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멀쩡하던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인다.
아침 햇살 속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스치던 생각을 하니
자연의 조화가 신기한 생각이 든다.
어디서 저렇게 순식간에 하늘은 비구름을 몰고 와서 온 하늘에 자욱히
회색 구름이 무거워서 비가 되어내리도록 조화를 부린 것일까?
비가 오는 창밖을 보며 농삿일에 열중인 농심의 우리 시골마을 어르신들은
내리는 빗줄기가 몹시 반가울 것이다.
나는 오후 4시에 상담일정이 잡힌 내담자를 걱정한다.
오는 길이 번거로워 어쩌나?
가뜩이나 심사가 복잡하신 분들이 심리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길에 천둥소리가 들리고
번갯불이 번쩍인다면 그분들이 얼마나 성가신 마음이 될까 싶다.
한쪽에선 반가운 비가 또 다른 한쪽에선 반갑지 않다.
오늘은 또 내 귀한 가족 중의 한 사람의 생일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 생일을 맞으면서 오십년이 넘도록 살아온 삶이 문득 기적같다는 생각도 든다.
살아오는 과정, 구비 구비 돌아보면 구구절절 사연도 많은 우리네의 삶......
무난하고 반듯한 길을 비켜 험하고 외로운 길을 말 없이 묵묵히 걸어 온 한 사람을 생각하다보니
잘 살고 못 삶의 차이가 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누가 뭐라하든,
누군가에게 크게 폐를 끼치지 않는 일이라면,
자신의 소신대로, 자신의 뜻대로, 남의 음성에 너무 귀 기울이지 않고 걸어갈 수 있음이 좋은 것 같다.
심리적 면역력이 높은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뚜렷했기에
먼길을 고단하다는 생각없이 달려 온 그 사람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다.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 끓일 여가 없이 분주한 일상 속에서 나는 마음으로
뜨거운 사랑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
누구나 그렇다.
돌아보면 쾌청한 어느 날,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우속에 서 있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또한 내가 가진 모든 것이 한순간에 꿈처럼 사라지는 일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도 있으며,
그냥 어쩌다 보니 기적같은 축복이 찾아오는 일도 있다.
그러한 매 순간들을 보내고 다시 맞으며 우리는 살아간다.
그래서,
아프다고 너무 소리칠 것도 없으며,
좋다고 너무 웃을 일도 아니며,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하여 어깨에 힘을 줄 일도 아니며,
좋은 일이 모두 나를 비켜 지나가는 것 같다고 한숨 쉴 일도 아닌 것 같다.
천둥소리가 커진다.
우리는 언제나 바람처럼 스쳐지나갈 천둥 소리에 놀라기 보다는
그 천둥 번개 속에서 다가 올 햇살과 다정한 시냇물 소리를 생각하며
그것이 지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벌써, 창 밖엔 햇살이 빛나고 있다.
이글을 쓰기 시작하던 시간에 쿵쾅거리던 천둥소리는 고요해지고
지금은 창밖에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만 들린다.
인생이란 이런 것 같다.
첫댓글 맞습니다. 세상만사 세옹지마 아니겠습니까. 순간순간에 그게 전부인냥 호들갑들이잖아요. 인생살이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