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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마기사 ] :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려 했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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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잇몸이 충치와 풍치가 되어 버린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얘기를 아십니까.'입 속 나라'는 태평성대였습니다. 하루 세 번 일용할 양식이 꼭꼭 들어왔고 '이와 잇몸'은 서로를 의지 삼아 열심히 씹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들은 '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을 만들어낼 만큼 금슬이 좋은 일심동체였습니다.하지만 태평성대도 잠시, '플라그'라는 왜적이 침범하여 치아를 범하는 비극이 터지고 말았으니…. 치아는 그대로 썩어 버렸습니다. 이 없는 세상 잇몸이 무슨 재미로 살겠습니까. 잇몸 역시 슬슬 병이 들더니 결국은 피를 흘리며 이를 따라가 버렸답니다. 더 이상 입 속 나라엔 음식을 씹는 활발한 움직임이 없어졌습니다. 벌레 먹은 이와 바람에 뿌리째 흔들리는 잇몸만이 앙상하게 남았답니다. 글·곽미영 기자 miyoung@medilan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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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 치아에 벌레가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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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는 수많은 종류의 세균이 곳곳에 진을 치고 앉아 있다. 그들은 설탕이 들어오면 '덱스트린'이라는 끈끈이, 플라그를 만든다. 그리고 나선 플라그에게 슬쩍 자리를 내준다. 임무를 하달 받은 플라그는 음식물의 당을 산으로 만들어 치아에 서서히 땅굴을 파기 시작한다. 땅굴이 완공되는 날, 처음에 멍석만 깔고 잠적했던 세균이 그 속으로 숨어든다. 얼마 후 하얗던 치아는 까맣게 썩어 벌레 먹은 사과 꼴이 되고 주인은 턱을 움켜쥐고 병원을 찾게 된다. 그러면 의사선생님은 세균이 땅굴 속으로 숨어든 이유를 밝혀준다. "충치입니다."
세균이 만만히 보고 침범하는 건 칫솔질을 제대로 못하고 단 것도 자주 먹어주는 어린이다. 이런 이유로 충치는 어린이 병인 셈. 치아가 나기 시작하는 1살에서 2살 때가 가장 많고 20세를 넘겨 생기는 일은 드물다. 결국 어른들이 충치로 고생하는 건 20세 전에 생긴 충치가 만성적으로 진행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아이가 "엄마는 날마다 이 닦는데 왜 충치가 있어요?"라고 물으면 이렇게 답할 일이다. "응, 엄마 충치는 엄마가 너 만할 때 이를 제대로 안 닦아서 생긴 거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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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치아는 날 닮아 연약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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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치아 복(福)을 타고 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튼튼한 치아와 플라그가 쉽게 자리를 틀지 못하는 묽은 침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그들에게 충치는 먼 나라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긴긴 밤 부은 턱을 부여잡고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한 채 겪어야 하는 치통의 끔찍함을 절대 모른다. 하지만 '누가 치통으로 무지 고생을 한다더라'는 얘기가 나오면 제 각기 한 마디씩 하는 것으로 보아 그런 복을 타고 난 사람이 많진 않은 듯 하다. 충치는 타고난 것보다 살면서 먹게 되는 음식이 더 연이 깊다는 소리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이길 수 있다 했던가. 충치를 이기기 위해선 이가 하나 둘 나기 시작하던 그때부터 나는 무얼 먹으며 살아왔는지를 되짚어 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상 빛을 보면서 처음으로 접하는 것은 우유. 2∼3세의 유아에게 충치가 생기는 것은 엄마 젖이나 우윳병을 오래 물고 있기 때문. 특히 앞니만 썩는 데도 이유가 있다. 우유를 빨기 위해서는 혀로 젖꼭지를 눌러 입천정에 대야 하기 때문에 위턱 앞니에 젖이 고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윳병 우식증'이다. 그렇다고 우윳병 우식증이 분유에만 있는 건 아니다. 모유의 탁월함이 동네방네 소문이 난 건 사실이지만 충치와 무관하다 할 순 없다. 결국 유아의 충치는 얼마나 자주 오랫동안 젖꼭지를 물고 있었느냐가 관건인 셈. 모유냐 분유냐를 따지는 건 닭이냐 달걀이냐를 따지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젖을 떼고 머리가 조금 크면서 길들여지는 입맛은 탄산음료. 탄산음료를 마시면 강한 산이 작용해 치아가 뻣뻣해진다. 사람들은 이 느낌에 혹, 이가 탄산에 녹아 충치가 생기는 건 아닐까 의심을 한다. 치아를 콜라에 하룻밤 정도 담가 두었더니 녹아 없어졌더라는 풍문이 의심의 폭을 더하는 탓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이 꼭 맞다 할 순 없다. 탄산음료에 든 산은 침에 의해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다. 정작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가 충치를 부르는 건 톡 쏘는 맛 뒤에 남는 단맛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탄산음료 한 캔이 가지고 있는 설탕은 약 19∼25g. 이 설탕이 바로 충치의 진범인 것이다. 장에 좋다 하여 즐겨 마시는 유산균 음료나 씹으면 침이 나와 치아를 깨끗하게 한다는 껌 역시 과신하긴 이르다. 이들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진 몰라도 설탕으로 치아에 주는 부담을 무시할 수는 없어서다.
