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리우젠쥔은 “쌀이 없으면 밥을 지을 수 없다”라면서, “기업의 자원이 아무리 많고, 아무리 우월하고 자원의 잠재력이 크다고 해도 만약 자원을 활성화하고 크게 하는 배치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이 기업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어 경쟁 능력을 형성할 방법이 없다”라고 지적한다. 한 문장이 꽤 길어서 머릿속에 싹 들어오지 않지만, 대략적인 의미를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 긴말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다. 즉, 부지런히 모아두기만 해봤자 다람쥐밖에 안 된다는 거다. 작년 12월 초 한 유명 야구인이 뜬금없이 “두산과 LG의 성적이 투자와는 반비례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다. 큰돈을 투자하지 않는 두산은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포함해서 최근 7년간의 전화번호는 732-5223이다. 이에 비해서 매년 ‘억 소리’가 나는 씀씀이를 보이는 LG는 666-8587로, ‘감독들의 무덤’다운 숫자를 나열하고 있다. 흔히들 두산을 ‘화수분 야구’라고 부르고, LG는 ‘밑 빠진 독’에 비유한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이다. 한 야구인이 던진 질문은 그 원인을 물은 거다. 무엇이 한쪽은 화수분으로 만들고, 또 다른 한쪽은 두꺼비를 잃은 콩쥐가 되게 한 것일까. 투수 9명이 1이닝씩 던지는 게 야구? LG 트윈스 구단주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은 각별한 야구 사랑으로 유명하다. 그 사랑만큼 매년 LG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하지만, 그 성적은 바닥만 기고 있다. 2002년 이후 가을 야구를 향한 사랑은 짝사랑에 그친 것이다. 왜 투자와 성적이 정비례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를 많은 야구인은 얇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떤 의미에서 요즘 얇다는 것은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벽걸이 TV나 모니터, 휴대전화 등은 얇으면 얇을수록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야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얇은 건 ‘귀’이다. 구단 임원을 비롯한 단장 등의 귀가 지나치게 얇다는 거다. 여기에서 귀가 얇다는 것은 ‘남의 말을 쉽게 듣고 자기주관을 세우지 못한 채 타인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을 의미한다. 한 전임 LG 지도자는 “팀이 어려울 때 감독과 상의를 해야만 하는데, 구단 상층부의 귀는 외부 인사나 감독과 이해관계가 얽힌 이에게만 향했다”고 밝히며, “2000년 이후 1군 감독이 몇 명이나 거쳐 갔고, 그 후임이 누군지를 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LG의 감독을 맡은 이는 감독 대행을 포함해서 무려 6명이다. ‘우결’만큼이나 잦은 감독 교체를 단행했지만, 가을에도 야구를 한 것은 2000년과 2002년뿐이다. 김재박 전 감독을 제외하면 그동안 임기를 채운 이는 아무도 없다. 임기가 보장되지 않으므로, 감독이 자신의 야구를 하지 못하고 성적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는 건 ‘치어리더 언니들’도 알 터이다. 게다가, 3년 임기를 꽉 채운 김 전 감독 역시 여유를 갖고 팀을 운영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당장 성적에 목을 매게 되면서, 신인급 선수에게 시간과 기회를 준다는 건 감독 자리를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기량이 검증된 선수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유망주의 성장이 더디면서, 선수가 없다는 타령이 무한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LG 내부 사정에 정통한 야구관계자는 “2000년 이후 LG는 프런트가 우승 강박증에 시달리면서 현장에 대한 간섭이 심해졌다. 이 강박증이 결국 유망주는 많지만, ‘선수가 없다’는 말이 나오게 된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우승 강박증 이상으로 LG 코치진을 힘들게 한 것은 구단 임원의 대다수가 야구를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한 전임 감독은 “선수를 가르치는 것보다 구단 임원들에게 야구를 이해시키는 게 더 힘들었다”면서, “더 큰 문제는 어느 정도 야구를 알게 되었을 때는 인사이동으로 다른 이가 부임한다는 것이다. 다시 야구를 이해시키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나날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야구단의 임원으로 오는 이들인데 야구를 전혀 모른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LG 지도자 출신의 한 야구인은 믿기 어려운 말을 들려주었다. “한 번은 모 단장이 ‘한 시즌에 투수는 9명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으냐?’고 했다. 1이닝씩 9명이 매 경기 던지면 된다고 생각한 거다.” 1982년 LG의 전신인 MBC가 강릉에서 동계훈련을 할 때이다. 배트가 다 부러져서 본사에 연락했을 때 돌아온 대답은 “못으로 박아서 다시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였다. 30년 남짓 하는 시간이 흘렀지만, 구단 상층부의 야구 이해도는 ‘제자리 곰배’이다. 야구를 모르는 이가 구단을 운영 사실 8개 구단 가운데 야구인 출신 단장은 SK 와이번스의 민경삼 단장이 유일하다. 좀 더 넓게 봐서 단장은 아니지만, 김태룡 두산 이사까지 포함하면 2명 정도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LG 단장이 야구를 잘 모른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거는 없다. 5명의 친구가 있기에. 그러나 LG에는 또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2mm가 있다. LG는 작년 9월 말 2010년 코치진을 구성하면서, 염경엽 운영팀장을 1군 수비코치로 임명했다. 공석이 된 운영팀장에 나도현 운영팀 과장이 대행했다. 형식적으로는 내부 승격이다. 외부 인사의 영입이 아닌 내부 승격은 구성원에게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분명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인사에 대해서 상당수의 야구인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찬사를 받아야 할 내부 승격을 우려스럽게 바라본 이유는 나도현 운영팀장이 이전까지 외국인 선수 영입을 전담했기 때문이다. 운영팀장을 맡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단의 운영팀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두산 프런트 출신인 구경백 OBS 해설위원은 “운영팀장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일단 팀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능력과 선수들의 기량과 장단점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팀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능력 등을 가지고 팀을 이끌고 가는 자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나 미국만 하더라도 대다수 경기인 출신들이 GM이나 관리부장 등을 맡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상당히 독특하다”고 덧붙였다. 무엇이 독특한 것일까? 한국은 야구를 잘 모르는 인사도 행정능력을 인정받아서 운영팀장이나 단장 등 구단 고위직을 맡는 경우가 일상 다반사이다. 물론 행정능력이 있는 이가 운영팀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실제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성적을 내는 것 이상으로 구단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거액을 들여서 FA 선수를 영입했는데, 그 영입이 잘못된 판단일 때는 구단의 손실은 최대 몇십 억 원에 달하게 된다. 게다가, 전력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팀 전력이 와해할 것이라는 건 불을 보듯이 뻔하다. 선수를 제대로 평가할 능력이 모자란 이가 책임자로 있으면 효율적인 구단 경영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LG는 작년에 이진영과 정성훈이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 FA 영입은 ‘먹튀의 양산’이었다. 실례로, 2003년 11월 LG는 KIA에서 4승 4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하는 데 그친 진필중을 4년간 총액 30억 원에 잡았다. LG는 진필중이 “광주구장은 잠실구장과는 달리 좁아서 마음대로 몸쪽 공을 던지지 못한 것”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야구를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터이다. 진필중은 몸쪽 승부를 펼치는 투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두산과 LG를 잘 아는 한 인사는 두 구단의 차이는 “야구인 출신을 우대하고, 그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결정권자가 얼마나 반영해주는지에 있다”라고 밝혔다. 결국, 야구를 아는 구단과 야구를 모르는 구단의 차이가 성적의 차이로 나타난 것이다. (2)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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