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보
1
유수각사(游修覺寺) - 두보(杜甫)
수각사에 놀러가다
野寺江天豁(야사강천활) : 들판 절은 강과 하늘이 훤히트였고
山扉花竹幽(산비화죽유) : 산 사립문은 꽃과 대나무 그윽하네.
詩應有神助(시응유신조) : 시는 신의 도움이 있을 것이고
吾得及春遊(오득급춘유) : 나는 얻어 그리고 봄놀이 하네.
徑石相縈帶(경석상영대) : 길가의 돌은 서로 얽히고 쌓여있고
川雲自去留(천운자거류) : 냇가의 구름은 스스로 가고 머무네.
禪枝宿衆鳥(선지숙중조) : 선원의 나뭇가지 뭇 새들이 깃들고
漂轉暮歸愁(표전모귀수) : 이리저리 돌다 저녁 돌아갈 걱정하네.
2
후유(後遊) - 두보(杜甫)
다시 수각사(修覺寺)에 놀러 오다
寺憶曾遊處(사억증유처) : 절에서 일찍이 놀던 곳 생각나고
橋憐再渡時(교련재도시) : 다리가 너무 좋아 다시 건널 때로다.
江山如有待(강산여유대) : 강산은 나를 기다리는 듯 하고
花柳更無私(화류갱무사) : 더욱이 꽃과 버들은 사심 없이 반긴다.
野潤煙光薄(야윤연광박) : 아지랑이 엷게 끼고 들판은 생기 넘치고
沙暄日色遲(사훤일색지) : 모래는 따뜻하고 낮은 길기도 하다.
客愁全爲減(객수전위감) : 나그네 수심 다 사라지니
捨此復何之(사차부하지) : 이곳을 버리고 다시 어디로 가리오.
* 後遊(후유) : 다시 (수각사에) 놀러 가다.
* 修覺寺(수각사) : 사천성(四川省) 신진현(新津縣)의 민강(岷江) 동쪽 강가에 있다.
* 新(신) : 증(曾). 일찍이. 曾, 重으로 기록된 곳도 있다.
* 憐(련) : 불쌍히 여기다. 사랑하다. 당 현종을 사모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 烟光(연광) : 안개 빛.
* 沙暄(사훤) : 봄 햇살이 강변을 비추어 모래밭이 따뜻하게 보인다는 의미. 暄(훤)은 따뜻하다.
* 日色遲(일색지) : 햇살이 느리게 비춘다. 오후 늦은 시간의 햇살이 비추고 있는 모습.
* 此(차) :수각사(修覺寺)를 말한다.
이 시는 당(唐) 숙종(肅宗) 상원(上元) 2년(761년), 두보가 50세 때 지은 시이다. 두보는 당시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渓)의 초당(草堂)에 머무르고 있었다. 완화계로 돌아온 지 1년 되던 해 봄에 신진현(新津縣)에 있는 수각사(修覺寺)에 놀러가서 <유수각사(游修覺寺)>라는 시를 지었는데, 같은 해 다시 수각사에 놀러 가서 지은 시가 <후유(後遊)>이다. 아름다운 수각사의 정경을 칭송하며, 옛 일을 회고하는 시이다.
3
엄정공댁동영죽(嚴鄭公宅同詠竹) - 두보(杜甫)
엄정공 댁에서 대나무를 읊다
綠竹半含籜(록죽반함탁) : 푸른 새싹 반 남짓 죽순껍질 속에 있고
新梢綠出牆(신초록출장) : 새 가지 파랗게 담장을 넘었네.
色侵書帙晩(색침서질만) : 그 빛깔 저녁나절 책에까지 이르니
隱過酒樽凉(은과주준량) : 대 그림자 지나간 술 더욱 맑아지겠네.
雨洗娟娟淨(우세연연정) : 비에 씻겨 어여쁘고 산뜻한데
風吹細細香(풍취세세향) : 바람 불어오니 그 향기 은은하네.
