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총과 사정거리
최 병 창
조준 경 없이도
애써 방아쇠를 당기지 않아도
소리 나지 않는 눈총은
어디서나 발사가 잘되네
맞고 맞히며
쓰러지면서 다시 또 쓰러트리네
흐트러진 전열에 누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눈꼴이 시다며 입은 삐뚤어졌고
시답잖은 입맛을 다시던 몰골도
머쓱한 척하더니 금세 시들해졌네
눈총을 하도 많이 쏘고 맞아서 그런지
그릇된 잘잘못이 철철 넘쳐
뚱딴지같은 생각도
여기서는 명함도 들이지 말라는데,
총은 쏘 돼 가려서 쏘아야 하네
총알을 맞고도 죽지 않는 놈은
기세가 등등하여
더욱 세차게 날뛰는 법이니
쏠 때는 표적에 정확하게 쏘아야 하네
하지만 아서라,
쏜다고 다 총질이더냐
늘어진 갈지 자 걸음에
빈총만 덜렁거리는 한낮에,
그래도 숨기지 못한 비밀을 품고
몰래 겨냥한 눈총은 언제나 외로운 법
더듬거린 지평선은
삐딱하게 뒤척이며 길게 누웠는데
이참에 위험하고 무지한 총질솜씨를
누구도 보지 않았다면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니
총알 없는 눈인사는 꼭 해둬야겠네.
<2024.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