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소개
‘다양성’은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열쇠다
인디아더존스: 우리는 왜 차이를 차별하는가』는 APoV 콘퍼런스 ‘인디아더존스’를 책으로 펴낸 값진 결과물로, 전작 『헤이트(Hate):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와 『행복은 뇌 안에』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시리즈 도서이자 ‘혐오’와 ‘공감’ 그리고 ‘다양성’ 삼부작의 결정판인 셈이다. 이 책은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른 ‘다양성’ 담론에 관한 진화학, 사회학, 인구학, 미디어학, 종교학, 범죄심리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존경받는 여섯 석학, 염운옥(사회학), 조영태(인구학), 장대익(진화학), 민영(미디어학), 김학철(종교학),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의 깊이 있는 연구와 치열한 사고, 생산적인 논쟁을 집대성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인간 사회 안에 오랫동안 시나브로 형성되고 굳게 자리 잡아 고질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된 차별의 실체와 그 교묘한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통찰하게 될 것이며, 다양성이 그 해결의 실마리와 열쇠를 제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저자 소개
염운옥
마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1985년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해 강의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빠짐없이 수업을 듣는 모범생이었다. 1980년대의 대학은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열기로 뜨거웠다. 캠퍼스에는 언제나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고, 학내 문제나 정치적 이슈로 수업을 거부하는 일도 잦았다. 강의실 밖에서 세상을 배우고 시대를 고민하던 때였다. 1987년 일련의 민주화운동을 경험하며 사회의식에 조금씩 눈뜨기 시작했다. 역사의 무게가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할 결심을 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 남들은 학부 시절에 독파한 사회과학 서적들을 뒤늦게 읽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일본에 유학해 도쿄대학교에서 〈영국의 우생학 운동과 모성주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을 쓰는 동안 뜻대로 살아지지 않아 방황하기도 하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해 좌절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쭉 뻗은 길이 아닌 샛길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리라 믿으며 위안하곤 했다. 페미니즘에 눈뜬 것도 박사 논문을 쓰면서 얻은 소득이다. 역사의 주체에 여성을 놓자 보이지 않던 사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은 남성만이 부당하게 인간을 대표해왔음을 일깨워주었다.
〈우생학과 여성〉, 〈파시즘과 페미니즘 사이에서: 영국파시스트연합의 여성 활동가들〉, 〈타자의 몸: 근대성과 인종주의〉 등의 논문을 발표했고, 《낙인찍힌 몸: 흑인부터 난민까지, 인종화된 몸의 역사》를 썼다. 최근에는 자신의 소유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소유가 아닌 ‘몸’을 역사학의 주제로 어떻게 다룰까를 고민하고 있다. 인종주의나 이주, 이민에 대한 관심도 몸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 위에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사람들이 태어나고, 이동해 다니고, 사망하는 인구현상을 통해 사회의 특성과 변화를 읽어내는 인구학자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사회학으로 석사를, 인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을 공부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또 2015년부터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자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2016년 가을에 출판한 첫 저서 《정해진 미래》를 통해 한국사회가 인구변동으로 인해 어떤 변화를 경험하게 될지 예측했다. 당시 생소했던 인구학이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과 개인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소개하여 인구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2021년 현재, 지도교수로 있는 서울대학교 인구학연구실에서 학생 및 박사연구원들과 함께 우리나라 초저출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하는 작업, 지방자치단체들의 미래전략 수립을 돕는 일,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필요한 자문을 하고 있다.
《정해진 미래》 이외에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공저)》, 《2020-2040 베트남의 정해진 미래(공저)》 등을 집필했고, 《정해진 미래》로 2017년 정진기언론문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장대익
인간 본성과 기술의 진화를 탐구해 온 과학철학자이자 진화학자. 기계공학도로 출발했으나 진화생물학에 매료되어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대학원에서 진화학과 생물철학을 공부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행동생태연구실에서 인간팀을 이끌었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의 과학철학센터와 다윈세미나에서 진화심리학을 공부했다. 교토대학교 영장류연구소에서 침팬지의 인지와 행동을 공부하기도 했다. 박사 학위는 융합생물학의 정점인 진화발생생물학, 이른바 ‘이보디보Evo-Devo’의 역사와 철학으로 받았다. 《다윈의 식탁》, 《다윈의 서재》, 《다윈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다윈 삼부작’과 《울트라소셜》, 《공감의 반경》 등을 썼으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등을 번역했다.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든 통섭적 학자인 만큼 그 이력도 종횡무진이다.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차세대 화상 교육 플랫폼 ‘에보클래스’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창업가이자 가천대학교 창업대학 학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미디어대학원장. 다양한 층위의 커뮤니케이션이 시민성과 공동체의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력을 탐색하는 미디어학자.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저널리즘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고려대 성평등센터장 및 다양성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수정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 석사 및 박사를 마쳤다. 또한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심리측정 석사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경기대학교 진성애교양대학 교양학부 교수이다.