但令無剪伐(단령무전벌) : 자르지 말라 명령만 한다면야
會見拂雲長(회견불운장) : 구름에 닿을 만큼 길게도 자랄 것을
* 嚴鄭公(엄정공) : 당唐 대종代宗 원년(763) 정국공鄭國公에 봉해진 엄무嚴武를 가리킨다. 두보가 촉에 들어갔을 때 신세를 졌다. 무인이면서도 시에 능했고 두보와 나눈 교우가 깊었다.
* 半含籜(반함탁) : 절반 정도 죽순껍질에 싸여있는 모습
* 書帙(서질) : 책의 표지라는 뜻에서 나중에는 책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됨
* 樽(준) : 술을 담는 그릇, 술통
* 涓(연) : 미세한, 작은
* 凈(정) : 淨으로 쓴 자료도 있음
* 隱(은) : 陰으로 쓴 자료도 있음
4
유소부신화산수장가(劉少府新畵山水障歌)/(奉先)劉少府新畵山水障歌 - 두보(杜甫)
유소부가 그린 산수 병풍에 대한 노래
*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 4권에 실려 있으며, 원래 제목은〈奉先劉小府新畵山水障歌(봉선유소부신화산수장가)〉이다.
여기의 유소부(劉小府)는 〈橋陵(교릉)〉시에 나오는 ‘王劉美竹潤(왕유미죽윤)’의 유(劉)인 듯하고, 소부(小府)는 현(縣)의 위관(尉官:경찰 사무를 담당)의 경칭(敬稱)인데 《文苑英華(문원영화)》 제목 밑의 주에 ‘奉先尉劉單宅作(봉선위유단택작)’이라 한 것으로 보아 이름은 單(단)이다.
두보가 봉선(奉先)에 있을 때인 천보(天寶) 13년(754)에 봉선현위로 있던 유단이 그린 한 폭의 산수 병풍을 보고, 그림을 찬미함과 동시에 은둔하고 싶은 흥취를 읊은 내용이다.
堂上不合生楓樹(당상불합생풍수) : 대청 위는 단풍나무가 자라기에 합당하지 않거늘
怪底江山起煙霧(괴저강산기연무) : 괴이하다 강산에 연무(煙霧)가 일어나네.
聞君掃卻赤縣圖(문군소각적현도) : 그대가 적현(赤縣)의 산수도 그렸단 말 듣고
乘興遣畫滄洲趣(승흥견화창주취) : 흥을 타 창주(滄洲)의 흥취 그리게 하였네.
畫師亦無數(화사역무수) : 화공들 또한 무수히 많지만
好手不可遇(호수불가우) : 좋은 솜씨는 만날 수 없다오.
對此融心神(대차융심신) : 이를 대함에 마음과 정신 무르익으니
知君重毫素(지군중호소) : 그대 붓과 흰 비단 소중히 여김 알겠노라.
* 堂上(당상) : 유단의 집 대청 위
* 赤縣(적현) : 봉선현을 가리킨다. 경읍(京邑)의 속현(屬縣)에는 적(赤)과 기(畿)가 있는데 인구가 많고 물산이 풍부한 곳을 적(赤)이라 하였는바, 봉선현이 두 번째로 번화하였기 때문에 개원(開元) 4년(716) 적현으로 개칭하고 경조(京兆)에 소속시켰다. 또는 적현신주(赤縣神州)의 약칭(略稱)으로 중국(中國) 또는 중원(中原)을 통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 乘興遣畵滄洲趣(승흥견화창주취) : 창주(滄洲)는 강호(江湖)와 같은 말로 창주취(滄洲趣)는 강호에 은둔하여 자연을 즐기며 한가롭게 생활하는 흥취를 이른다.
* 重毫素(중호소) : 붓과 비단을 소중하게 여김
豈但祁嶽與鄭虔(기단기악여정건) : 어찌 기악과 정건 뿐이겠는가?
筆蹟遠過楊契丹(필적원과양계단) : 필적이 양계단(楊契丹)보다도 훨씬 뛰어나네.
