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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있었던 이야기는 손예진이 연기하는 소매치기 두목 백장미의 스토리라인입니다. 백장미는 죽은 소매치기 엄마의 가업을 물려받아 '삼성파'라는 소매치기 조직을 세워 운영합니다. 인재를 골라 등용하고,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범죄계의 높은 양반들에게 정치공세를 펴고, 경찰을 역이용하지요. 백장미의 이야기는 성차별적인 대한민국 범죄세계에서 피땀흘려 살아남은 젊은 여성의 성공담입니다.
짜증나는 신파는 김명민이 연기한 조대영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은 전과 17범 소매치기 여왕을 엄마로 둔 광역수사대 형사입니다. 자신을 정의의 화신쯤으로 생각하지만 그냥 목소리만 좋은 골 빈 바보이고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죠. 그런 주제에 툭하면 아무한테나 고함을 질러대고 아무 데서나 깽판을 치다가 결국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심각한 민폐를 끼칩니다.
이 두 사람은 몇몇 노골적인 우연의 일치에 의해 얽힙니다. 일단 조대영의 엄마 강만옥은 백장미 엄마의 옛 동업자로, 백장미가 이모라고 부르는 사이죠. 조대영은 다른 범죄자를 잡으러 다니다가 우연히 경쟁자들에게 구타당하던 백장미를 구해주고요. 어쩌다 보니 조대영은 나중에 소매치기들을 잡으러 돌아다니다가 백장미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게 되지요. 영화 결말에는 이들을 더 끈적끈전하게 연결해주는 몇몇 우연의 일치가 더 추가됩니다. 감독은 이걸 대단한 의미가 있는 운명이라고 부르고 싶은 모양인데, 전 그냥 고리타분한 신파 공식이라고 하렵니다.
조대영의 이야기는 나오는 것 자체가 공해입니다. 특히 그와 강만옥의 이야기는 짜증의 극한을 달립니다. 그놈의 엄마 타령은 보다가 질식할 지경이에요. 대한민국 영화쟁이들 중엔 마마보이들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강만옥 나이 또래 여자는 엄마의 의무 없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권리 자체가 없단 말입니까? 게다가 조대영은 너무 무능합니다. 범죄물에 형사로 나왔으면서 범죄자들과 지능대결을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하긴 그럴 능력도 없으니까요. 그냥 사람 패는 것만 잘하죠.
위에서도 말했지만 조대영의 이야기는 백장미의 이야기까지 감염시켜 버립니다.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조대영 스토리라인에 얽히자 백장미의 스토리는 중후반부터 아주 이상해져버립니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고 이성적이던 사람이 거의 스스로 함정을 파는 것처럼 멍청하고 불필요한 짓들을 연달아 저지르는 거죠. 이건 바보천치 조대영에게 단서를 갖다바치고 움직이라고 채찍질까지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럼 얼마 전까지 주저앉아 징징짜던 조대영이 느릿느릿 곰처럼 백장미를 찾아 오는 거죠.
영화의 연기나 스타일도 내용과 그렇게 잘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관객들을 의식해요. 이 영화의 배우들은 모두 1차원적인 연기만 합니다. 감추는 것도 없고 계획도 없이 모든 감정들을 그대로 어린아이처럼 그대로 드러내지요. 내용에 따라 이런 연기도 먹힐 수는 있습니다. 범죄세계에서는 어느 정도 노골적인 과시도 필요하고. 하지만 영화가 어느 정도 사실적인 범죄물을 의도했다면 이보다는 조금 더 섬세해야죠. 진짜 소매치기들이 '삼성파' 소매치기들처럼 범죄 한 건 저지를 때마다 과시적인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면 벌써 모두 오래 전에 일망타진되었을 걸요. 불쌍한 손예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섹시한 척으로 일관하는데, 그 때문에 이 사람이 가진 자연스러운 섹스어필마저도 날아가버리고 말아요. 아무리 폼을 잡으며 대사를 읊어도 내용이 빈약하니 폼이 먹히질 않고.
배우들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어요. 아까 짜증나는 엄마 타령이라고 했지만 강만옥 역의 김해숙은 그래도 양질의 드라마 연기를 펼치고 있죠. 손예진과 김명민은 1차원적인 연기로 일관하지만 적어도 그들은 1차원적인 연기를 잘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것들이야 말로 연기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나 걱정이 되는군요. 스타로서 자리를 굳힌 손예진이야 신경 쓰이지 않지만, 김명민은 다르죠. 그의 영화 연기는 어리버리 초보 미남 배우들의 얼굴 박기보다 더 나빠요.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캐릭터들이 지루하고 무개성적이니 달아날 구석이 없잖아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역만 맡을 생각일까요? (08/01/04)
DJUNA
기타등등
전 정말 이런 카피 제목들이 싫어요. 이건 로셀리니에 대한 모욕이에요. 로셀리니의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뜨거운 것이 좋아]가 그랬던 것처럼 영어 제목이라도 좀 다르게 지을 것이지.
질좋은 영화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명민좌랑 심지호 볼만하고 김해숙씨 연기도 좋았고.. 손녜진의 팜무파탈도 피식피식~
영화 평가 하는것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괜히 잘본사람은 뭐가 되냐고 저사람들이 뭐대단하다고 판단하고 그러는건지 사람보는눈이란게 다 다른건데 참
22222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저렇게 말해놓으면 엄청 재미있게 보고나온 사람은 뭐가되냐구요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