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아닌 나무 꼭대기에서 살아… 점액질이 선크림처럼 햇볕 막아줘요
밀랍원숭이청개구리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날인 경칩(3월 5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어요. 이제 기온이 따뜻해지면 개구리 친구들을 볼 수 있지요. 개구리는 세계 곳곳에 퍼져 살면서 기후에 맞게 다양한 모습으로 적응해 왔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친구를 소개할게요. 남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밀랍원숭이청개구리랍니다.
이름만큼이나 정말 독특한 생김새를 하고 있어요. 몸은 우리나라 청개구리처럼 초록색이지만, 피부 곳곳이 우툴두툴한 건 파충류를 연상케 해요. 커다란 입과 게슴츠레한 눈은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외계 생명체 같은 느낌을 주죠.
이 개구리가 사는 곳은 아르헨티나·볼리비아·파라과이 등에 걸쳐 있는 ‘드라이 차코’라는 지역이에요. 보통 남아메리카라고 하면 아마존 강이 흐르는 열대 우림을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아마존보다 남쪽에 위치한 드라이 차코 지역은 서쪽으로 험준한 안데스 산맥과 이어지는 건조한 지역이에요. 강이나 호수가 있기는 해도 아마존처럼 물이 풍부하지는 않죠.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가 몇 달 동안 계속되기도 하고요. 물과 땅을 오가면서 살아가는 개구리들이 살기 적합한 환경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이런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이 개구리는 비장의 무기를 갖췄는데요. 바로 밀랍을 연상케 하는 끈끈한 점액질이랍니다. 개구리는 허파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호흡을 하기 때문에 살갗을 항상 축축하게 유지하죠.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뙤약볕에 오래 있다 보면 피부가 말라붙어 죽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밀랍원숭이청개구리는 햇볕에 몇 시간이고 노출돼도 끄떡없어요. 목 부근에서 흘러나오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선크림 역할을 하며 살갗이 말라붙지 않도록 도와주거든요. 네 발을 사용해서 목에서 흘러나오는 점액을 온몸 곳곳에 바르는데요. 마치 팔다리를 마구 꼰 요가 동작을 연상시키죠.
점액에는 ‘데르모르핀’이라고 불리는 강력한 마약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해요. 통증을 느끼지 않고 극도로 흥분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경주용 말에게 불법으로 투여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대요.
밀랍원숭이청개구리가 살아가는 곳은 ‘우듬지’라고 부르는 나무의 꼭대기 부분이랍니다. 이런 곳에서는 물가 근처에 사는 개구리들처럼 팔짝팔짝 뛰어다닐 필요는 없죠. 네 발로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잡고 조심스럽게 이동하는데 마치 원숭이들이 나무 위에서 걸어가는 모습을 연상시켜요. 그래서 이름에 ‘원숭이’가 포함된 거랍니다.
더운 지방에 사는 개구리 중에는 보통의 개구리처럼 물웅덩이가 아닌 나뭇잎에 알을 낳는 종류가 있는데요. 밀랍원숭이청개구리도 그중 하나예요. 번식철이 되면 암컷은 물웅덩이 위에 늘어져 있는 나뭇잎에다 알을 낳고 잎을 접어둔답니다. 시간이 지나서 올챙이가 알껍데기를 뚫고 나오면 바로 물속으로 떨어질 수 있게끔 하죠.
밀랍원숭이청개구리는 최근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이색 반려동물로 밀거래되고 있기도 해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