得非懸圃裂(득비현포렬) : 어찌 곤륜산의 현포(玄圃)를 잘라다 놓은 것이 아니며
無乃瀟湘翻(무내소상번) : 소상강(瀟湘江)이 뒤집혀 흐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悄然坐我天姥下(초연좌아천모하) : 초연히 나를 천모산(天姥山) 아래에 앉혀 놓으니
耳邊已似聞清猿(이변이사문정원) : 귓가에는 이미 맑은 원숭이소리 들리는 듯하네.
反思前夜風雨急(반사전야풍우급) : 돌이켜 생각하니 어젯밤에 비바람이 급하더니
乃是蒲城鬼神入(내시포성귀신입) : 아마도 포성(蒲城)에 귀신이 들어온 것이리라.
元氣淋漓障猶濕(원기임리장유습) : 원기가 흥건하여 장자(障子)가 아직도 젖어 있는 듯하니
真宰上訴天應泣(진재상소천응읍) : 조물주가 위로 올라가 하소연하여 하늘도 응당 울리라.
野亭春還雜花遠(야정춘환잡화원) : 들 정자에 봄이 돌아오니 잡꽃이 멀리 피어 있고
漁翁暝蹋孤舟立(어옹명답고주립) : 어옹(漁翁)은 저물녘에 외로운 배 밟고 서 있구나.
* 祁岳與鄭虔(기악여정건) : 기악(祁岳)과 정건(鄭虔)은 모두 당(唐)나라 때의 화가이다.
* 정건(鄭虔) : 당나라 산수 명화가. 미관 말직의 신분으로 두보와 우정을 나눈 사이로서, 당 현종으로부터 시(詩),서(書), 화(畵) 삼절(三絶)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신당서 권202 정건전>
* 楊契丹(양계단) : 수(隋)나라 때의 화가인 양소(楊素)로 그가 그린 그림이 契丹(거란)까지 전해졌으므로 이로 호를 삼았다 한다. 중국, 수대의 화가. 산둥성 사람. 벼슬은 상의동(上儀同)에 이름. 도석(道釋), 인물, 고사를 특기로 하고 6법을 구비했다고 평해진다. 그의 그림은 장승요(張僧繇)의 화풍과는 다른 북조의 질실웅혼(質實雄渾)한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생각된다.
* 玄圃(현포) : 현포(縣圃)라고도 쓰는 바, 곤륜산(崑崙山) 위에 있는 선경(仙境)이라 한다.
* 瀟湘(소상) : 소수(瀟水)와 상수(湘水)로 합하여 동정호(洞庭湖)로 흘러 들어간다.
* 天姥山(천모산): 항주의 천목산이다.
* 反思前夜風雨急(반사전야풍우급)……眞宰上訴天應泣(진재상소천응읍) : 포성(蒲城)은 봉선현(奉先縣)의 옛 이름이고, 진재(眞宰)는 진실한 우주의 주재자, 즉 조물주(造物主)를 가리킨다. 김륭(金隆)은 “이 그림의 기묘함을 이른 것이다. ‘ 돌이켜 생각해 보니 어젯밤에 비바람이 급하더니 아마도 포성(蒲城)에 귀신이 들어와서 이런 기이한 변고가 생겼는가 보다. 지금 장자(障子)를 보건대 아직도 원기(元氣)가 흥건하여 젖어 있는 듯하니, 응당 진재(眞宰)가 위로 올라가 하소연하여 하늘이 울어서 그러한가 보다.’ 라고 말한 것이다. 아마도 장자(障子)에 그려진 것이 반드시 봉선현(奉先縣) 산천(山川)의 경치일 것이다. 그러므로 위에서는 적현(赤縣)이라고 하였고 여기에서는 포성(蒲城)이라고 한 것이다. 그림이 묘하여 하늘이 울었다는 것은 ‘시가 지어짐에 귀신을 울렸다[詩成而泣鬼]’는 말과 같다.” 하였다.
滄浪水深青溟闊(창랑수심청명활) : 창랑(滄浪)의 물 깊고 푸른 바다 넓으니
欹岸側島秋毫末(의안측도추호말) : 비스듬한 언덕과 기운 섬 털끝처럼 작아 보이네.