법무부 양성평등위원, 여성가족부 여성폭력방지위원, 대검찰청 전문수사 자문위원, 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과거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사이코패스 성범죄 재범 위험 척도 등 다수의 심리검사를 개발했으며, 범죄심리학 논문을 여럿 발표했다.
BBC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중 1인이며, 주한 유럽연합이 선정한 대한민국 여성 대표이다.
저서로 《최신 범죄심리학》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등이 있다.
📜 목차
추천사
서문
Lecture 01
인종, 그리고 인종차별 / 염운옥
‘인종’, 쉽고도 어려운 이야기|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미그란스’이면서 ‘호모 하브리두스’|인종 신화는 어떻게 생겨났을까?|인종의 허구성|그러나 여전한 인종주의|인종주의를 없애려면?
Lecture 02
다양성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까 / 조영태
인류의 이동과 다양성|인구 절벽의 위기|인구 문제를 보는 미래지향적 관점|잘파세대의 국경을 초월한 이동은 운명이다|글로벌 인재의 경쟁력 ‘다양성’
Lecture 03
다양성과 공감, 그리고 행복 / 장대익
인류는 다양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화했는가?|집단의 규모를 키운 힘은?|우리 사회의 다양성 지수는 왜 낮을까?|다양성 지수를 높이는 방법은?
Lecture 04
미디어는 어떻게 다양성을 저해하는가 / 민영
다양성 사회의 미디어와 이용자|레거시 미디어의 작동 방식|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작동 방식|미디어 이용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다양성의 유용성과 가치 이해하기|다양성 사회를 위한 미디어의 역할
Lecture 05
신은 왜 인간에게 혐오를 가르쳤나 / 김학철
초월을 향하는 인류의 본능|정결과 부정-윤리, 그리고 혐오|예수의 근본 체험과 삶-두려움과 혐오를 넘어서는 사랑의 실천
Talk 01
우리 사회의 인종주의와 낙인 / 이수정·염운옥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강화된 인종 혐오|이주 외국인을 향한 악의적·차별적 시선|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성숙한 공동체를 향하여
Talk 02
생존의 필수 조건: 다양성 / 장대익·조영태
우리는 다양성을 추구해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젊은 세대의 다양성 지수와 공감 지수는 기성세대보다 훨씬 높다|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과 다양성|우리나라 교육의 방향과 다양성|다양성은 의지를 갖고 학습해서 얻는 가치다
📖 책 속으로
미국 화가 아치볼드 모틀리(Archibald Motley)가 1925년에 그린 〈악터룬 소녀(Octoroon Girl)〉를 보자. 제목의 의미 그대로, 흑인의 피가 8분의 1 섞인 소녀의 초상화다. 그러나 외양만 보면 소녀는 흑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백인 전용 시설을 이용하고 백인 행세를 하는 이른바 ‘패싱(passing)’이 가능했다. 물론 8분의 1 ‘흑인’ 피가 섞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한 방울 법칙’에 따라 흑인으로 분류되었다.
