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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탕지비(揚湯止沸)
끓는 물을 퍼냈다가 다시 부어 끓는 것을 그치게 한다는 뜻으로, 임시로 미봉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揚 : 오를 양(扌/9)
湯 : 넘어질 탕(氵/9)
止 : 발 지(止/0)
沸 : 끓을 비(氵/5)
출전 :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유이전(劉廙傳)
삼국시대에 형주(荊州)자사 유표(劉表)의 동생 유이(劉廙)는 유표가 죽은 뒤 조조(曹操)에게 귀순했다.
유이의 동생 유위(劉偉)는 조조에게 반기를 든 위풍(魏諷)의 반란에 연루되어 처형되었는데, 유이의 인물을 높이 평가한 조조는 ‘형제에게 죄를 연좌하지 않는 것이 고래의 법제’라며 죄를 묻지 않았다.
유이는 조조에게 글을 올려 감사를 표했는데,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신의 죄는 종중을 기울게 하고 화는 멸족에 해당되지만, 폐하의 성명(聖明)을 입고 시운을 만나 끓는 물을 퍼냈다가 다시 부어 물이 끓는 것을 막아 타지 않게 된 격이 되었습니다.
臣罪應傾宗, 禍應覆族, 遭乾坤之靈, 値時來之運, 揚湯止沸, 使不燋爛.
식어 버린 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말라 죽은 나무에서 꽃이 핀 것과 같습니다.
起煙於寒灰之上, 生華於已枯之木.
만물은 하늘과 땅의 베풂에 답례하지 아니하고, 아들은 부모가 낳아 준 것에 대해 사례하지 않지만, 죽음으로써 보답을 할 수가 있음을 붓으로 다 말하기 어렵습니다.
物不答施於天地, 子不謝生於父母, 可以死效, 難用筆陳.
이 이야기는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유이전(劉廙傳)에 나온다.
양탕지비는 원래는 화급한 상황을 다소 늦춘다는 뜻이었는데, 후에는 일시적으로는 곤경에서 벗어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서 마른 나무에 꽃이 피었다는 뜻의 고수생화(枯樹生華)도 유래했다.
양탕지비의 원형은 이탕지비(以湯止沸)인데, 이는 다음의 전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요즘 세상은 점술과 복을 비는 일을 숭상하므로 질병이 더욱 심하다.
今世上卜筮禱祠, 故疾病愈來.
화살을 쏘는 일에 비유하자면 활을 쏘아 과녁에 명중시키지 못하였다고 과녁을 수리하면 그것이 명중시키는 일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譬之若射者, 射而不中, 反修於招, 何益於中.
무릇 끓는 물로써 물이 끓는 것을 그치게 하려 한다면 물은 더욱 세차게 끓게 될 것이나, 불을 끄면 물이 끓지 않게 될 것이다.
夫以湯止沸, 沸愈不止, 去其火則止矣.
이 글은 여씨춘추(呂氏春秋) 진수(盡數)에 나오는데, 양생(養生)에 관한 내용이다.
질병 치료를 의술에 의존하지 않고 점술과 기도에만 의존함으로써 병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세태를 경계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 글의 ‘이탕지비’에서 ‘양탕지비’가 나왔다.
문자(文子) 상례(上禮)에서는 “끓는 물로써 끓음을 그치게 하려 하면, 끓음은 더욱더 심해진다. 그 뿌리를 아는 이는 불을 없앨 따름이다”라고 했다.
揚湯止沸, 沸乃益甚.
知其本者, 去火而已.
⏹ 양탕지비(揚湯止沸)
정조 22년(1798) 7월 27일 충청관찰사 이태영(李泰永)이 정조에게 장계를 올려 매년 가을마다 실시해온 마병(馬兵) 선발 시험의 폐지를 청원했다.
혹심한 재해로 농사를 망쳐 생계가 어려운 데 시험장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응시하는 백성들이 양식을 싸 오기도 힘든 상황이라 올해에 한해 시험을 폐지해 달라는 것이었다.