不見湘妃鼓瑟時(불견상비고슬시) : 상비(湘妃)가 비파 타던 때는 보지 못하였으나
至今斑竹臨江活(지금반죽림강활) : 지금까지도 반죽(斑竹)은 강가에서 자란다오.
* 滄浪(창랑) : 창파. 큰 바다의 푸른 물결.
* 秋毫末(추호말) : 가을철에 털갈이 하여 가늘어진 짐승의 털끝이라는 뜻으로 매우 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 不見湘妃鼓瑟時(불견상비고슬시) 至今斑竹臨江活(지금반죽림강활) : 상비(湘妃)는 요(堯)임금의 두 딸이며 순(舜)임금의 두 비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고, 반죽(斑竹)은 아롱진 무늬가 있는 대나무로 전설상 옛날 순(舜)임금이 창오산(蒼梧山)에서 별세하자, 아황과 여영이 소상강(瀟湘江)을 건너가지 못하고 통곡하면서 피눈물을 대나무에 뿌렸는데, 그후 대나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반죽이 되었다 한다. (『博物志』、『述異記』)
劉侯天機精(유후천기정) : 유후(劉侯)는 천기(天機)가 정밀하여
愛畫入骨髓(애화입골수) : 그림을 좋아함 골수에 박혔다네.
自有兩兒郎(자유량아랑) : 스스로 두 아들 두었으니
揮灑亦莫比(휘쇄역막비) : 붓놀림 또한 견줄 데 없다오.
大兒聰明到(대아총명도) : 큰 아이는 총명함 지극하여
能添老樹巔崖里(능첨로수전애리) : 산꼭대기와 절벽에 늙은 나무 그려 넣을 수 있고
小兒心孔開(소아심공개) : 작은 아이는 마음 구멍이 열려
貌得山僧及童子(모득산승급동자) : 산사(山寺)의 승려와 동자는 모사(模寫)할 수 있다오.
若耶溪(약야계) : 약야계(若耶溪)여!
雲門寺(운문사) : 운문사(雲門寺)여!
吾獨胡爲在泥滓(오독호위재니재) : 나 홀로 어이하여 진흙 속에 빠져 있게 되었나
青鞋布襪從此始(청혜포말종차시) : 짚신에 삼베 버선 신고 이제부터 시작하리라.
* 이 시는 두보가 奉先에 있을 때인 天寶 13년(754)에 奉先縣尉로 있던 劉單이 그린 한 폭의 산수 병풍을 보고, 그림을 찬미함과 동시에 은둔하고 싶은 흥취를 읊은 내용이다. 少府는 고대 중국의 재무관청(財務官廳) 직위이다.
* 유후(劉侯) : 그림을 그린 유단을 말한다.
* 模寫 : 어떠한 대상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본떠서 언어나 그림으로 묘사함
* 若耶溪雲門寺(약야계운문사) : 약야계(若耶溪)는 절강성(浙江省) 소흥현(紹興縣) 남쪽 약야산(若耶山) 아래 있는 계곡이고 운문사(雲門寺)는 약야산에 있는 절 이름이다.
* 掃-붓을 휘둘러 그리다
* 祁岳與鄭虔 : 祁岳과 鄭虔은 모두 唐나라 때의 화가이다.
* 楊契丹 : 隋나라 때의 화가인 楊素로 그의 그림이 契丹(거란)까지 전해졌으므로 호로 삼았다.
* 玄圃 : 縣圃라고도 쓰는 바, 崑崙山 위에 있는 仙境이라 한다.
* 漓-스며들 리 / 欹-기울 의 / 襪-버선 말, 洋襪
* 湘妃, 斑竹 : 堯임금의 두 딸 즉, 舜임금의 두 妃 娥皇과 女英이 옛날 舜임금이 蒼梧山에서 별세하자, 瀟湘江을 건너가지 못하고 통곡하면서 피눈물을 대나무에 뿌렸는데, 그 후 대나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斑竹이 되었다 한다.
* 揮灑 : 붓을 휘두르고 먹을 뿌림.