설탕은 모유나 분유가 그렇듯, 섭취하는 양보다는 오래 여러 번 접하는 게 더 위험하다. 충치에 더 없이 안 좋은 존재임을 알 수 있다. 행여 TV나 책을 보면서 세월아 내월아 과자나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을 먹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뜯어말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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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유발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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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소개하는 음식들은 충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이다. 보는 방법은 마가린이나 버터를 기준으로 하며, 각각의 음식 앞에 표시한 숫자는 충치를 일으킬 수 있는 배수를 나타내는 것이다. 동태찌개는 충치를 유발하지 않는 마가린이나 버터보다 충치를 일으킬 확률이 1배, 김치는 3배, 우유나 딸기는 6배나 높다는 의미다. 젤리나 사탕은 46배나 된다. 자신이 어떤 음식을 즐겨먹는지 유심히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적색으로 표시한 음식들은 흔히 먹는 것으로, 충치 가능성도 높은 것들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것들 중 달콤한 맛이 나는 인스턴트 음식일수록 충치가 생기기 쉽다는 걸 알 수 있다.
0: 마가린, 버터 1: 동태찌개 2: 쇠고기찌개 3: 김치 4: 고사리 6: 우유, 딸기 7: 깍두기 10: 사과, 라면 11: 아이스크림, 고구마 14: 요구르트 15: 초콜릿 16: 건포도 19: 인절미, 도넛 27: 비스킷 38: 캬라멜 46: 젤리, 사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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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 하나면 사자도 잡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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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는 썩은 이가 하나만 있어도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충치는 고통 중에 고통이다. 보통 아프면 잠을 청하면 된다지만 치통은 온 신경을 자극하여 그러하지도 못 한다. 아무리 힘이 센 사람이든, 점잖은 사람이든 충치 앞에선 울지 않을 수가 없다. 덩치 큰 어른이 치아에 생긴 조그만 충치로 끙끙대는 모습이라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두려움이란 말도 여기서 생겨난 건 아닌지.
이가 썩으면서 만들어진 독소는 치아의 상아질에 무수히 나 있는 상아세관이라는 가느다란 구멍을 통해 들어간다. 그러면 임파구라는 방어기전이 그곳으로 출동을 한다. 치수 안에 들어있는 신경과 혈관을 독소로부터 수호하기 위함이다. 임파구 덕에 초기의 충치는 치아 표면에 암갈색 흔적이 있긴 하지만 이렇다할 통증이 없다. 적어도 임파구가 치수를 다 메워도 독소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 해 "난 더 이상 어쩔 수 없으니 치과로 가세요"라며 치아신경을 누를 때까진 말이다. 하지만 충치가 진행되면서 많아진 독소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임파구가 지친 틈을 타 치아신경을 잔인하게 짓누른다. 이쯤 되면 이가 시려 찬 물 한 컵도, 사탕 한 알도 먹지 못하게 되고 만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 치과를 찾아야 한다.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버티다간 이뿌리에 고름이 생겨 이를 뽑아야 하는 극단을 맞게 될 수 있어서다. 우스꽝스럽게 이빨 빠진 영구가 되기 전에 통증의 조짐이 보일 때 얼른 치료하는 게 여러모로 속 편한 일이다.
