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리스트 맨 위에는 남미여행이 쓰여 있게 되었다. 대학생이되어 버킷리스트에
쓰인 남미여행을 가기위해 23살에 배낭여행을 떠났다. 이 이야기는 우여곡절 많았던
여행 중, 많은 친구가 궁금해하는 꿈의 우유니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남미여행의 두 번
째 국가인 볼리비아에 가기 위해 페루 쿠스코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육로로 이동했다.
버스로만 18시간이 걸려 해발 3,800m에 있는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 도착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라파즈에서 하루 동안 고산에 적응하고 우유니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왜냐면 우유니는 해발 4,400m에 위치해 있어 고산병에 적응하면서 올라가야 좋기때문이다.
하지만 남미의 꽃이라 불리는 아주 큰 행사, ‘다카르랠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카르랠리는 오토바이, 자동차로 남미 일대를 달리는 경기로 우유니 사막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육로가 막힌다는 버스직원의 말을 듣고 바로 여행일정을 고치고 우유니로 향했다.
28시간 만에 우유니에 도착했다. 내리라는 버스 기사의 목소리에 새벽5시쯤 버스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해가 뜨고 있는 하늘이 너무 멋있어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숙소에서 짐도 풀지 않고 우유니사막 투어사 부터 찾아갔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투어사들이
3개 정도 있는데, 나는 ‘오아시스 투어사’의 빅토르와 함께했다. 투어는 벤 한대를 빌리는 것으로
7명의 사람이 모여야 출발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벽에 붙이면 그 아래 다른 사람들이
이름을 쓰는 방식으로 모집된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한국의 전라도 크기만 해서 길을 잘못 든다면
나올 방법이 없다. 그래서 가이드도 잘 만나야 한다. 또 가이드에 따라서 좋은 장소에 데려다준다.
그래서 유명한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는 빠르게 마감된다. 투어를 예약하고 환전소를 찾아 볼리
비아 화폐로 환전하고 나서야 짐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곧 투어 할 준비도 마쳤다.
처음 밟는 소금사막
오후 5시에 투어사 앞에서 새로운 동행들을 만났다. 처음 들어가는 소금사막이라 다들 들떠있었다.
가이드는 어떤 집에서 세워 주더니 장화로 갈아 신으라고 했다. 모두 장화로 갈아 신자 다시 차는
출발했다. 1시간 정도 계속 달리다보니 흰 세상과 가까워지는 게 눈으로 보였다. 남미 날씨는 하루
에도 몇 번씩 바뀌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땐 비가 내릴 것처럼 우중충했다. 먹구름만보일 뿐 내가
이미지로만 봤던 우유니 소금 사막의 모습이 아니었다. 우유니에 오기 전에, 지구상의 천국일거라
고 그림을 그리면서 왔다. 하지만 내가 도착했던 날은 천국이 아니라 천국을 빠져나가는 출구의 모
습 같았다. 분명 앞으로 뛰어가면 맑은 하늘로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아무리 뛰어도 하늘과 가
까워지지 않았다. 한참을 앞으로 달려서 뒤를 돌아보니 차와 사람들이 레고만큼 작아져 있었다. 멀
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나만 다른 행성에서 그쪽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날씨는 비록 좋지 않
았지만 내가 지구 반 바퀴까지 왔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날씨가 맑아지기만을 기다렸다.
<우유니에서 지낸 지 3일째 되던 날, 페루 와카치나사막에서 만났던 정택 오빠와 선욱 오빠가 우유니
에 도착했다. 우리는 또다시 우유니사막으로 들어갔다. 이날도 역시 비가 내렸다. 2시간정도 사막을
계속 들어가는데 먹구름이 가득했다. 왜 하늘은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시간이 갈수록 날씨는 더 안
좋아졌고, 우리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가득 차 버렸다. 자동차를 타고 길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를
계속 달렸다. 달리다 보니 안내 책자에서 봤던 우유니 호텔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막 한가운데 소금
으로 만든 호텔이라니 정말 낭만적이지 않나? 온통 새하얀 소금으로 만들어진 그곳에서 가이드의 부
인이 싸준 남미식 치킨 뽀요를 점심으로 먹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왔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하
늘이 맑아졌다. 우리는 그때부터 신이 나서 사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은 고도 4,000m라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기 때문에 머리가 핑 돌았다.다시 차에 올라타 한참을 달렸다. 그리고 우리는
메말라 있는 땅에 내렸다. 가이드 빅토르와 우리 팀 7명만 우유니 사막에 서 있었다. 아무리 달려도
사막의 끝이 없었다. 더 멀리 갔다 가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까 봐 멈췄다. 그리고 각자 흩어져 우
유니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앉아서 멍하니 사막을 바라보며 사색의 시간
을 가졌다. 정육각형의 모양의 소금 바닥이 끝없이 펼쳐지고 구름이 눈앞에 있어 조금 뛴다면 하늘로
닿을 것 같았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오직 7명만 있었고, 우리는 한참 사막을 바
라본 후 그제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열정을 다해 사진과 영상을 남겨주었다. 다시 마을로
돌아가려고 차에 탔는데, 갑자기 시동이 꺼졌다. 이 넓고 넓은 사막 한가운데 우리 7명만 덩그러니 남
겨지게 된 것이다. 이곳은 주소도 없으므로 구조 차량이올 수도 없었다. 정말 머릿속에 멍해졌다. 그것
도 잠시 동행 오빠들이 가이드랑 엔진을 어떻게 연결하더니 사막 한가운데에서 자동차를 고치기 시작
했다. 언니랑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그 와중에 평화롭게 과자를 먹었다. 기적적으로 자동차의 엔
진을 고쳤고, 우리는 다시 사막에서 마을로 나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만약 시동이 켜지지 않았다면
사막에서 어떻게 탈출 했을지 얘기하면서 한참을 떠들었다.동행들과 이별하는 날 ..처음 우리가 다 같
이 만난 곳은 페루 와카치나 사막이다. 마이애미 공항에서 만난 정택 오빠 그리고 미국에서 온 선욱 오
빠, 페루 공항에 나오자마자 소매치기를 당한 재혁 오빠 그리고 지연 언니까지 우리 다섯 명은 와카치
나에서 처음 만났다. 사막에서 다같이 모래 보드도 타고 버기카를 타고 사막을 달리면서 온종일 놀았다.