5
성도부(成都府) - 두보(杜甫 712-770)
성도부
翳翳桑楡日(예예상유일) : 뽕나무, 느릅나무 사이로 해는 어둑한데
照我征衣裳(조아정의상) : 길 떠난 나그네, 나의 옷깃을 비추는구나.
我行山川異(아항산천리) : 내가 걷는 길은 산천도 다르고
忽在天一方(홀재천일방) : 문득 나는 먼 하늘 한 곳, 여기에 있도다.
但逢新人民(단봉신인민) : 오직 만나는 이는 낯 설은 사람들
未卜見故鄕(미복견고향) : 고향 다시 볼 일은 첨칠 수도 없도다.
大江東流去(대강동류거) : 큰 강물은 동으로 흘러가는데
遊子日月長(유자일월장) : 떠도는 나그네 길은 멀기만 하여라.
曾城塡華屋(증성전화옥) : 층진 성채에는 화려한 집들 가득하고
季冬樹木蒼(계동수목창) : 마지막 겨울인데도 나무는 푸르기만 하다.
喧然名都會(훤연명도회) : 이름 난 도회는 소란하여
吹簫間笙簧(취소간생황) : 생황소리에 퉁소소리까지 들려온다.
信美無與適(신미무여적) : 참으로 아름다워도 함께 갈사람 없어
側身望川梁(측신망천량) : 몸을 옆으로 누워 냇물과 다리를 바라본다.
鳥雀夜各歸(조작야각귀) : 참새도 저녁에는 각자가 돌아가는데
中原杳茫茫(중원묘망망) : 중원은 아득하고 멀기만 하여라.
初月出不高(초월출부고) : 초승달이 떠도 높지가 않고
衆星尙爭光(중성상쟁광) : 뭇별들은 아직도 밝은 빛을 다툰다.
自古有羇旅(자고유기려) : 예부터 나그네야 있겠지만
我何苦哀傷(아하고애상) : 나는 어찌 이리도 고통스럽게 애달파하는가?
6
성춘(成春) - 두보(杜甫)
완연한 봄날
歲暮遠爲客(세모원위객) : 세모에 멀리 떠난 나그네 되니
邊隅還用兵(변우환용병) : 변경에서 도리어 전쟁이로구나.
烟塵犯雪嶺(연진범설령) : 이내와 티끌이 설령을 침범하고
鼓角動江成(고각동강성) : 북과 뿔피리소리 강성을 움직인다.
天地日流血(천지일류혈) : 천지 사이에 날마다 피를 흘리니
朝廷誰請纓(조정수청영) : 조정에는 누가 벼슬을 청하는가.
濟時敢愛死(제시감애사) : 시절을 구제함에 감히 죽음을 아낄까
寂寞壯心驚(적막장심경) : 적막하여 장사의 마음 놀라게 하는구나.
7
십이월일일삼수(十二月一日三首) - 두보(杜甫)
12월 1일 3수
其一
今朝臘月春意動(금조랍월춘의동) : 오늘 아침은 섣달 봄 뜻이 움직이니
雲安縣前江可憐(운안현전강가련) : 운안현 앞은 강물이 가히 사랑 하네.
一聲何處送書雁(일성하처송서안) : 한 소리 기러기는 어느 곳 보내는 소식이고
百丈誰家上瀨船(백장수가상뢰선) : 백장 길이 배는 누구 집에 의뢰하는 것인가.
未將梅蕊驚愁眼(미장매예경수안) : 매화꽃마음 가져다 근심의 눈 놀라게 못하고
要取椒花媚遠天(요취초화미원천) : 긴요히 산초꽃을 가져서 먼 하늘을 아첨하네.
明光起草人所羨(명광기초인소선) : 명광전에 세운 풀들이니 사람들은 부러워하고
肺病幾詩朝日邊(폐병기시조일변) : 폐병으로 몇 편 시는 날마다 조회에서 곁이네
其二
寒輕市上山烟碧(한경시상산연벽) : 추위 가벼운 저자 위 산은 연기 푸르고
日滿樓前江霧黃(일만루전강무황) : 햇빛 가득한 누각 앞 강은 안개 누렇네
負鹽出井此溪女(부염출정차계녀) : 소금 지고 우물 나온 이 시내 여인이고
打鼓發船何郡郞(타고발선하군랑) : 북치고 배 나가니 어느 고을 사내인가.
