릭스라는 세계에 환장해서 거의 모든 현상을 매트릭스적인 상황과 세계관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니 긴 잠적끝에 간만에 쓰는 글도 역시나 매트릭스에 대한 것이다.
매트릭스란 영화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재수없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글을 읽지 마시길. 매트릭스라면 모든 대사를 다 외운다는 분도 읽지 마시길, (두려워라..)
자, 매트릭스란 무엇인가?
위대한 워쇼스키 형제의, 대가리 근육에 쥐가 나게 하던 21세기 들어 가장 충격적인 영화닷. (나만 그랬나…)
그리고 그 영화 안에서 말하던 <매트릭스> 란 뭐냐?
인간을 정복한 기계들이 만들어 놓은 … 인간 정신문명의 에너지원. 그러니까, 단지 기계들의 에너지원일 뿐인 실제가 아닌 가상의 정신활동, 그것으로 구성된 가짜 세계……
….그러니까 졸라 어렵고 복잡하고 하여간 정확히 알기엔 까다로운 저기 그 어딘가가 그 곳 매트릭스다.
그것은 ‘가상’이기도 하고 얼마간 매트릭스에 ‘의식의 똥꼬’를 뺐긴 자들에게는 ‘현실’이기도 했던 공간이다.
바로 여기, 내가 사는 런던, 내가 쓰는 글, 다음 까페, 영국사랑, 모두가 매트릭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매트릭스는 그런 곳이다.
각설하고, 나는 매트릭스세계관을 영국과 한국에 대입해 본다. 우리는 영국에 있으니까(설마 파푸아 뉴기니에 살면서 영국사랑에 들어오는 놈은 없겠지..-_-;)
이곳을 현실, 즉 자이온이라고 보고, 가상의 공간, 우리가 접속해야만 갈 수 있는 그 세상, 그리운 한국을 매트릭스라고 놓아보는 것이다.
그것은 이 대사에서 기인한다.
<정말로 현실같은 꿈을 꾸고 깨어나면 어디가 꿈이고 어디가 현실인지
어떻게 구분한단 말이지? >
라는 매트릭스의 요 결정적 대사처럼
<정말로 한국에서 사는 것 처럼 살면서 영국에 있으면
도대체 어디가 영국이고 어디가 한국인지 어떻게 구분한단 말인가.>
가 오늘 하려는 이야기의 결론이다.
(내 글의 좋은 점은 결론을 일찌감치 말한다는 것이다.
나쁜 점이기도 하고..-_-;;;)
아래, 글은 좀 긴데 읽어봐야 지금 말한 것 이상의 이갸기 안나온다. 성질급한 분은 여기까지.
여하간 장소만 영국에 있다고
우리가 영국에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고 평택인 것이다.
그럼 영국은 어떻게 왜 자이온이냐 하면,
뭐 현재 물리적으로 처한 현실이 허파속에 와닿는 공간이라는 점, 살기위해 센티널들과 싸워야 하는, 꽤나 심각한 투쟁의 공간이기도 하니까.
매트릭스 안의 집들은 이쁘지만 영국에서 우리는 자이온에 사는 사람들처럼 개떡 같은 곳에서 살지 않는가. (나만 이상한 동네의 이상한 집에 사나…-_-;;;)
뭐, 어거지로 이런 점에서 영국을 자이온이라고 볼 수도 있게따!!! (아, 나는 언제쯤 ‘논리적’인 얘기를 할 수 있게 될 것인가..)
여하간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영국에 접속해 대학을 수강하는 사람보다도 더욱 <영국에 있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산다면
우리의 영국 생활은 밖에서 돈 내고 라면 사먹었는데 집에서 끓인 것 보다 맛이 없는 개떡 같은 경우와 같은 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최근의 내 행각이 <한국적> 매트릭스를 영국 런던에서 구현하는 것에 불과했던 것을
심각하게 반성하고자 이렇게 무거운 주제로 간만에 영국 일기를 쓴다.
자, 우선 우리의 런던 생활을 한국이라는 매트릭스에 접속하게 만들어 버리는 가장 강력한 스미스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아래에 언급할 프로그램은 나름대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개는 나쁜 쪽의 결과를 불러일으킨다.
좋은 과정을 준다고 해도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건 결국 상처를 남긴다.
사랑처럼.
*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요즘 들어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여기서 많이 보았다.
도무지 처음에 와서 열심히 공부할 때는 그런 걸 보려면 한국에 돌아가는 편이 좋겠다, 고 생각해 왔지만
짬밥이 늘고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를 너무 많이 먹다보면 의례히 한국 드라마가 그립고 영화가 그리운가 보다.
우리 드라마나 영화가 내가 나오자 마자 치사하게 재미있어 지기도 했거니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여기서의 티비나 영화에 자못 배탈이 나서
한국어 라는 우리가 네이티브로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된 문화영상물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핏속엔 한국어 유전자가 입력되어 있고 피가 땡긴다는 건 자신이 쓰던 언어의 유전자 공식과 그 문화가 땡긴다는 얘기일 텐데 우리 몸속에 흐르는 피가 한국을 그리워 하는 건 캐롯이다.