둘째, ‘과연 누가 유대인인가?’라는 질문이다. 헤시 레빈슨 태프트(Hessy Levinson Teft)라는 이름의 유대인 여성의 사례를 살펴보자. 어린 시절 그녀는 ‘예쁜 아리아인 아기 선발대회’에 출전하여 1등을 했다. 태프트의 아기 시절 사진을 찍은 사진사가 예쁜 아리아인 아기 선발대회에 그녀의 사진을 출품했고, 그 사진은 1935년 나치 선전 잡지 《집안의 햇살(Sonne ins Haus)》의 표지를 장식했다. 그러나 사실 헤시 레빈슨 테프트는 아리아인이 아닌 유대인이었다. 이는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와 나치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아리아인이 신체적으로 유대인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즉, 신체의 외양만으로 아리아인과 아시케나지 유대인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 p.51
자, 곰곰이 생각해보자. 이렇게 성장한 세대에게 ‘문화적 이질성’이라는 것이 기성세대에게 그랬던 것처럼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데 걸림돌이 되겠는가? 과거에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등의 기성세대에게는 문화적 이질성이라는 요소가 이주에 매우 큰 걸림돌로 다가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볼까? 대한민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인 당신이 북유럽의 스웨덴이나 남아메리카의 브라질로 이민을 고민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거의 틀림없이 당신은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언어도, 생활방식도, 문화도 전혀 다른 저 나라에 가서 잘 적응하며 살 수 있을까?’ 그러나 잘파세대는 이런 고민을 아예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훨씬 덜할 확률이 높다.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마치 인류 문명 태동기에 새롭게 개발된 농사법과 도구의 발명이 같은 위도의 나라로 빠르게 전파되었듯, 오늘날 글로벌 문화의 동질성은 전 세계 같은 잘파세대 사이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 잘파세대만이 아닌, 전 세계 잘파세대에게 들불 번지듯 번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적 이질감이 글로벌 이주의 걸림돌이 되겠는가? 태생적으로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잘파세대 친구들은 장차 그야말로 전 지구를 무대로 생활하고 활동하며 역동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필연이자 숙명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특정 국가에 머무르며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어느 한 나라에 발을 딛고 살더라도 그의 활동 반경이 그야말로 ‘글로벌하게’ 확장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전 세계적인 패러다임과 트렌드 속에서 우리나라 잘파세대도 다른 나라 잘파세대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매우 역동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다.
--- p.98~99
동아시아 국가, 특히 대한민국은 왜 이렇듯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를 형성하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연구를 찾기는 어려우나 전 세계 여러 문화권을 연구한 결과가 제법 있다. 이에 따르면 밀 농사를 짓는 집단에 비해 벼농사를 짓는 집단일수록 훨씬 획일적이다. 이는 밀 농사와 벼농사 특성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즉, 밀 농사의 경우 밀 씨앗을 땅에 뿌리는 일 외에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는 데 반해 벼농사를 짓는 데에는 관개시설 정비를 비롯해 밀 농사의 최소 두세 배 정도 되는 집단 노동이 필요하다고 한다. 벼농사는 밀 농사와 달리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업이다. 그러므로 벼농사 과정에 자연스럽게 집단주의 성향이 길러지고 자리 잡게 된다는 이야기다.
동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 양쯔강 유역으로 눈길을 돌려 현상을 분석해보면 위 논리가 좀 더 명확해진다. 실제로 한 연구팀이 밀 농사 위주로 생활하는 양쯔강 북부 지역과 벼농사 위주로 생계를 이어 가는 양쯔강 남부 지역민을 여러 측면에서 세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양쯔강 북부 지역민에 비해 강 남부 지역민에게서 훨씬 강한 집단주의적 성향이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의 경우에는 위에 언급한 밀 농사와 벼농사 차이에서 기인하는 일반적인 원인만으로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중국, 일본 등 주로 벼농사를 짓는 동아시아의 어떤 나라와도 차별화되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특성이 충분히 설명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만이 가진 그 독특한 특성이란 뭘까? 필자는 한국인의 강렬한 ‘학습 열망’에서 그것을 찾고자 한다.
--- p.127~128
한 가지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예멘 난민 이슈’를 기억하는가?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입국했을 때 한국 언론은 오랜 내전으로 많은 민간인이 사망하고 난민 수십만 명을 배출한 예멘의 비극적 상황이나 예멘인이 제주도까지 오게 된 배경과 관련해 정확하고 사실적인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다. 주요 언론은 “난민 쇼크”, “이슬람 난민 점령” 같은 표현을 제목에 부각하며 ‘난민 공포증’을 부추겼다. 말 그대로 난민은 ‘박해의 위험을 피해 보호를 신청한 사람’이므로 그들의 국적이나 종교와는 별개로 난민 신청 자격을 갖췄는지 엄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예멘 난민은 ‘극우 이슬람교도’로 규정됐고 ‘테러리스트’, ‘성폭행범’, ‘서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복지 혜택을 무상으로 누릴 집단’ 등 위험한 집단으로 묘사되었다. 이러한 보도를 접한 시민은 무슬림을 향한 부정적 고정관념으로 예멘인을 바라보게 되어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게 형성되었다.
