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끼오름은 점성 있는 흙 나안끼가 어원
삼다일보 기사 승인 2024.12.05. 18:00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3954번지의 낭끼오름은 땅 번지가 산 번지가 아니듯이 낭끼오롬은 해발 185.1m, 비고 40m 밖에 안 되는 매우 낮은 오름이다. 그래서 낭끼오름을 정상까지 탐방하는 데는 고작 10분이 안 걸린다. 그러나 낭끼오름의 둘레는 1.6㎞이니 그리 작은 편은 아니다. 더구나 넓은 수산 평지이니 낭끼오름은 낮고 펑퍼짐해 보인다.
낭끼오름은 낭곳·낭껏·남케 등으로 불렸는데 ‘낭’은 제주어로 나무이고 ‘낭곳’의 ‘곳’은 제주어로 숲이며 낭궤(한글 고어 자판으로도 표기가 어렵다)는 이는 제주어 ‘나무’의 변형들로 보이며 ‘끼’는 변두리를 뜻하는 말이라 하나, 큰 의미 없어 보인다. 같은 뜻으로 일본어의 ‘키(き)’도 나무를 뜻하는 말이다. 아래서 말하겠지만 이는 단지 몽골어의 음차이다.
낭끼오름은 한자로 남거봉(南居奉)이라고 하는데, 수산진 남쪽 들판인 수산평에 있는(거居:있을거, 차지할거) 오름이란 뜻이다. 이는 ‘남쪽의 큰 벌판 중에 위치한 오름이란 뜻으로 클 거巨자를 써서 ‘남거봉南巨奉’이라고도 하였는데 이는 ‘낭끼·낭게를 한자로 음차한 것뿐이다. 탐라지초본 ‘산천(山川)조’에도 남거봉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낭끼오름의 존재는 미미하다.
700년 전 몽골에서 처음으로 말이 들어 온 곳이 성산포이다. 말들이 중산간 방목지로 옮겨 가기 전에는 수산평 일대에 방목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점차 몽골과 다른 방법으로 사육되었을 것이다. 내몽골(중국)이나 고비사막 건너 외몽골 초원은 삭막하다. 몽골에서도 소나 양은 가까운 곳에서 방목하나 말들은 멀리 말 떼를 풀어놓는 것은 제주와 같다.
700년 전 제주도 들판은 거의 버려진 상태였을 것이다. 제주 주민들은 농사하기 좋은 중산간에 사는 예도 있지만 고려 시기에 성산포로 말이 들어오며 이웃 왕메에 몽골인 좌형소가 목마총관부장으로 부임하며 수산평 초입의 낭끼오름은 아직까지 여러 가지로 해석되었으나 이 오름이 몽골어로 불려졌을 것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낭끼오름의 어원은 몽골어 ‘나안끼(НААНГИ)’로 그 뜻은 ‘점성이 있는 흙’이란 뜻이다. 수생식물인 마름 또는, 찹쌀을 죽순 등에 싸서 찐 것을 일컫기도 한다. 지금 낭끼오름 입구에 식수 탱크가 자리 잡은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부터 이 지역은 물을 머금은 점성이 있는 흙이 있었기에 ‘나안끼(НААНГИ)’라는 말이 합당해 보인다.
몽골인들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제주를 불태워 목축을 시작할 때 다른 곳에는 불에 잘 타는데, 이 주변은 불에 잘 타지 않앴던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이 찾아보니 이 오롬 주위는 질척하게 물을 품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을 알고 ‘나안끼(НААНГИ)’라고 했던 것이다.
낭끼오름은 도로상에 표지판이 없어서 눈으로 오름을 보고도 지나쳐버린다. 그래서 뒤돌아 와서 한참 동안 좁은 시멘트 길을 따라서 오름 한 바퀴를 돌게 되었다. 걷다 보니 비포장 된 곳이 나오고 계속 걸으니 오름 입구가 나온다. 서쪽을 보니 수송로(수산~송당) 아스팔트길 서쪽 정면에 길이 있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수송로 서쪽 벌판은 푸른 숲이 우거졌는데, 좌측 저수탱크를 따라가면 주차장, 조금 더 가면 표지판이 보인다. 목재 계단을 조금 따라 가면 정상까지 150m로 5분 안 되어 정상에 이른다. 서쪽에서는 뒤집힌 조각 배같이 납작해 보이나 남쪽에서 보면 조금 높게 보이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동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점차 높아지며 피라미드 모양으로 변해간다.
동북쪽으로 기울어지고 북쪽으로는 비탈이 깊어진다. 동북쪽은 침식되어 형체가 불확실하나 굼부리는 둥글고 얕은 원형이다. 서남쪽은 길에 접한 벌판인데 소나무·편백·보리똥·가막살·예덕·졸참·침식·구럼비·사스레피·청미래·찔레 등이다. 골등골꽃은 지는데 이질풀꽃이 피었다.
정상에 서면 동쪽의 멀미·왕메·소섬·바오름·청산오름·큰머리오름과 서쪽은 한라산과 영모(ㅁ+아래아)루·개오름·뒤굽은이가 보인다. 북쪽으로는 수산풍차단지 뒤로 구좌읍의 동거미·높은오름·손지오름·돌오름·둔지·다랑쉬·용눈이오름, 남쪽은 모구리·나시레·유가메 등이 가까이 보인다.
낭끼오름은 내세울 것 없는 촌색시 같다. 노꼬메·다랑쉬 같이 높지도 않고, 청산오름(일출봉), 굴오름(산방산)같이 수려하지도 않고 거슨세미나 우진제비 같은 좋은 숲도 없는 그저 수수한 촌색시 같다. 모(ㅁ+아래아)쉬(마소)떼나 키워내는 갑남을녀 같은데 곤주시(작은매미)가 가을을 부른다. 가을로 가는 해 저무는 벌판에 긴 그림자를 앞세우고 귀가하는 저녁이다.
낭끼오름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