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광진구 '나루 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마당놀이' 공연이 있었다.
기획, 연출, 주연까지 일인다역을 소화하며 동분서주했던 내 친구가 자랑스럽고 멋졌다.
공연은 '대취타'를 시작으로 '한양 북놀이', '창극', '입춤', '가야금 병창', '민요', '창극', '판굿'으로 이어졌다.
의상은 화려했고 소리는 정갈했다.
각종 전통 악기들의 하모니와 공연자들의 열정적인 몸짓도 발군이었다.
대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수시로 '추임새'를 넣으며 혼연일체가 되어 공감했고 환호했다.
"얼씨구, 좋다, 잘한다~"
열기가 후끈했다.
우리의 전통 '마당놀이'는 서양의 '오페라'나 '뮤지컬'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정숙을 요구 받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은 공연의 실패를 의미했다.
흥과 해학, 익살과 풍자, 공감과 격려가 여과 없이 무대와 객석 사이를 뻔질나게 오갔다.
'창극'은 본디 그런 것이었다.
상호 소통형 퍼포먼스였다.
함께 공연을 완성해 나갔다.
재미나고 걸쭉한 '잔치판'이었고 모두가 동참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그래서 더욱 즐거웠고 정신과 육신의 마디 마디에 우리 민족 본연의 '흥'이 진하게 스며들었다.
중간 중간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도 쏟아졌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에선 여러 관객들이 눈물을 쏟았다.
창극의 클라이막스였다.
우리 고유의 가락으로 그 격한 환희와 감동을 포효하듯 열창했다.
특히 중년 여성 관객들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곤 했다.
내 가슴 속 맨 밑바닥에서도 뭔가 묵직한 감성의 회오리가 심하게 일렁거렸다.
그렇게 약 한 시간 삼십 분.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을 비롯해 전혜숙 의원, 고민정 의원, 이용상 국악협회 이사장, 양회종 광진문화 원장 등 많은 내빈들의 참여와 축사가 줄을 이었다.
또한 국악과 창극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큰 객석을 가득 메웠다.
내 친구가 연출했던 9번째 창극은 그렇게 멋진 감동을 선사하며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고향 친구들이 저마다 꽃다발을 들고 모여들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밤이었다.
공연자들은 모두가 '아마추어들'이었다.
각기 다른 생업에 종사하며 주경야독의 자세로 퇴근 후에 짬을 내 '창'과 '무'를 열심히 연습했다.
자신들의 비용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과 문화의 창달을 위해 뜻을 모았고 힘을 합쳤다.
그 사정과 형편을 잘 알기에 내 가슴이 더욱 뭉클했던 거였다.
전통문화와 예술의 진작을 위해 오늘도 소리없이 고군분투하는 이 땅의 모든 예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심심한 사의를 전하고 싶다.
외롭고 어려운 길이다.
이름깨나 있는 '뮤지컬'은 15-20만원 정도 줘야 앞쪽에서 제대로 보고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창극은 단돈 2만원도 비싸다며 푸념하는 세태가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길게 보고 느리게 가자.
50년이나 100년쯤 후에 우리의 '대취타', '북춤', '사물놀이', '병창', '굿판', '춘향전'이나 '심청전'의 '창극' 등이 파리나 뉴욕의 메인 무대에서 가장 핫한 공연으로 자리매김할 지 누가 알겠는가?
미래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지금처럼 많은 이들의 한결같은 노력과 정진이 녹아 흐르는 한,
이 세상을 우리의 문화로 곱게 물들일 수 있으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브라보.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