명랑하지 못한 '한국 사회' 따위를 나는 그닥 그리워하지 않지만 최소한 영화나 드라마는 재미있었다. 아무생각 없고 아무런 할 일도 없을 때 방에 비디오와 티비만 있으면 한 달은 개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여기까지 기어나와서도 한국에 접속하기 위해 머리에 꼬챙이를 꽃고 다모, 천국의 계단, 강호동의 천생연분 같은걸 보고, 김재동의 말솜씨에 탄복하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한국 영화들을 따운받고 한국 사람들 끼리 만나면 그거 봤어? 재미있더라, 아니면 그 연예인이 어쨌대더라, 같은 얘기나 해야하는 것이다.
어쨌든 나쁘게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한국적 문화생활을 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영국사람들 처럼 문화생활을 할려면 도무지 맞지도 않고 좀 촌스럽고 ‘돈도 많이 들고’ 재미도 없고 유전자 정보도 싫증을 내지 않는가.
그래서 이 어쩔 수 없는 매트릭스 안에서 불쌍하게도 자신이 누군지 아직 인식하지 못한 나 같은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 쇼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밖에 없다.
그럼 보는게 나쁘단 말인가? 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여기서 평생 살 게 아니라면 한국의 정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역사적 흐름의 분류코드들을 여기서도 입력해 두어야 할 것 아닌가? 남들이 아는 것 모르면 왕따 되기 딱 좋은 한국사회의 특징상 말이다.
하지만 분명히 얘기하건데 여기서 그런 걸 보는 건 나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수퍼 에서 비디오를 빌려보는 사람을 삼식이 보듯하고 차라리 한국 가라고 이민가방을 힘모아 싸주곤 하는 경우가 많은데 딱 한편만 빌려다 보면 누구나 다 싸그리 빌려볼 수 밖에 없는 게 그 아름다운 한국의 영상물들 이라는 건 내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다모 1편 봤다가 14시간 걸려 싹 다 봤다….아이 부끄 -_-;;)
우린 이곳 생활에 지쳐가고 그런 식으로라도 안식을 얻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나쁜가, 이유는 다들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곳에 있지 않다. 그러니까,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그런 걸 보는 건 한심한 짓이다, 라든가 이렇게 먼 나라까지 나와서 그 먼 곳의 텔레비전 따위를 보면서 그리워할 거면 차라리 한국에 돌아가는 편이 낫지 않는가, 라든가 하는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 내가 일주일이나 변비에 걸려가며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해야만 하는 것, 그것을 하기 위해 더럽고 치사한 것들을 견디고 울부짖으며 해방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먹지 않으면 죽는다, 라는 공식이 인간을 지배하는 한 우리는 삶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노예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꿈이있고 꿈이란 이 지루하고 빌어먹을 삶을 칭칭 감아놓은 쇠사슬을 단번에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절단기다.
우리는 삶에 지배당하기엔 너무나 훌륭한 인재들이라 꿈을 꾸며 이곳 영국에 까지 나와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곳까지 와서 다시 형편없기만 했던, 꿈을 펼칠 수 없었던, 꿈을 비웃던 사회에 접속하겠다는 노예근성은 뭔가? (나만 그 사회에서 그렇게 살았나…-_-;;)
게다가 앞서 얘기한 상식적인 이유도 분명 옳다.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열쇠는 시간이 쥐고있다는 것이다. 시간은 짧다.
여기서 보내는 시간은 인생의 한 부분이 아니라, 인생의 여러 부분을 위한 희생이다. 우리들의 인생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도록 셋팅되어있고 여기 나온 건 다른 방식의 신호를 포착해서 한국사회를 보는 눈을 더욱 고각도에서 진단하고 복구할 수 있는 인재가 되는데 있다. (말 졸라 교장선생님 훈시같아서 쏠린다 -_-;;;)
매트릭스를 만든 워쇼스키 형제는 동양문화에 환장을 해 버렸다. 동양이라면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뿐이지 않은가. 그러데 일본 애니메이션과 홍콩 무술영화들에 탄복해서 그런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다.
누구도 만들지 못했던 액션 씬과 상상력을 제압하는 상상력의 세계속에 덧붙여 일본 애니메이션들에게서 배운 동양적 미를 꽃 피워놓았다, 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왜 거기에 정작 일본인들의 문화에 불을 지펴준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가.
우리는 그들에게 보여줄 게 아무것도 없었단 말인가? 우리는 세계속에서 대체 뭔가? 여기 극장에 일본영화나 일본 문화를 다룬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는 걸 보면 속이 쓰려 변비가 다 나으려고 한다.