정조가 하교했다. "흉년에 백성을 살피는 일은 크고 작은 것 따질 것 없이 성가시게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백성을 귀찮게 할 일은 일절 하지 말라. 그래야 '끓는 물을 퍼냈다가 다시 부어 끓는 것을 멈추게 한다(揚湯止沸)'는 나무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성을 성가시게 하지 않는 것이 부역을 면제해주는 것보다 훨씬 낫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판에 도와준다면서 일이나 제도를 만들어 나라가 백성을 더 괴롭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글 속의 양탕지비는 한(漢)나라 매승(枚乘)이 '오왕에게 간하여 올린 글(上書諫吳王)'에서 "끓는 물을 식히려 할 때 한 사람이 불을 때는데 백 사람이 물을 퍼냈다가 다시 담더라도 소용이 없습니다. 장작을 빼서 불을 그치게 하는 것만 못합니다(欲湯之滄, 一人炊之, 百人揚之, 無益也. 不如絶薪止火而已)"라고 한 데서 나왔다.
'역대사선(歷代史選)' 동한(東漢) 효령황제(孝靈皇帝) 조에서 "끓는 물을 퍼냈다가 다시 부어 끓는 것을 그치게 하는 것은 땔나무를 치우는 것만 못하다(揚湯止沸, 莫若去薪)"고 하고, 이와 나란히 "종기를 터뜨리는 것이 아프기는 해도, 안으로 곪는 것보다 낫다(潰癰雖痛, 勝於內食)"란 말을 인용한 것도 같은 뜻이다.
문제가 있으면 발본색원해서 근원적으로 해결해야지 임시방편으로 돌려막기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숙종 33년(1707) 11월 9일 지평(持平) 이대성(李大成)이 상소를 올려 임금이 붕당(朋黨)을 미워한다면서 막아 끊지 못하고 도리어 조장하니 이러면서 당쟁의 폐해를 막겠다는 것은 양탕지비요, 포신구화(抱薪救火), 즉 섶을 들고 불을 끄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간언했다. 펄펄 끓는 물은 장작을 빼야지 국자로 퍼서는 식힐 수가 없다.
▶️ 揚(날릴 양)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昜(양; 오름, 위)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손으로 위로 올리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揚자는 ‘오르다’나 ‘칭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揚자는 手(손 수)자와 昜(볕 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昜자는 햇볕이 제단을 비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볕’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금문에서는 태양이 제단을 비추는 곳에 두 손을 높이 들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제단은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곳이다. 그러니 금문에 그려진 것은 신을 찬양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揚자는 ‘(손을)쳐들다’나 ‘칭송하다’라는 뜻으로 쓰였었지만, 후에 ‘오르다’나 ‘올리다’라는 뜻이 확대되었다. 두 손을 들고 신을 찬양하던 모습은 후에 昜자가 모습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揚(양)은 (1)화살이 과녁의 위를 맞힌 것을 이르던 말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날리다 ②하늘을 날다 ③바람에 흩날리다 ④오르다, 올리다 ⑤쳐들다 ⑥나타나다, 드러나다 ⑦들날리다, 알려지다 ⑧말하다, 칭찬하다 ⑨누그러지다, 고르게 되다 ⑩밝히다, 명백하게 하다 ⑪불이 세차게 타오르다 ⑫슬퍼하다, 애도하다 ⑬도끼, 부월(斧鉞) ⑭고대(古代)의 구주(九州)의 하나 ⑮눈두덩 ⑯흉배(胸背: 학이나 범을 수놓아 붙이던 사각형의 표장表章) ⑰이마(앞머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높이 들 게(揭),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누를 억(抑)이다. 