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진희 원장
| 혈당 조절 안 되면 생명까지 위협…SGLT2 억제제와 인슐린 투여 등 약물치료 필요
| 환자의 건강 상태 맞게 적절한 치료법 선택해야…생활습관 교정도 중요해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3대 만성질환 중 하나인 ‘당뇨병’.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한 ‘2022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한국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로, 2012년에는 11.8%였던 유병률이 2018년에는 13.8%, 2020년에는 16.7%로 늘어났다. 게다가 10~20대의 젊은 당뇨병 환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당뇨병이나 혈당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하이닥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진희 원장(의정부 우리모두의원)은 “당뇨병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제대로 치료하기 어려운데,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당뇨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환자 스스로 당뇨병이라는 질환을 이해하고, 위험 요인을 조절하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희 원장에게 당뇨병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당뇨병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히 들어 봤다.
조진희 원장 | 출처: 의정부 우리모두의원
Q. 당뇨병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뇨병은 혈액 속 포도당이 에너지원으로 이용되지 못하고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질환을 말합니다. 문제는 고혈당 상태를 방치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뇌경색 △동맥경화증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는 △자율신경병증 △말초신경병증 △당뇨병성 신증과 같은 당뇨병 합병증을 겪기도 쉽고, 사망률도 일반인에 비해 평균적으로 55% 정도 높아집니다. 따라서 당뇨병으로 진단을 받으면 즉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Q. 당뇨병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당뇨병 치료 방법은 크게 △식사요법 △운동요법 △약물 치료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가벼운 당뇨병 상태에서는 운동요법과 식사요법만으로도 효과적으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충분히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약물 치료가 필요합니다.
약물 치료는 SGLT2 억제제 등의 경구 혈당 강하제와 인슐린 주사가 있는데요. 당뇨병의 종류와 환자의 상태, 합병증의 동반 유무를 고려해 적절한 약물을 선택해 치료하게 됩니다. 특히 요즘에는 당뇨병 치료를 할 때 SGLT2 억제제가 많이 사용되는 편입니다.
Q. SGLT2 억제제가 당뇨병 치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SGLT2 억제제는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경구 혈당 강하제의 한 종류입니다. ‘SGLT2’는 신장에 존재하는 수송체인데요. 신장 사구체의 근위세뇨관에서 여과된 혈액으로부터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이 과정을 억제하여 소변을 통해 포도당을 배출시켜 평균적으로 당화혈색소가 0.6~1.3% 정도 감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수송체를 통해 체내 염분도 함께 배출해 삼투압과 이뇨 작용을 유도할 수 있는데요. 수축기 혈압은 4mmHg, 이완기 혈압은 2mmHg 정도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체중이 2~3kg 정도 줄어드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효과는 당뇨병 환자에게 쉽게 동반될 수 있는 신부전이나 심부전 등을 예방하고, 각종 합병증을 막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Q.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때 부작용이나 주의할 점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소변으로 배출된 당 성분이 세균과 곰팡이의 증식을 악화시켜 요로생식기 계통의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감염에 더욱 위험한 편인데요. 그런 만큼 비뇨생식기계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한 평균 소변량이 늘어나면서 탈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하루 2~3잔 정도 물을 더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아울러 세뇨관을 통해 칼슘이나 인 등 미량 원소가 배출되는 만큼,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급성 합병증인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고혈당 △대사성 산증 △케톤증을 가져오는 응급 상황입니다. 게다가 억제제 복용으로 인해 케톤산증이 발생하더라도, 고혈당이 눈에 띄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인슐린 감량 △식이 저하 △감염 △수술 △외상 △갑상선 기능 항진증 △과도한 음주 △스테로이드 사용 등의 위험인자를 고려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의 후 약제 중단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Q. 당뇨 치료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인슐린 치료법에 대해서도 알려 주세요.
인슐린을 스스로 만들어 공급할 수 없는 당뇨병 환자는 체외에서 인슐린을 공급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 분비 능력이 망가진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법인데요. 제2형 당뇨병 환자 중에서는 △SGLT2 억제제 등을 사용했음에도 혈당 조절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당뇨병 진단 초기부터 당화혈색소가 높고 이상 증상이 동반된 경우 △임신으로 경구 혈당 강하제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 △성인의 지연형 자가면역 당뇨병 △1형 당뇨병과 감별이 어려운 경우 등에서 인슐린 치료법을 사용합니다. 이외에도 심근경색, 뇌졸중 등 급성 질환을 겪을 때 인슐린 치료가 필요합니다.
인슐린 치료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서 인슐린이 분비되는 패턴과 동일하게 인슐린을 공급해야 합니다. 우리 몸은 하루 종일 소량의 인슐린을 분비하다가, 매끼 식사 후에 인슐린 분비량을 급격하게 늘려 혈당을 조절합니다. 이를 모방한 인슐린 치료법이 ‘다회 인슐린 요법’, 즉 ‘MDI(Multiple Daily Injection) 방식’입니다. 지속형 인슐린을 이용해 24시간 내내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하고, 식사 때마다 속효성, 초속효성 인슐린을 사용해 혈당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인슐린 펌프를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하는 방식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Q. 요즘에는 소아청소년기의 당뇨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성인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율이 늘어나면서 소아청소년기의 당뇨병 환자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죠. 대한비만학회가 발간한 ‘2023 비만 팩트시트’ 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게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대비 제2형 당뇨병을 앓는 소아청소년은 43.7% 증가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기에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성인보다 유병 기간도 길어지고, 그에 따라 합병증이 발생하는 연령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성장과 발달을 고려하여 치료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성인에 비해 훨씬 세심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도 성인보다 제한적인데요. 메트포민과 기저 인슐린 병용 요법을 먼저 시행해 보고, 이것만으로 혈당 조절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회 인슐린 요법이나 인슐린 펌프를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2단계 이상의 비만이 동반되거나 합병증이 동반된다면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리라글루타이드를 사용하거나 제한적으로 비만수술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Q. 당뇨병 관리를 위해 환자들이 가져야 할 생활습관이 있다면요?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낮추는 것 외에도 △표준 체중 △정상 범위의 혈압 △정상적인 혈중 지질 수치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 치료 외에도 적절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합니다. 식사를 할 때는 규칙적으로 적당한 양의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며, 운동을 할 때는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유연성 운동 세 가지 모두를 고루 실시해야 효과가 좋습니다.
또한 혈당을 수시로 체크하여 공복 혈당 80~130mg/dL, 식후 2시간 혈당 180mg/dL 미만이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혈당 측정을 위해 매번 채혈을 해야 했는데 요즘에는 피부에 센서를 부착하여 실시간으로 혈당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고혈당이나 저혈당 상황을 즉시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만약 혈당이 70mg/dL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현기증 등의 저혈당 증상이 느껴진다면 응급 식품을 즉시 섭취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울러 당뇨병 환자는 합병증에도 주의가 필요한데요. 특히 발이 괴사되는 당뇨발을 경계해야 합니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발로 인해 족부를 절단해야 할 위험이 정상인보다 15배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만큼 당뇨병 교육을 통해 스스로 발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야 하며, 이상 증상이 느껴지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를 해서 초기에 치료를 잘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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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