우린 싸구려 자동차나 디립다 팔아먹고 컴퓨터 부품이나 팔아먹고 앉아있는 동양의 어설픈 장삿꾼들에 불과한걸까, 그나마 그런 장사도 일본보다 세련되지 못하고 중국에게도 싼맛에 바짝 쫓기는 신센데. 이거야 원,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세계적인 문화가 없는 것일까? 중국식당, 일식당은 세계 어디를 가나 뿌리내려 있는데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해 잘 내세울 수 없단 말인가?
우리는 단지 안으로만 침잠하던 흥선 대원군의 후예일 뿐인가? 단순하고 무식하고 비합리적인걸로 세계를 바라보던 시절은 좀 그만 둬야하지 않겠는가?
허접한 드라마들이나, 쇼 프로그램, 돈벌이 용으로 제작되어진(예술과는 무관한) 가수들이 중국이나 일본이나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면 뭘하겠는가,
몇 년 못갈 허수아비 같은 빈껍질들의 향연이 우리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헉, 간만에 글 쓰면서 졸라 잘난체 하는군. 부끄….-_-;;;대략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굉장히 근사하게 뛰고있는 사람들에 비해서 전혀 잘난 것도 없으면서 말이지.…)
여튼 그러니까 말도 안돼는 한국 영상물의 매트릭스 안에 오래 접속해 있다보면 시각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눈을 파는 짓이다. 더 오래 있으면 두 눈을 파는 짓이다. 우리들은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시각을 가지고 세계인들의 눈을 파내야 한다.
하나만 더 이야기 하자면 우리들은 소주를 마신다. 그리고 가끔은 시내의 한국식당가에서 비싼 돈 주고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는 건 나쁘지 않다. 한국 술을 사랑하는 건 애국이다. 하지만 그곳은 한국이다.
그리움에 못 이겨 가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상습적으로 가고, 똑같이 한국에서 처럼 술꼬장 개꼬장 부리고, 불과 한 살 많다고 형이라고 비합리적인 얘기나 윽박지르고 하는 꼬라지들 보면 그 그리운 한국사회가 정나미 떨어진다. 제발 진상 좀 그만 쳐라. (나 한테 하는 얘기다..-_-;;)
이야기가 한없이 길어졌다…헉,, 늘 이런 식이야...죄송.. 이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까….쩝. …
나는 단 1달만 영국에 있는다고 해도 영국에 있는 것 처럼 있다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매트릭스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니까.
하긴 뭐, 침 튀기면서 얘기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게 말짱 헛소리일지도 모른다. 한국 드라마를 보지 말자면, 여기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끼리 한국말도 쓰지 말고 한국 음식도 먹지말자, 라고 말해야 될 것 같은데 거 참,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모르겠다.
오늘밤엔 Crimson Glory 의 Lost Reflection을 거의 한 100번 째쯤 듣고 있다. 달무리가 비를 예고하는 밤이다.
매트릭스에 감동하셨다면 일본애니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을 보세요. 모태가 된 작품이라고나 할까... 호접지몽에서의 주체는 결국 깨어있는 현실의 나.. 가 아닐까요. 지금 나비라면 나비로, 장자라면 장자로... 님의 글 항상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건강하시고 성취있으시길... ^^
Absolutely, right...I mean we should at least try to cut them off...like watching rented videos, hanging out only with Koreans...stuff like that. Especially,if we expect to stay in England just for a little while, we ought to far more abstain from those things.
It,of course, does not mean that you're supposed to avoid Korean people on purpose or something... What I'm trying to say is that..you know.. it is certainly worth undergoing even that sort of afflictions being abroad. I'd say you guys're there to do something that you're not able to do in Korea....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매트릭스의 총평인 줄 알았더만....처절한 자기 반성의 글이었군요. 모쪼록 건필!!
매트릭스에 감동하셨다면 일본애니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을 보세요. 모태가 된 작품이라고나 할까... 호접지몽에서의 주체는 결국 깨어있는 현실의 나.. 가 아닐까요. 지금 나비라면 나비로, 장자라면 장자로... 님의 글 항상 즐겁게 보고있습니다. 건강하시고 성취있으시길... ^^
Absolutely, right...I mean we should at least try to cut them off...like watching rented videos, hanging out only with Koreans...stuff like that. Especially,if we expect to stay in England just for a little while, we ought to far more abstain from those things.
It,of course, does not mean that you're supposed to avoid Korean people on purpose or something... What I'm trying to say is that..you know.. it is certainly worth undergoing even that sort of afflictions being abroad. I'd say you guys're there to do something that you're not able to do in Korea....
앗..저같은 분이 또 있을줄은...저도 영국에 있을때 집에 티비가 없어서 매트릭스 vcd만 죽도록 본적이 있거든요.저도 그 비슷한 생각들을 했더랬어요.아무쪼록 님의 남은 영국생활이 행복하시길...
꿈을 비웃던 사회에 접속하겠다는'문장이 정말 맘에 와닿는군요. 제가 한국을 떠난 이유도 이런이유인데. 중학교이후론이런거 보면 화가나더라구요 .. 정말 왜 그런 프로들을 만드는지..한국인인게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