용례로는 이름을 드날림을 양명(揚名), 닻을 감아 올림을 양묘(揚錨), 방울을 울림을 양령(揚鈴), 미천한 사람을 벼슬자리에 올려 씀을 양루(揚陋), 의기가 솟음을 양기(揚氣), 뜨게 하거나 뜨는 힘을 양력(揚力), 물 속에 잠겨 있는 물건을 뭍으로 건져 올림을 양륙(揚陸), 물을 끌어 올림을 양수(揚水), 득의한 마음이 얼굴에 나타나는 모양을 양양(揚揚), 뱃심 좋게 하는 말을 언양(揚言), 들어서 빛냄을 양휘(揚輝), 접본을 옮겨 심은 후에 접목하는 일을 양접(揚椄), 치거나 던진 그물을 끌어 올림을 양망(揚網), 소매를 올림 또는 춤추는 모양을 양몌(揚袂), 돛을 올림을 양범(揚帆), 먼지를 일으킴을 양진(揚塵), 어떤 물건을 들어 던짐을 양척(揚擲), 아름다움을 기리고 착함을 표창함을 찬양(讚揚), 가라앉은 것이 떠오르거나 떠오르게 함을 부양(浮揚),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을 지양(止揚), 높이 거는 일을 게양(揭揚), 권위나 명성 등을 드러내어서 널리 떨치게 함을 선양(宣揚), 북돋우어 드높이는 것을 고양(高揚), 기운이나 감정이 몹시 움직이어 일정하지 않은 상태를 격양(激揚), 혹은 억누르고 혹은 찬양함을 억양(抑揚), 드러내어 찬양함을 표양(表揚), 생각이나 주장을 드러내어 밝혀서 널리 퍼뜨림을 천양(闡揚), 높이 받들어 올림을 거양(擧揚), 대등함이나 필적함을 대양(對揚), 바다에 있는 것을 뭍으로 올림을 육양(陸揚), 세력이나 지위가 높아서 드날림을 등양(騰揚), 이름이나 지위를 세상에 높이 드러냄을 현양(顯揚), 속된 욕망을 한 몸에 다 모으려는 짓의 비유를 양주지학(揚州之鶴), 뜻과 같이 되어서 몹시 뽐내며 끄덕거림을 양양자득(揚揚自得), 활과 화살을 높이 든다는 뜻으로 승리를 비유하는 말을 양궁거시(揚弓擧矢),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구를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붊을 형용하는 말을 양사주석(揚沙走石) 등에 쓰인다.
▶️ 湯(끓일 탕, 물이 세차게 흐를 상, 해돋이 양)은 ❶형성문자로 汤(탕)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뜨겁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昜(양)으로 이루어졌다. 뜨거운 물의 뜻이다. 또 음(音)이 통하는 蕩(탕)의 뜻을 빌어, 물이 하나 가뜩인 모양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湯자는 ‘끓이다’나 ‘끓인 물’, ‘온천’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湯자는 水(물 수)자와 昜(볕 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昜자는 햇볕이 제단을 내리쬐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볕’이라는 뜻이 있다. 湯자는 이렇게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과 水자를 결합해 물이 끓는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湯(탕, 상, 양)은 (1)국의 높임말 (2)제사(祭祀)에 쓰는 국의 한 가지. 건지가 많고 국물이 적음. 소탕(素湯), 어탕(魚湯), 육탕(肉湯) 등(等). 탕국 (3)목간이나 온천(溫泉) 같은 데의 목욕(沐浴)하는 곳, 등의 뜻으로 ①끓이다 ②끓인 물 ③온천 ④목욕간(沐浴間) 그리고 ⓐ물이 세차게 흐르다(상) 그리고 ㉠해돋이(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끓을 비(沸), 용솟음칠 흉(洶), 물 솟을 용(湧)이다. 