新亭擧目風景切(신정거목풍경절) : 신정자에서 눈 드니 풍경이 절경이고
茂陵著書消渴長(무릉저서소갈장) : 무릉에서 지어진 글에 소갈병이 기네.
春花不愁不爛熳(춘화불수불란만) : 봄꽃은 근심 없고 난간 가득하지 않고
楚客唯聽棹相將(초객유청도상장) : 초나라 나그네 오직 노 서로 소리 듣네.
* 烟(연) : 이내 낀, 해질 무렵에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
其三
卽看燕子入山扉(즉간연자입산비) : 곧 제비가 산에 드니 사립문 살피고
豈有黃鶯歷翠微(기유황앵력취미) : 어찌 꾀꼬리 비취 지나나 조금 있네
短短桃花臨水岸(단단도화임수안) : 짧기도한 복숭아꽃은 물 둔덕에 있고
經經柳絮點人衣(경경류서점인의) : 가벼이한 버들개지는 사람 옷에 묻네.
春來準擬開懷久(춘래준의개회구) : 봄이 오면 오래도록 회포 펼 것으로 여겼으나
老去親知見面稀(로거친지견면희) : 늙어감에 친하게 알고 보는 얼굴 드무네.
他日一杯難强盡(타일일배난강진) : 다른 날에는 한 잔 억지로 다하기 어렵고
重嗟筋力故山違(중차근력고산위) : 근력 거듭 탄식하니 고향 산에 어긋나네.
8
지후(至後) - 두보(杜甫)
동지 후에
冬至至後日初長(동지지후일초장) : 동지 후에 해가 처음으로 길어지니
遠在劍南思洛陽(원재검남사낙양) : 멀리 검남에 와 낙양을 생각하노라.
靑袍白馬有何意(청포백마유하의) : 안녹산과 사사명은 무슨 뜻으로 일으켰는가.
金谷銅駝非故鄕(금곡동타비고향) : 금곡과 동타는 고향이 아니었던가.
梅花欲開不自覺(매화욕개부자각) : 매화꽃 피려하나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棣萼一別永相望(체악일별영상망) : 형제를 한번 이별에 영원히 서로 바라만 본다.
愁極本憑詩遣興(수극본빙시견흥) : 근심이 많아 시에 의탁하여 흥을 풀어
詩成吟咏轉淒涼(시성음영전처량) : 시가 지어져 읊으니 더욱 쓸쓸하고 슬퍼진다.
9
시월일일(十月一日) - 두보(杜甫)
10월 1일
有瘴非全歇(유장비전헐) : 더운 기운이 전부 그치지 않으니
爲冬不亦難(위동불역난) : 겨울이 됨은 또 어렵지 아니한가.
夜郞溪日暖(야랑계일난) : 야랑 땅에는 개울가의 해가 덥고
白帝峽風寒(백제협풍한) : 백제성에는 골짜기의 바람 서늘하다.
蒸裹如千室(증과여천실) : 찐 살이 천 채의 집과 같고
焦糖幸一盤(초당행일반) : 그을린 엿은 행여 한 쟁반이다.
玆辰南國重(자진남국중) : 이때를 남국을 귀중하게 여겨
舊俗自相歡(구속자상환) : 옛 풍속을 절로 서로 즐겨 하여라.
10
전고한행이수(前苦寒行二首) - 두보(杜甫)
지난 고생의 노래
其一
漢時長安雪一丈(한시장안설일장) : 한나라 때에 장안에 눈이 열 자나 내려
牛馬毛寒縮如蝟(우마모한축여위) : 소와 말의 털이 추워 고슴도치 같이 움츠렸단다.
楚江巫峽氷入懷(초강무협빙입회) : 초강과 무협에 얼음이 품에 들어온 듯하니
虎豹哀號又堪記(호표애호우감기) : 호랑이와 표범의 슬픈 울음도 기록할 만하였다.