점점 해가 저물고 노을 지는 모습도 함께 보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해가 다 지고 나서야 사막
에서 돌아와 숙소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또 잠자리에 들기 아쉬워 우리는 다시 사막으로 올라갔다.
사막의 고운 모래를 침대 삼아 누웠고, 별을 바라보면서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의 마무리
가 철학적인 이야기로 흘러 여행 마지막날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여행 첫날의 사막이 잊히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여행의 첫날이 꼭 수련회 마지막 날 캠프파이어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기억은 점점
잊히기 마련인데, 우리가 나눴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나도 더욱 선명하게 남을 것만 같다.
처음 만난 동행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정택 오빠가 먼저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 있었다. 우
리는 처음에 모래사막에서 별을 봤으니까 마지막은 소금 사막에서 별을 보고 인사 하자고 얘기했다.
우유니 사막에서 별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새벽3시에 투어사 앞에서 다시 모였다. 그런데 새벽 3시가
지나도 가이드는 오지 않았다. 다른 투어사의 차들은 하나씩 출발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30분만 더 기
다려보기로 했다. 새벽 3시 30분이 되어도 가이드는 오지 않았다. 우린 다시 숙소로 들어갔고 아침에
투어사로 다시 찾아갔다. 알고 보니 무리한 스케줄 탓인지 가이드가 늦잠을 자서 출발하지 못했던 것
이었다. 우리는 투어를 황당하게 놓쳐 버린 것이었다. 아쉽지만 정택 오빠는 그렇게 한국으로 떠났다.
세상에서 제일 큰 거울... 다음 날, 다시한번 새벽 3시에 모여 다른 사람들과 사막으로 들어갔다. 사막
으로 들어간 지1시간 정도 지나 나는 창문을 내리고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말도 안 되는 풍
경이 펼쳐졌다. 내 머리 위로 은하수가 떠 있었다. 정말 이렇게 많고 선명한 별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
나는 계속 하늘 위를 올려다보면서 달렸다. 가이드의 내리라는 신호에 그제야 고개를 내릴 수 있었다.
가이드가 의자를 꺼내주자 우리는 헐레벌떡 장화로 갈아 신고 물 위에 올라섰다. 온 사방은빛이 하나
도 없고 우리 위로는 아주 커다란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정말 머리위로 별이 떠 있다면 이런 느낌일
까? 손을 뻗으면 별이 닿을 것 같았다. 은하수가 끝없이 내 머리 위로 펼쳐졌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고, 5명의 숨소리만 들렸다. 다들 의자를 가지고 한 명씩 자리를 잡았다. 의자에 앉아서 하늘을 계
속 바라보는데 별똥별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밑을 바라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 밑으로 그
쏟아지는 별들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하늘과 땅,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아도 그 공간에는 오직
나만 있었고, 나는 우주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 저기 멀리서 보이는 언니들을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세상은 너무 어둡고 별만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시라 언니 옆에 서서 같이 하늘을 바라보는데
정말 큰 별똥별이 떨어졌다. 우리는 함께 잊지 못할 그 순간들..시간이 5시를 넘어가면서 점점 하늘의
색이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하늘의 색이었다. 붉은색으로 변한 바닥에도 여전히 별들이 있었고,
내가 걸을 때 마다 찰랑찰랑 물이 흔들리면서 별도 같이 흔들렸다. 해가 뜨기 직전 30분 정도만 이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이 시간을 계속 붙잡아 두고 싶었다. 이 짧은 30분에는 하늘이 나를 중심으로
계속 변하고, 오로지 나만 그 시공간에 멈춰있는 기분이었다.환상적인 여행이었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