--- p.151
거룩함과 속됨, 정결함과 불결함은 감정과 종교적 규율 속에서 강화되어 개인과 사회를 강력히 통제한다. 이것이 바로 종교에서 혐오가 탄생하고 발전하는 기원이자 원리다. 정결함과 불결함, 거룩함과 속됨을 구분하는 일과 이러한 구분이 유발하는 부정적 감정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있다. 혐오 자체만 놓고 생각해보자. 더러운 것이 입에 묻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재빨리 떼어내려고 하고 또 그래야 한다. 병균을 옮길 위험성이 있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필요도 없이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혐오는 이렇게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필요조건이며 생존 및 번영에 도움을 준다.
혐오는 윤리와 도덕 영역 안에서도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공동체를 파괴하거나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그럴 때는 공동체에 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혐오와 분노를 무기로 단호하게 대처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동체가 심각하게 파괴되거나 자칫 붕괴할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 p.189~190
🖋 출판사 서평
다양성 지수, 미래 사회의 가장 중요한 스펙이 된다
▣ 우리는 왜 차이를 차별하는가
“차이(difference)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 차이에 인간이 의도적으로 위계(hierachy)를 부여하는 것이 문제다. 인간이 자연과 사회에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차이에 의도적으로 위계를 부여하는 순간 차이가 차별을 낳고, 불공정과 불합리함이 발생하고, 폭력과 학대로 이어질 위험성이 생겨난다. 위계는 우와 열을 정하고 그에 따라 줄 세우기를 하는 것이다.”
― 본문 「인종 신화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중에서
성차별, 인종차별 등의 혐오에 기반한 ‘차별’과 그로 인한 심각한 사회 문제는 왜 생겨날까? 이는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차이를 다양성의 긍정적인 발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과 다른 특성을 가진(차이가 있는) 상대를 타자화하고, 배척하고,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류사의 관점에서 차별은 어떻게 발생하였으며, 고질적인 문제로 부각되었을까? 제1장 「인종, 그리고 인종차별」의 저자 염운옥 교수에 따르면, 인종이라는 개념은 인류가 인간의 다양성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개념이 본격화한 것은 근대 유럽 국가가 먼바다와 다른 대륙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15세기 말 이후 펼쳐진 신항로 개척 시대 때였다. 유럽인은 먼 항해 끝에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서 만난, 자신과 너무도 다르게 생긴 사람들을 타자화하고 그들을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 다른 인종으로 규정하고 전형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이렇듯 인종과 인종주의는 유럽인이 신항로 개척을 명목으로 다른 대륙에 진출하고, 침략하고 약탈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근대의 발명품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인류 역사 속에서 ‘차이’가 ‘차별’을 낳고, 그 차별이 불공정과 불합리함을 낳았을 뿐 아니라 폭압적으로 변질해간 연원이다.
그는 “피부색 차이는 스펙트럼으로서만 존재할 뿐 검은색, 흰색, 노란색의 구분 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갈파한다.
▣ ‘다양성’은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열쇠다
다양성은 ‘차별’이라는 치명적인 무기이자 해로운 독소에 맞서고 치료하는 가장 효능이 뛰어난 해독제이자 방패다. 다양성은 이제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열쇠가 되고 있다.
『인디아더존스: 우리는 왜 차이를 차별하는가』는 티앤씨재단에서 다양한 관점을 알아보자는 취지로 진행하는 APoV(Another Point of View) 콘퍼런스 ‘인디아더존스’를 책으로 펴낸 값진 결과물로, 전작 『헤이트(Hate):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와 『행복은 뇌 안에』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시리즈 도서이자 ‘혐오’와 ‘공감’ 그리고 ‘다양성’ 삼부작의 결정판인 셈이다. 이 책은 개인과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른 ‘다양성’ 담론에 관한 진화학, 사회학, 인구학, 미디어학, 종교학, 범죄심리학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존경받는 여섯 석학 염운옥(사회학), 조영태(인구학), 장대익(진화학), 민영(미디어학), 김학철(종교학),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의 깊이 있는 연구와 치열한 사고, 생산적인 논쟁을 집대성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인간 사회 안에 오랫동안 시나브로 형성되고 굳게 자리 잡아 고질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된 차별의 실체와 그 교묘한 작동 원리를 날카롭게 통찰하게 될 것이며, 다양성이 그 해결의 실마리와 열쇠를 제공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별&장별 핵심 내용
“인종은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개념이 아니다. 생물학적 인종 개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것은 마치 ‘지구가 평평하다’라고 믿는 것만큼이나 불합리하고 시대착오적이다. 그런 까닭에 1950~1951년 유네스코도 “호모 사피엔스는 단일종이며 모든 인종은 평등하다”라고 선언했다.