秦城老翁荊揚客(진성로옹형양객) : 진성의 늙은이 형양 땅의 나그네 되어
慣習炎蒸歲絺綌(관습염증세치격) : 더위를 익혀갈 베옷을 해마다 입었단다.
玄冥祝融氣或交(현명축융기혹교) : 현명과 축융의 기운이 혹 섞일 때면
手持白羽未敢釋(수지백우미감석) : 부채를 잡아 감히 놓지 않는단다.
去年白帝雪在山(거년백제설재산) : 지난해엔 백제성에 눈이 산에 있더니
今年白帝雪在地(금년백제설재지) : 금년에는 백제성에 눈이 땅에 쌓였구나.
凍埋蛟龍南浦縮(동매교용남포축) : 얼어 묻은 교룡은 남쪽 강물에 움츠렸으니
寒刮肌膚北風利(한괄기부북풍리) : 추위에 살을 베는 듯 한 북쪽 바람이 날카롭구나.
楚人四時皆麻衣(초인사시개마의) : 초나라 사람이 사철에 다 삼베 옷 입고
楚天萬里無晶輝(초천만리무정휘) : 초나라 하늘 만 리에 빛나는 햇빛 없구나.
三尺之烏足恐斷(삼척지오족공단) : 세 발 가진 까마귀들 발 얼어 끊어질까 두려우니
羲和送送將安歸(희화송송장안귀) : 희화가 서로 보내어 장차 어디로 날아가려나?
其二
南紀巫廬瘴不絶(남기무려장불절) : 남쪽 지방의 무산과 여산 더운 기운 그치지 않아
太古以來無尺雪(태고이래무척설) : 옛날로부터 한 자 깊이의 눈도 없었구나.
蠻夷長老畏苦寒(만이장노외고한) : 오랑캐의 늙은이 모진 추위를 한탄하니
崑崙天關凍應折(곤륜천관동응절) : 곤륜산과 천관이 얼어 틀림없이 끊어지리라.
玄猿口噤不能嘯(현원구금불능소) : 검은 원숭이 입 다물어 휘파람 불지 못하고
白鵠翅垂眼流血(백곡시수안류혈) : 흰 기러기가 날개 드리워 눈에는 피 흘리니
安得春泥補地裂(안득춘니보지렬) : 어찌 봄 흙 얻어서 땅의 갈라진 곳 보충하리오.
晩來江門失大木(만래강문실대목) : 저녁에 강어귀에서 큰 나무를 잃게 되니
猛風中夜吹白屋(맹풍중야취백옥) : 맹렬한 바람 밤중에 새집을 날려 버리는구나.
天兵斷斬靑海戎(천병단참청해융) : 천자의 병사들 청해의 오랑캐를 베니
殺氣南行動坤軸(살기남행동곤축) : 살벌한 기운이 남으로 내려와 지축을 흔든다.
不爾苦寒伺太酷(불이고한사태혹) : 이렇지 않다면 혹심한 추위 어찌 그리도 모질어
巴東之峽生凌凘(파동지협생릉시) : 파촉의 동쪽 산협에는 얼음 녹은 물이 생기어
彼蒼迴斡人得知(피창회알인득지) : 저 하늘이 주관함을 사람들이 알 수 있었을까?
11
추진(秋盡) - 두보(杜甫)
가을이 다 가는데
秋盡東行且未廻(추진동행차미회) : 가을이 다 가는데 동에서 돌아가지 못하니
茅齋寄在少城隈(모재기재소성외) : 초가집을 소성의 모퉁이에 붙여 두었어라.
籬邊老却陶潛菊(리변로각도잠국) : 울타리 가에는 도잠의 국화가 늙었으니
江上徒逢袁紹杯(강상도봉원소배) : 강위에서 다만 원소의 잔을 만났어라.
雪嶺獨看西日落(설령독간서일락) : 눈 덮힌 산봉우리에 서쪽의 석양을 홀로 보니
劒門猶阻北人來(검문유조북인래) : 검문엔 여전히 북녘 사람 왕래를 막는구나.