용례로는 달이어서 먹는 한약을 탕약(湯藥), 더운물이 솟는 우물을 탕정(湯井), 온천을 달리 이르는 말을 탕천(湯泉), 국을 끓이거나 약을 달이는 그릇을 탕관(湯罐), 목욕탕을 달리 이르는 말을 탕옥(湯屋), 목욕통을 달리 이르는 말을 탕조(湯槽), 약재 등을 달여낸 찌꺼기로 두 번째 달임 또는 한 번 써 먹은 일이나 말을 다시 되풀이 하는 일을 재탕(再湯), 고기나 채소나 고명 따위를 뒤섞어서 끓인 국 또는 난잡스러운 물건이나 모양 또는 그런 사람을 잡탕(雜湯), 목욕탕으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설비를 갖추어 놓은 곳을 욕탕(浴湯), 찬물이 들어 있는 탕을 냉탕(冷湯), 온천 따위의 따뜻한 물을 온탕(溫湯), 남자만이 쓰는 목욕탕을 남탕(男湯), 여자만이 하는 목욕탕을 여탕(女湯), 실내에 설치되어 있는 작은 목욕탕을 내탕(內湯), 혼자서 따로 쓰도록 설비된 목욕탕을 독탕(獨湯), 숭늉을 달리 이르는 말을 반탕(飯湯), 숭늉으로 밥을 지은 솥에서 밥을 푼 뒤에 물을 붓고 데운 물을 취탕(炊湯), 보리숭늉으로 볶은 보리를 끓여서 만든 숭늉을 맥탕(麥湯), 추어탕을 달리 이르는 말을 추탕(鰍湯), 미역국을 달리 이르는 말을 곽탕(藿湯), 떡국으로 가래떡을 어슷썰기로 얇게 썰어 맑은 장국에 넣고 끓인 음식을 병탕(餠湯), 닭고기를 넣고 끓인 국을 계탕(鷄湯), 고기나 생선이 들지 않은 국을 소탕(素湯), 끓는 국이나 물을 열탕(熱湯), 엿을 고아 낸 솥을 가셔 낸 물을 감탕(甘湯), 맹탕으로 끓인 물을 백탕(白湯), 온천 안에서 물의 온도가 가장 높은 곳을 상탕(上湯), 온천의 온도가 상탕과 하탕의 중간쯤 되는 곳을 중탕(中湯), 온천 가운데 가장 온도가 낮은 곳을 하탕(下湯), 열탕에 손을 넣어 본다는 뜻으로 더위에 괴로워하는 모양 또는 고생하는 모양이나 두려워하여 경계하는 모양 등의 비유를 탐탕(探湯), 쇠로 만든 성과 끓는 물을 채운 못이란 뜻으로 매우 견고한 성과 해자 또는 전하여 침해받기 어려운 장소를 비유하는 말을 금성탕지(金城湯池), 용 고기로 맛을 낸 요리와 봉새로 끓인 탕이라는 뜻으로 맛이 매우 좋은 음식을 가리키는 말을 용미봉탕(龍味鳳湯), 끓는 물에 떨어진 방게가 허둥지둥한다는 뜻으로 몹시 당황함을 형용하는 말을 낙탕방해(落湯螃蟹), 끊는 물이나 뜨거운 불도 헤아리지 않고 뛰어든다 함이니 목숨을 걸고 하는 아주 어렵고 힘든 고욕이나 수난을 이르는 말을 부탕도화(赴湯蹈火), 갖가지 너저분한 짓들을 하는 잡된 무리들을 이르는 말을 오구잡탕(烏口雜湯) 등에 쓰인다.
▶️ 止(그칠 지)는 ❶상형문자로 止(지)는 사람 발자국의 모양으로, '발을 멈추고 그 자리에 있다'의 뜻과 '발을 움직여 나아간다'는 뜻의 두 가지로 썼으나, 나중에는 주로 '머문다'는 뜻으로 썼다. ❷상형문자로 止자는 '그치다'나 '멈추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을 나온 止자를 보면 엄지발가락이 길게 뻗어 있는 발이 그려졌었다. 이것은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지만 사전적으로는 '그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발걸음이 멈추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止자는 '금지(禁止)하다'와 같이 무언가를 멈추거나 억제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止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가다'나 '이동하다'처럼 사람의 움직임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止자가 단독으로 쓰일 때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뜻이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止(지)는 ①그치다, 끝나다 ②그만두다, 폐하다 ③금하다 ④멎다, 멈추다 ⑤억제하다 ⑥없어지다, 없애다 ⑦머무르다 ⑧숙박하다, 투숙하다 ⑨붙들다, 만류하다 ⑩모이다, 모여들다 ⑪사로잡다, 손에 넣다 ⑫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⑬되돌아오다 ⑭병이 낫다 ⑮떨어버리다 ⑯만족하다, 자리 잡다 ⑰꼭 붙잡다 ⑱기다리다 ⑲예의(禮義), 법(法) ⑳거동(擧動), 행동거지(行動擧止: 몸을 움직여 하는 모든 짓) ㉑한계(限界) ㉒겨우, 오직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칠 료(了), 머무를 정(停), 끝 말(末),끝 단(端), 마칠 종(終), 그칠 철(輟),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이다. 