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방석과 마른하늘
최 병 창
가시방석이나 바늘방석은
함부로 앉을 수가 없어
무심코 써 내린 글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 마당에 낯선 것이 어찌 그뿐이랴
나흘 닷새를 거푸 견디며 넘어온 몸살기운이 제법 곰삭은 듯 온몸이
너덜너덜해질 때쯤이면
촘촘해진 일기장에 못다 쓴 사연처럼 볼썽사나운 날씨마저 후줄근해
지기 일쑤다
글줄을 만나려면 눈물을 가득 채워야 하고 마른 뼈를 흠뻑 적시며 아픈
것도 그냥 아프면 안 된다는데, 이 정도 아픔쯤을 가지고 어찌 글줄 하나도
견뎌내지 못한대서야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했지만 고단한 숲길에서는
작은 소리마저도 거리를 낮추었다
어디에도 쉬운 길은 없어 읽어 내려가던 글줄이 현란하게 눈을 찌푸린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처럼 늦깎이 단풍잎들이 신음소리처럼
모질게 앞을 가로막으며,
그래도 목에 걸린 가시 같은 하얀 목화송이 구름이 몇 점 둥둥 떠가며
갈 곳을 잃은 몇 줄의 글을 대신해 연신 충돌질 하고 있다
하나도 신기하지 않은 세상에서
문장을 엮어 내던 부호마저도
가시방석이나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지친 몸살이 더욱 푸석해진다
다시 시작하기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늦은 세월인데도 불구하고.
<2023. 11.>
박태기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