不辭萬里長爲客(불사만리장위객) : 만리에 오랜 나그네 신세를 면하지 못하니
懷抱何時好一開(회포하시호일개) : 마음 속 생각을 어느 때 좋게 열리오.
12
추정(秋情) - 두보(杜甫)
가을철에 느끼는 쓸쓸한 생각
高秋蘇肺氣(고추소폐기) : 하늘 높은 가을에 폐병에서 나으니
白髮自能梳(백발자능소) : 흰 머리카락을 스스로 빗을 수 있어라.
藥餌憎加減(약이증가감) : 약 복용하기를 증감하는 것을 미워하니
門庭悶掃除(문정민소제) : 문앞 뜰을 고민하면서 빗자루 질 한다.
杖藜還客拜(장려환객배) : 명아주 지팡이 짚고 나그네 인사에 답하고
愛竹遣兒書(애죽견아서) : 대를 사랑하니 아이 보내어서 글을 쓰게 한다.
十月江平穩(십월강평온) : 시월에 강물이 잔잔하고 고요하면
輕舟進所如(경주진소여) : 가벼운 배 타고 가고 싶은 곳으로 나아가리라.
13
대력이년구월삼십일(大曆二年九月三十日) - 두보(杜甫)
대력 2년 9월 30일
爲客無時了(위객무시료) : 나그네 되는 것을 그칠 날이 없으니
悲秋向夕終(비추향석종) : 가을을 슬퍼함도 저녁 향해 끝이어라.
瘴餘夔子國(장여기자국) : 더위는 기자의 나라에 남아있고
霜薄楚王宮(상박초왕궁) : 서리는 초왕의 궁궐에 엷게 깔려 있어라.
草敵虛嵐翠(초적허람취) : 풀은 빈 아지랑이 푸른빛과 겨루고
花禁冷蘂紅(화금랭예홍) : 꽃은 찬 꽃봉오리 붉음을 금하였어라.
年年小搖落(년년소요락) : 해마다 흔들리어 떨어짐이 적어서
不與故園同(불여고원동) : 옛 동산과 더불어 같지 않아라.
14
상추(傷秋) - 두보(杜甫)
가을에 마음이 아파
村僻來人少(촌벽래인소) : 수풀이 후미져 있으니 올 사람이 적고
山長去鳥微(산장거조미) : 산이 기니 가는 새가 작아 보인다.
高秋收畫扇(고추수화선) : 높은 가을에 그림그린 부채를 거두고
久客掩荊扉(구객엄형비) : 오랜 나그네는 사립문을 닫는다.
懶慢頭時櫛(나만두시즐) : 게을러 머리를 때때로 빗고
艱難帶減圍(간난대감위) : 가난하니 허리띠 둘레가 주는구나.
將軍思汗馬(장군사한마) : 장군은 전투마의 출전을 생각하고
天子尙戎衣(천자상융의) : 천자는 여전히 전쟁 복장 입고 계신다.
白蔣風飇脆(백장풍표취) : 흰 줄풀은 바람에 보드랍고
殷檉曉夜稀(은정효야희) : 검붉은 물 버들 새벽과 밤에 드물어진다.
何年滅豺虎(하년멸시호) : 어느 해에 늑대나 호랑이 같은 도적 없어지고
似有故園歸(사유고원귀) : 고향에 돌아갈 일이 있을 것 같아라.
15
군성조추(軍城早秋) - 두보(杜甫)
군성의 초가을
昨夜秋風入漢關(작야추풍입한관) : 어젯밤에 가을바람 한나라 국경에 드니
朔有邊雪滿西山(삭유변설만서산) : 북쪽 변방에 구름과 눈이 서산에 가득하다.
更催飛將追驕虜(경최비장추교노) : 나는 장군을 재촉하여 교만한 오랑캐 쫒아
莫遣沙場匹馬還(막견사장필마환) : 모래벌판 필마도 돌려보내지 않게 하리라.
ㅡ
입추우원중유작(立秋雨院中有作) -
다음 15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