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멋진 녀석들
#02
꿈을 꿨다.
날개 달린 천사가 내 위로 빙빙 날아다니는 꿈을.
번뜩. 눈을 떠보니 온통 핑크빛으로 장식된
천장을 볼 수 있었다.
공주님 방이 따로 없구나. -0-
5일이 지나도 영 적응되지 않구나. 이 방은.
"깼냐 잠보.-0-"
".-_- 씨비 걸지 마."
"잠보. 잠보. 고릴라.=0="
저게 자꾸!!
=0=상냥하고 착한 아이인 줄 알았건만.
이 아이. 알고보니 순 말썽쟁이에다가
왕 개구쟁이였다.
"강태호!!=0=!!!!!!"
낼름. 혀만 내밀고 쏙 사라지는 강태호.
부스스한 머리로 내 방 앞 문으로 나오는 강재호.
"안뇽.-0- 잘 잤니."
오늘도 무참히 무시 당하는 구나. 담하야.
"담하야 잘잤니?"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시는 아저씨.
네. 그럼요. 잘 자고 말구요.
"그러고 보니 이제 담하도 학교에 가야 할 텐데."
"푸앗. 네? 학교요?"
"왜. 좋으니?"
".....아뇨... 뭐 그렇다기 보다는..."
내 흐릿한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저씨.
"학교에 가기 싫으니?"
"..그러니까요.... 그게.."
"..일단 나중에 얘기 하자꾸나. 어서 앉거라."
학교는 안 가면 안 돼요?
학교 나에겐 정말 싫은 곳인데.
그렇다고 아저씨의 성의를 무시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눈 딱 감고 학교. 다닐까.
다시 한번 그 때의 장면이 떠오르고.
"..........."
"담하야 왜 그래!?"
"....아.... 아니에요..."
"....그래.."
"고릴라. -0- 내숭떨긴."
시끄러 이 녀석아.
해민아. 내가 눈 딱 감고 학교에 다닐까.
너 잊고 학교에 내가 다닐까.
니가 다니지 말라면 안 다닐게. 응. 그럴게.
"-0- 집 잘 봐라 고릴라씨."
"공부나 해라 강태호씨. 강재호도 잘가."
"갔다가 와."
"응? -0-"
"가는 게 아니라 갔다가 온다고."
그래. 갔다가 와.
영영 가지 말고 갔다가 와.
"잘 갔다가 와."
그제야 마음에 드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강재호.
맞아. 갔다가 와야지. 영영 가면 안되지.
으샤!! 으샤!!
이담하 완전 오버 대왕.
일부러 진지한 척 정말 싫어.
슬픈 척 하는 것도 엄청나게 싫구나 담하야.
오버대왕. 고릴라. 이담하.
..
이 넓은 집에 대자로 뻗어 누워 있으니까.
허전하고 휑 한 것 같다.
집은 넓은데. 사람을 왜 편안하게 해 주지 못할까.
집은 좋은데. 사는 사람의 마음은 탐탁치 않을까.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0- 아이고야. 소리 한번 기똥차게 크구나.
울리는 전화에 깜짝 놀라버렸다.
".여, 여보세요..-0-"
"오늘 밤이 외로워요~ 오빠~"
뚝. 거칠게 놓아버렸다.
후아. 후아. 이런 전화도 난장판을 치는구나.
-0-.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정확히 3분 뒤.
모든 마음이 침착하게 가라 앉자마자 또 전화가 울렸다.
"난 안 외롭다니까요 언니!!=0=!!"
"고릴라씨 난 언니가 아니에요."
"강태호 너구나. 왜?"
"나 가방 두고 왔어. -0- 좀 가지고 와주라."
뚜뚜뚜.
-0-.............
가방 들고 가 줄까. 이 주위 지리는 대충 아는데.
학교가 어디랬더라. 한풍고랬던가.
아저씨가 쥐여준 열쇠를 꾸욱 쥐고 다른 손에는 강태호의 가방을 들고.
룰루루. 멋진 외출을 나섰다.
\한풍고등학교.
참 이담하 너도 바보구나.
너 강태호가 몇 반인 줄은 알고 있었니?
어쩌자고 여기 와서 난리야. 난리가.
쉬는 시간인지 분주한 아이들 속에서 강재호를 찾아냈다.
"강재호!!"
허겁지겁 뛰어갔다. 하나 둘 날 보는 아이들.
"있잖아 강태호 몇 반이야?"
".........."
"이 가방 전해주려고. 후아. 후아."
"강태호 니 뒤에 있는데."
에? 빙그그 뒤를 돌아보니
개구진 웃음을 띠며 강태호가 서 있었다.
"야!! 이거 받아 빨리!"
"고릴라 와 줄줄 알았어."
"내가 진짜 찾는다고 죽는 줄 알았잖아!!"
"미안해요 고릴라씨."
'알았어, 갈게'라고 하려는 그 찰나에
한 중년 남자의 쩌렁쩌렁한 고함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재빨리 반으로 들어가는 아이들.
웃지만 한숨을 푸욱 쉬는 태호.
무표정한 얼굴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는 재호.
현재 이담하 상황 파악 전혀 안됨.
"너 누구야!?"
"네? 전 이담하라고 하는데요.-0-"
"야! 강태호 강재호 얘 누구야!?"
무섭다. 무섭게 생겼다.
손에 쥔 반지름 5cm의 몽둥이를 들고 나의 배를 꾹꾹 찌르는 선생.
"하지마요."
그런 선생의 몽둥이의 끝을 꽉 잡아버린 재호.
"이 놈들이!! 당장 따라와!!!!"
"아 잠깐만요! -0- 잘못은 나한테 있다구요! 내가 갈게요 날 때려요!!"
"뭐!?!? 너도 따라와!!"
\교무실.
따악. 따악. 엄청난 힘으로 재호와 태호를 때리는 선생.
왜 난 이런 손들기 벌만 시키고.
왜 재호랑 태호는 저런 걸로 때리냔 말이야.
"나도 때려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태호 옆에 엎드려 뻗쳐 자세를 취하니
선생님 표정이 더 일그러졌다.
그리고 빠악. 내 허벅지로 향하는 몽둥이.
으아. 눈물나게 아프다.
그리고 한번 더 때리려고 할 때.
내 몸을 누르고 그 위로 맞아버리는.
"...태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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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헤헤. 다음 편도 기대를 부탁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