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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앞두고 다시 ‘사드 군불 때기’ 나선 미국 | ||
사드 제작 ‘록히드 마틴’ 관계자, “한미 간의 공식·비공식 논의 모두 진행 중”… 여론몰이 나서 | ||
김원식 | 2015-10-30 13:52:36 |
미국이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의 방한과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앞두고 또다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서 그 의도가 주목된다.
사드의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사의 마이크 트로츠키 항공·미사일방어 담당 부사장은 29일(현지 시각)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드 시스템은 한미 양국 간 논의되고 있는 정책의 주제(subject)이며, 이러한 정책 논의는 현재 진행(ongoing)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양국 간에) 공식·비공식 차원에서 모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논의가 진전(evolve)되고 양국이 사드 배치에 관심을 갖는 쪽으로 결론에 도달한다면, 록히드 마틴은 열광적으로(enthusiastically)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제작사 관계자의 이러한 의도적인 기자회견 자청은 미국이 다음 달 2일, 서울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4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를 앞두고 다시 사드 한반도 배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분히 전략적인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는 현재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사드에 관한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날 트로츠키 부사장은 “현재 진행되는 논의는 초기 단계(beginning stage)이며 아직 어떤 진전이 있는지는 듣지 못했다”고 말해 사실상 한미 간에 이미 논의가 진행 중임을 분명히 했다.
▲사드 고고도 방어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미국 국방부 미사일 방어국 |
그동안 미국은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를 내세워 주로 한국의 주요 통신사나 미국 일부 국방 매체를 이용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 임박”이라는 기사를 띄우고 이에 관해 특히, 한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일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는 이른바 ‘치고 빠지기’수법을 통한 여론몰이를 해왔다. 사드 제작사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에 관한 기자의 논평 요구에 미 국방부는 이번에도 “(사드에 관해서는) 어떠한 공식적 협의도, 공식적 결정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것이 현재 답변의 전부”라고 공식적으로 답변해 또다시 부인으로 일관했다.
미국, “사드 한반도 배치 압박 강화”… 한국 정부, “중국 눈치 보며 전전긍긍”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군사전문가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록히드 마틴사가 미 국방부의 사전 동의 없이 민감한 사항에 관해 자청해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nonsense)”이라며 “미국은 현재 한국 정부보다는 중국의 대응과 (한국 내) 여론을 살피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여론의 향방을 유리하게 이끌려고 여론몰이를 펼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반도 남북한 간의 긴장을 내세워 사드를 판매하려는 록히드 마틴사와 미 국방부 측의 여론몰이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왼쪽)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민중의소리 |
한편, 이와 관련해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달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드 배치 문제는 아직 미국 정부 내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그것이 끝나야 (양국 간 논의가 이뤄질 것)”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는 미국 내에서 고려 중이며 한국 정부와는 전혀 협의가 없다는 이른바 ‘3NO(요청, 협의, 결정 없음)’ 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익명의 관계자’를 내세워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 정부를 압박해왔다. 이번에는 사드 제작사 관계자가 직접 나서 미 국방장관의 방한 앞두고 그 강도가 더욱 세진 꼴이 됐다.
따라서 다음 달 개최될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가 양국 간에 어떤 식으로 입장을 정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중국이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이를 곧바로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특히, 최근 북한이 로켓 발사나 특별한 도발이 없는 가운데, 한미 양국이 이에 관한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중의소리’에 게재된 필자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