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반천 물놀이공원과 고냉이소
서귀포시 서홍동에는 아름다운 솜반천이 있다. 솜반천은 5.5㎞의 내천으로 사계절 용천수가 흐르고 주위가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 하천이다. 오래전부터 동네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해 ‘선반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유독 이곳의 물이 맑고 차가운데 한라산에 내렸던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이곳에서 올라오기 때문이다. 물의 온도가 한여름에도 15~17도를 유지할 정도로 차갑다. 여기서 솟아오른 물들이 흐르고 흘러 천지연폭포의 거친 물줄기가 된다.
솜반천은 특히 아이들의 기억을 품은 곳이다. 지금은 상수도가 정비돼 흔적을 감추었지만, 과거에는 천연 수영장이었던 물웅덩이가 많았다. 종남소와 고냉이소가 대표적인데, 수심이 5~6m가 넘었지만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 푸르고 깨끗했다. 여름이 되면 서홍동의 꼬마들은 친구들과 팬티 바람으로 물웅덩이에 뛰어들었다. 몸이 차가워지면 여름 해에 달궈진 바위 위에 누워 일광욕을 즐겼다. 그렇게 물과 바위를 몇 번 오가면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솜반천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걸매생태공원’과 ‘걸매예술마을’이 이웃해 있기 때문이다. 걸매생태공원은 솜반천 주위 170여 종의 식물과 습지성 초본류, 야생화초류, 매화 군락 등 다양한 식물과 흰뺨검은오리, 직박구리, 박새 같은 조류를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원이다. 걸매생태공원 동남쪽에 있는 가파른 언덕 계단을 지나면 걸매예술마을이 나온다. 마을 건물들이 대부분 70~80년대 지어져 동네 곳곳에 좁은 골목길이 많다. 몇 해 전 골목길에 예쁜 벽화를 그리고 마을 곳곳에 작고 소소한 예술 작품을 설치해 더욱 운치 있고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걸매생태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기당미술관이 있다. 흔히 서귀포를 대표하는 작가로 이중섭을, 대표 미술관으로 이중섭미술관을 떠올리겠지만 서귀포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시민들은 변시지(1926-2013)와 그의 작품을 소장한 기당미술관을 첫손에 꼽는다. 변시지 화백은 서귀포를 배경으로 사람, 새, 말, 초가를 주로 단순하게 형상화해 그렸는데,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서귀포의 외로움을 대신 표현해주는 것 같아 가슴이 아려온다. 기당미술관은 제주에서도 한라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현지인들만 아는 비밀 산책 코스이기도 하다.
솜반천 물놀이공원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