하지만 미처 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 휴일이나 밤중에 찾아들 치통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단 이가 시려오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양치한다. 그걸로도 성에 안 차면 치간칫솔로 충치 구멍 속에 있는 찌꺼기를 모두 제거한다. 치간칫솔이 없을 경우엔 집에 있는 가장 작은 칫솔을 끝만 남기고 잘라내 부분 칫솔을 만들어 닦으면 된다. 그래도 통증이 멈추지 않는다면 찬물을 머금고 있거나 진통제를 먹도록 한다.충치 초기엔 찬 것이 화근이지만 심한 경우엔 오히려 찬 것이 시원함을 주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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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니를 줄까, 은니를 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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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가 시린 정도로만 진행이 됐다면 치료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썩은 부분을 긁어내고 치아가 시리지 않도록 약을 도포한 후 아말감이나 금과 같은 물질로 채워 넣으면 된다. 어금니에 가벼운 정도로 벌레가 먹었다면 굳이 금으로 할 필요는 없다. 아말감 정도면 괜찮다. 비용은 유일하게 의료보험이 되는 치과치료로 1만원 정도다. 하지만 아말감은 은, 구리, 주석 등을 잘게 분쇄한 가루와 수은을 섞은 것으로 자칫 부식되거나 깨질 염려가 있어 영구치보다는 유치에 많이 쓰인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앞니와 같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충치가 생긴 경우는 좀 다르다. 아말감이나 금보다는 복합레진으로 채워 넣는다. 복합레진은 치아와 같은 색, 최근엔 미용상으로 어금니에 사용되기도 한다. 비용은 5∼7만원 사이로 금이 10∼15만원 정도인데 비해 약간 싼 편이다. 하지만 둘 다 의료보험은 되지 않는다.
충치가 약간 도가 지나친 경우는 때우는 것 만으론 해결이 안 된다. 치아 자체를 왕관, 크라운(crown)으로 덮어 씌워야 한다. 크라운에는 금이나 메탈, 세라믹 등이 있는데 주로 금이 많이 쓰이고 권장된다. 다른 재료가 자칫 치아면과 일치하지 않아 그 사이에 찌꺼기가 생겨 또 다른 충치를 부를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금은 썩은 부위나 치아 사이의 틈을 완전히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운은 금이 20∼27만원, 메탈은 15만원, 포세린은 20∼30만원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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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틈을 없애버리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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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는 처음부터 '나, 이빨'을 외치며 하나의 개체로 태어나지 않았다. 여러 부분 부분들이 모여 하나의 치아를 만들었다. 때문에 치아 윗부분을 보면 알 수 있듯, 그 곳에는 '치면열구'라는 주름진 도랑이 파여 있다. 세균이 음식물을 가지고 충치를 만들기에 딱 좋은 조건을 갖춘 아지트인 셈이다. 치면열구가 있음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어린이. 곳곳의 찌꺼기를 씻어낼 만큼 양치질에 익숙치 못해 선물 받은 지 얼마 안 된 새 이를 헌 이로 바꾸는 엿장수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만다. 그 아지트만 없애버렸음 됐을 것을….
물론 방법은 있다. '치면열구전색'치료를 하면 90% 정도는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 치면열구전색은 음식물 찌꺼기가 생기지 않도록 처음부터 좁고 깊은 틈을 메우는 것이다. 유치나 영구치, 어린이나 어른 모두 해도 좋으나 특히 어린이의 영구치에 특효다. 어금니가 새로 났을 때, 치아우식증의 기미가 보일 때, 안쪽에만 충치가 생길 때, 치면열구의 틈이 유난히 깊을 때 이 방법을 고려해 볼 것.