용례로는 목마른 것이 그침 또는 그치게 함을 지갈(止渴), 하던 곡(哭)을 그침을 지곡(止哭), 전쟁을 멈춤을 지과(止戈), 흐르지 않고 괴어 있는 물을 지수(止水), 어떤 곳에서 머물러 잠 머물러 묵음을 지숙(止宿), 진행하여 오던 현상이나 병의 증세 따위가 잠시 그침을 지식(止息),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을 지양(止揚), 병으로 말미암아 생긴 열이 내리거나 또는 그 열을 내리게 함을 지열(止熱), 잠시 몸을 의탁하여 거주함을 지접(止接), 머물러 삶을 지주(止住), 피가 못 나오게 함 또는 피가 그침을 지혈(止血), 실시하던 제도나 법규 및 일을 그만두거나 없앰을 폐지(廢止), 금하여 못하게 함을 금지(禁止), 막아서 그치게 함을 저지(沮止), 하던 일을 중도에서 멈춤을 정지(停止),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음을 방지(防止), 내리 눌러서 제어함을 억지(抑止), 일을 중도에서 그만 둠을 중지(中止), 하려고 하는 일을 말리어서 못하게 함을 제지(制止), 지극히 선한 경지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람은 최고의 선에 도달하여 그 상태를 유지함을 이상으로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선(止於至善), 제 분수를 알아 만족할 줄 아는 경계를 일컫는 말을 지족지계(止足之戒), 목마름을 그치게 하는 꾀라는 뜻으로 임시변통의 꾀를 이르는 말을 지갈지계(止渴之計), 일정한 숙소가 없이 어디든지 이르는 곳에서 머물러 잠 또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마땅히 그쳐야 할 데서 알맞춰 그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처(止於止處),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뜻으로 사념이 전혀 없는 깨끗한 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명경지수(明鏡止水), 몸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이르는 말을 행동거지(行動擧止), 매실은 시기 때문에 이야기만 나와도 침이 돌아 해갈이 된다는 뜻으로 매실의 맛이 아주 심 또는 공상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망매지갈(望梅止渴), 행동을 덤비지 말고 형용과 행동거지를 조용히 생각하는 침착한 태도를 가져야 함을 이르는 말을 용지약사(容止若思),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자행자지(自行自止) 등에 쓰인다.
▶️ 沸(끓을 비, 용솟음칠 불, 어지럽게 날 배)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弗(불)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沸(비, 불, 배)는 ①끓다 ②끓이다 ③들끓다 ④분분히 일어나다 ⑤샘솟다 ⑥(물이)솟아오르다 ⑦끓는 물, 그리고 ⓐ용솟음치다(물 따위가 매우 세찬 기세로 위로 나오다)(불) ⓑ(물을)끼얹다(불) ⓒ뿌리다(불) ⓓ거세게 이는 물결 소리(불) ⓔ샘솟는 모양(불) 그리고 ㉠어지럽게 날다(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용솟음칠 흉(洶), 물 솟을 용(湧), 끓일 탕(湯)이다. 용례로는 액체가 끓어 오름 또는 물 끓듯 떠들썩 하여짐을 비등(沸騰), 액체 물질의 증기압이 외부 압력과 같아져 끓기 시작하는 온도를 비점(沸點), 분기가 치받쳐서 속이 답답함을 비울(沸鬱), 끊는 물을 비탕(沸湯), 물 따위가 펄펄 끓음 또는 펄펄 끓임을 자비(煮沸), 매우 놀라서 어찌할 줄을 모름을 진비(震沸), 액체가 폭발하듯이 갑자기 끓어 오름을 돌비(突沸), 솥 안의 탕이 끓는 것처럼 요란하고 혼잡함을 이르는 말을 정비(鼎沸), 고체를 용융할 때에 고체 자신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을 포비(泡沸), 불에 타고 있는 자를 구하려고 끓는 물을 퍼 올린다는 뜻으로 방법이 잘못되어 괴로운 자를 더욱 괴롭힘 또는 관의 다스림이 과격하고 어수선함을 비유하는 말을 구화양비(救火揚沸)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