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국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삼복의 대표 보신 음식으로 즐겼던 음식임은 분명합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보니 복날 보신 음식으로 개장국을 제일 먼저 들고 있으며, 19세기 우리나라 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삼복에 개장국이 유행했다고 돼 있습니다. 그 때문에, "보신에 개장국만 한 게 어디 있느냐"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나, 보신에 개장국만 한 게 분명 있습니다. 육개장과 염소탕이 그렇습니다. 둘 다 부산이나 그 인근 지역에선 흔하지 않은 것들인데, 음식의 품격이나 보신의 효과로 봐서 오히려 개장국보다 낫다고 합니다.
육개장은 개장국의 대체 음식으로 고안된 것이라 합니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이라는 저서를 통해 육개장을 '개고기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쇠고기로 개장국 비슷하게 끓인 국'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육개장이란 이름도 그렇습니다. 개장은 곧 개장국인데, 쇠고기로 만들었다 해서 고기 '육(肉)'자를 더해 육개장이라 한 것이랍니다. 개장국의 진화·발전된 형태라 하겠습니다.
염소탕은 주로 충청도나 강원도 지역에서 각광받는 여름철 보신 음식입니다. 조리하는 방식에 따라 탕이나 전골을 개장국과 비슷한 느낌이 들게 할 수 있지만, 맛은 훨씬 담백합니다. 보신용으로 쓰이는 염소 고기는 흑염소를 쓰는데, 남성의 기력을 보강해 줄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 예방이나 칼슘, 철분 따위를 보충해 줘 여성에게도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옛날에는 딸을 시집보낼 때 미리 흑염소를 한 마리 먹여서 보냈다고 하지요.
우연히 옛 신문 자료를 검색하다 '개고기 넣어 염소탕으로 팔아'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1974년 서울의 한 일간지에 난 기사인데요, 개고기를 염소고기로 속여 탕을 만들어 팔아 부당이득을 취한 음식점 주인이 구속됐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염소탕과 개장국의 우위는 판가름 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 보신탕, 아니 개장국이 싫다 하시는 분들! 육개장이나 염소탕으로 말복 한 번 넘겨 보지 않으렵니까? 자기 몸은 스스로 챙겨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