치아의 틈을 메우는 것만으로 충치예방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불소를 도포하는 것도 충치를 잡는 방법이다. 보통 불소는 수돗물이나 우유, 소금, 조미료 등에 첨가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치아표면에 불소를 바르는 '불소도포법'이 있다. 나이에 따라 필요한 양의 불소를 발라주는 것이다. 치료효과는 약 50% 정도. 이 역시 어른보다는 어린이에게 효과가 있다. 불소는 '법랑질'이라는 치아 표면에 잘 침착하고, 어린이는 이가 나고도 2년 정도 계속해서 법랑질의 석회화가 일어나고, 손발이 쿵짝으로 맞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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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치, 잇몸에 바람이 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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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맛있게 먹고 곧바로 이를 닦지 않으면 수십분도 지나지 않아 세균들이 총집합을 한다. 이 세균들은 음식물 찌꺼기와 구강 내의 칼슘 성분과 결탁, 돌처럼 딱딱한 치석을 만들어 잇몸에 덕지덕지 붙여 놓는다. 이렇게 한 번 붙기 시작한 치석은 점점 자라 치아 뿌리까지 번져나간다. 온통 돌밭으로 만들어 연하디 연한 잇몸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결국 잇몸은 상처를 입고 역한 냄새에 피까지 흘리게 된다. 그리곤 바람만 스쳐도 쓰러질 듯 말 듯한 상태. "풍치입니다."
풍치는 충치와는 달리 어린이보다는 어른을 상대한다. 그것도 40줄을 바라보는 성인을 잡는다. 잇몸이 노화되어 가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예비 성인들이 안전하다는 건 아니다. 18세 이상의 성인은 반 이상이, 35세를 넘으면 4명 중 3명의 잇몸이 피를 흘린다니…. 풍치로부터 안전한 나이는 딱히 없는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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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병든 잇몸에 부채질을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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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가 단 것을 달고 사는 생활과 연을 끊을 수 없듯, 풍치 역시 악연은 가지고 있다. 불난 집에 기름 붓고 부채질한다고 했던가. 우리는 알게 모르게 흔들리는 잇몸에 선풍기 바람을 들이대며 살아가고 있다.
가장 흔한 게 아저씨들의 이쑤시개와 담배 습관이다. 점심 시간 식당을 나오는 아저씨들은 한결 같이 '꺼∼억' 트림 한 번하며 이쑤시개를 물고 나온다. 그리고는 담배 한 대를 피워 문다. 잇몸 사이에 낀 찌꺼기들을 빼낸답시고 자꾸만 이쑤시개를 밀어 넣다 오히려 잇몸에 상처 입기 쉽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무는 담배 역시 치아에 좋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입안이 건조해지고 타르 성분이 치태의 생성을 촉진해 해가 될 뿐이다. 이외 치아가 고르지 못한 부정교합이나 잘 맞지 않는 보철물 등도 치아를 지지하는 뼈를 파괴할 수 있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이를 가는 습관 역시 잇몸과 악연이긴 마찬가지. 하루 빨리 없애도록 한다.
하지만 이런 습관이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잇몸과 치아가 망가지는 시기가 있다. 바로 여성의 임신이다. 흔히들 임신을 하면 아기가 영양분을 모두 빼앗아가 잇몸이 약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 임신으로 잇몸이 나빠지는 건 아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호르몬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이 잇몸을 얇게 하고, 많은 혈액을 공급하여 붉고 피가 나기 쉬운 잇몸을 만드는 것이다. 입안이 충치가 생기기 쉬운 산성으로 변한다는 데서도 산산이 부서지는 이와 잇몸의 원인은 찾을 수 있다. 임신 전 잇몸 질환이 있었다면 이 증상들은 더 심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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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같은 잇몸을 의심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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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아가씨, 사과 아가씨, 치아가 예쁜 건치 미인이 있듯, 잇몸 역시 그렇다. 건강한 잇몸은 딱딱하고 약간 흐린 홍조를 띠며 감귤 껍질과 질감이 비슷하다. 이런 잇몸이라야 쉬 피도 나지 않는다. 사과처럼 붉고 반짝거리는 잇몸은 오히려 곧 피를 흘릴 징조다. 염증은 대개 치아 사이의 잇몸에서 시작해 혀와 입술 쪽으로 번져 간다. 만약 다음과 같은 증상 중 하나라도 '아, 내 얘기잖아' 싶은 사람은 치과를 찾아야 한다.
양치질을 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 잇몸이 벌겋게 변하고 붓거나 건드리면 아프다. 잇몸과 치아 사이가 뜬 느낌이다. 입냄새가 계속해서 난다. 치아와 잇몸 사이에서 고름이 나온다. 치아가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 씹을 때마다 치아의 위치가 변하는 느낌이 든다. 이 사이가 점점 벌어진다.