……(중략)
‘인간은 모두 서로 다르고 다양합니다. 차이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르고 제각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르게 대할 수밖에 없고,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억지 논리이자 궤변으로 귀결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가 ‘차이’를 보는 동시에 차이 뒤에 숨어 있는 위계, 즉 ‘줄 세우기’를 날카롭게 간파하고 냉철히 비판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 본문 제1장_ 「인종, 그리고 인종차별」 중에서(염운옥 교수)
”이런 흐름 속에서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간단하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잘파세대가 다른 나라로 거침없이 이동하고 이주하며 살아가듯 다른 나라 잘파세대도 우리 사회로 자유롭게 밀고 들어올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잘파세대가 주역이 된 대한민국은 비록 인구는 현재에 비해 많이 줄어들겠지만 오히려 작지도 위축되지도 않는 짱짱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중략)
‘향후 잘파세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다양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 속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리고 우리의 자식 세대이자 후속 세대인 잘파세대를 어떻게 키우고 교육해야 할까?
……(중략)
향후 펼쳐질 세상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넉넉히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자기 안의 다양성을 경쟁력으로 끊임없이 긍정적으로 변화해갈 수 있는가에 개인과 우리 공동체, 그리고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본문 제2장_ 「다양성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까」 중에서(조영태 교수)
”그것은 바로 ‘인간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는가?’, ‘결과적으로 문명 발전에 어떤 거대한 흐름이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인류는 공감의 반경을 점점 확장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진화해왔다는 점이다. 즉 처음에는 자기 자신만, 그러다가 차츰 우리 가족, 우리 부족, 우리 민족과 국가 그리고 모든 인간으로 공감의 영역이 확장한다.
……(중략)
인지적 공감, 보편적 윤리, 교육을 통한 공감은 공감의 원심력을 키우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공감의 원심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사회의 가치는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 본문 제3장_ 「다양성과 공감, 그리고 행복」 중에서(장대익 교수)
”다양성은 현대 사회의 변화와 진보를 보여주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또한 국경을 초월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중심 주제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로 관찰 범위를 좁혀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장면과 맥락에서 다양성 이슈가 부상하고 다양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일부 학자는 다양성이 미래 사회의 혁신을 이끌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는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질 만한 주장이다. 다양성이 글로벌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전략이 되고 있고 과학기술 혁신의 추진력으로 작용하는가 하면 성숙한 민주주의의 지표로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 본문 제4장_ 「미디어는 어떻게 다양성을 저해하는가」 중에서(민영 교수)
”예수는 왜 난민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야 했을까? 그의 난민 체험이란 다름 아닌 ‘사회적 약자’로서의 경험이자 동질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당대의 억압받고 고통받는 많은 난민과 그는 하나가 되고자 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당시 예수의 가족은 일종의 ‘정치적 난민’이었다.
……(중략)
예수는 사람의 겉면인 인종, 신분, 성별 등의 위계질서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편견과 선입견을 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가르친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 품은 내면 풍경이다.
……(중략)
여기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기꺼이 자신을 내려놓을 줄 아는 위대한 사랑을 목격한다. 바로 그러한 사랑이 인종과 신분, 성별 등이 가로막는 높은 담을 무너뜨린다. 사랑의 힘은 혐오의 장벽을 넘어선다.“
― 본문 제5장_ 「신은 왜 인간에게 혐오를 가르쳤나」 중에서(김학철 교수)
”개인적으로 저는 다양한 주제를 두고 대한민국 구성원이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폭넓은 대화를 바탕으로 형성된 긍정적 여론이 뒷받침되어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법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략)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보편성을 획득하고 일반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자연스럽게 이주민을 포용하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 본문 제6장_ 「우리 사회의 인종주의와 낙인」 중에서(이수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