물론 위의 증상이 없다고 해서 100% 안심할 일은 아니다. 이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구강검진은 풍치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하다. 매번 조용히 있다가 한 번 화내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 잇몸질환 역시 소리소문 없이 왔다가 한 번 들고일어나면 수습이 힘든 골치 덩어리임을 기억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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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링에서 수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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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은 병이 들어도 극성을 떨지 않는 탓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벌어지기도 한다.
천만다행으로 초기 잇몸질환, 치은염인 경우는 스케일링으로 치석을 제거하면 간단하다. 칫솔질만 잘 해도 100% 해결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 정도로도 해결이 가능한 초기 증상은 잇몸이 붉게 변하고 피가 날 때, 부기와 통증이 있고 가끔 고름이 날 때, 입냄새가 나고 입맛이 없을 때 등이다.
하지만 치은염이 치주병이 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모르고 있을 뿐, 실제 성인이 이를 빼는 가장 큰 이유는 풍치 때문이라는 것. 자칫하면 잇몸과 잇몸뼈가 썩어 문드러지고 치아까지 빠져 버리는 치주병으로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증상들이 오면 치주소파술을 받아야 한다. 치수소파술은 잇몸 속에 있는 염증과 치석을 긁어내는 일. 좀 더 심한 경우라면 잇몸을 열고 염증조직을 긁어내는 말 그대로 수술을 해야 한다. 물론 이때도 스케일링은 병행된다. 상태가 어느 정도든 모든 풍치 치료는 스케일링에 의한 치석제거가 기본인 것이다. 치료는 약 3∼4번에 걸쳐 이루어지며 2개월 정도가 지나면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수술 후 일주일 동안은 절대 술이나 담배, 딱딱한 음식을 먹어선 안 된다. 이들은 치료 속도를 늦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수술 후 최소 한 달 동안은 '절대 참아야 하느니라'다.
침이나 피는 뱉지 말고 모두 삼켜야 한다. 그야말로 피눈물을 삼키며 인내해야 잇몸이 온전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얼음찜질은 수시로 해주는 것이 좋고 과로는 금물이다.
간혹 풍치로 고생을 하면서도 치과가 무서워 치료는 고사하고 잇몸약으로만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겁이 많은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겁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풍치는 치석이 잇몸에 자극을 줘 생긴 병. 잇몸약을 먹는다고 치석이 없어지진 않는 것이다. 단, 스케일링과 같은 치과 치료를 받으면서 약을 복용한다면 빠른 회복 정도는 기대해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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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바람맞기 싫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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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풍치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바람을 맞아 이가 흔들릴지는 예측불허다. 항시 관심을 가지고 손을 봐 줘야 한다. 풍치로 고생을 한 사람이라면 하루 세 번 칫솔질은 진리와도 같다. 음식물 찌꺼기가 치석으로 변하기 전에 재빠르게 닦아내야 한다. 치간치실이나 치간칫솔과 같은 보조 기구를 이용하면 더 확실을 기할 수 있다. 이러한 잇몸관리는 사소한 듯 하지만 치아로 밥을 씹어먹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일이다.
특히 40대는 잘 생각해야 한다. 풍치가 40대를 좋아하는 이유다. 앞서 말했듯, 담배도 위험하거니와 술 역시 만만치 않다. 술안주는 설탕이 들어간 것이 많고 입안에 잔류하는 시간이 길다. 술자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야 이를 닦을 수 있기 때문이다. 될 수 있는 한, 딱딱하고 담백한 안주를 먹되 집에 오는 즉시 이를 닦도록 한다. 어떻게 집에 온 지도 모르게 들어와 침대에 몸을 던질 정도로 술을 마신다면 건강한 잇몸은 절대 바라선 안 된다. 술에 담배에 달짝지근한 안주에 길고 긴 시간 수면까지…. 그러고도 바람에 끄떡없는 일송정 같은 치아를 원하는 건 염치없는 바람이 아닐는지.도움말 : 류호성 수원웅치과 원장, 류경희 서울치과 원장, 김순주 김순주치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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