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밥...
ⓒ SUNRISE 「카우보이 비밥」 2번 째 녹음 날이었다. 첫 녹음에서 1-3화를 녹음했고, 2주차엔 4-6화 녹음이 있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5화.. '타락 천사들의 발라드'편! 너무나도 유명한 화 수인 5화는 느와르적인 전체 분위기와 연출이 정말 영화 못지 않던 것으로 기억된다.
녹음 날... 뭐 거의 한 달 전에 이미 이 화 수를 점검했던 성우 구자형 씨도... 새삼 의지를 다지며 보고 또 봤을 테입과 대본을 다시 한 번 점검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있었다. 녹음 시에는 비셔스 역의 김수중 씨와 멋진 화음을 이루며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뭐 좋았다. 녹음 잘됐는데 PD놈이 뭘 더 바라겠나? 헌데 전혀 예상 못한 논란이 4, 5화를 녹음하고 잠깐 쉬는 사이에 벌어지고 말았다. 녹음을 앞둔 제 6화.. '악마를 위한 노래'의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다.
6화 마지막의 스파이크의 대사는 나름대로 유명한 '방!'(총소리를 입으로 낸 거죠.. ^^) 이것을 둘러싸고 당시 도움을 주었던 Asteris님과 무디와 구자형 씨 사이에 엉뚱한(?) 토론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토론의 논지는 바로 입으로 내는 총소리의 정확한(?) 표현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두서없이 떠들어 보면 다음과 같은 얘기들이.. 오고 갔다. (참고로 대본엔 '방'으로 작가 분이 써 놓았다)
"총소리.. 으음.. 영어식으로 하면 '뱅'이 맞는 게 아닐까요?"
"아냐.. 으음.. 우리식으로 본다면 차라리 '빵'이 맞지 않을까?"
"빵? 으음.. 거 무슨 호빵, 단팥빵 생각나지 않나? 그냥 '방'이 어때?"
"방? 으음.. 그건 다시 생각해 보니 노래방이나 빨래방이 연상되는데..
'팡'이 어떨까?"
"팡? 으음.. 거 팡..뭐시기.. 하는 빵도 있지 않았남?
그럴 바엔 기냥 '빵'이 어때?"
"아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탕'은 어떨까요?
글로는 주로 '탕'아닌가?"
"으음.. 탕.. 보신탕, 목욕탕, 음탕.. 뭐 이런 게 연상되지 않나?"
(솔직히.. 위의 얘기들은 조금 과장되어 있음을 밝힌다.. ^^)
이러한 토론은 녹음 때마다 항상 있어 왔다. 녹음 한 달 전부터 배역을 연구하고 녹음에 임한 준비된 연기자 구자형 씨와 녹음에 필요한 모든 설정 자료를 마련해 주고 녹음 때마다 같이 참여해 준 Asteris님, 역시 녹음 두 달 전부터 작품 준비에 임해 온 무디.. 이렇게 세 명은 첫 녹음 시 스파이크가 제트한테 반말을 써야 하는가..부터 시작하여.. 설정과 대사의 감정에 대해 녹음 전에 토의를 하곤 했다.
그 중 가장 예상치 못했던 토론이 바로 이 '방'이었던 것이다! 난상토론(?)이 결론 없이 진행되고 휴식 시간이 끝나가자 주인공 구자형 씨가 안되겠다는 듯 일갈성을 냈다.
"아.. 알았어.. 내 맘대로(?) 한 번 할 테니까 잘 들어봐!"
ⓒ SUNRISE 그리고... 주인공 성우의 선택은 '방'이었다. 관심 없는 듯.. 귀찮다는 듯.. 허공을 향해 날린 이 외마디는 녹음실을 살포시 울렸고.. 이를 들은 무디의 응답은.. '오케바리!'였다... ^^
녹음이 끝난 뒤의 결론은.. 역시 그 문제는 용어의 문제가 아닌 성우의 표현 문제였다는 것이다. 솔직히.. 영어 스타일인 '뱅'은 좀 아닌 것 같았고... 나머지 '방', '빵', '탕'은 성우가 감정만 살려주면 어떤 것을 사용해도(?) 문제없다는 그런 얘기... ^^
그리고... 세월(?)이 좀 흐른 뒤... 비밥의 마지막 녹음 이틀 전 구자형 씨와 통화를 했다.
* 자형: 거 마지막에 또 나오는 '방' 있잖아.. 그건 어찌할까?
* 무디: 글쎄요.. 마지막이니.. 참 그 뭐야.. 함축적이고도 허탈하면서도..
거시기... ... (헛소리 계속 주절주절... 이하 생략... ^^)
* 자형: 으음.. 알았어(--;;).. 그 부분을 계속 보고 있는데..
하여간 그 날 여러 번 해보자고.
녹음 날... 이번엔 '빵'이었다! 역시나 한방(..한 빵 ? ^^)에 녹음 끝! 결론을 내자면... 6화의 허탈한 분위기엔 '방'! 마지막화의 비장하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엔 보다 힘이 들어간 '빵'이 어울렸다. 물론 그 공은 연구하고 표현해 준 성우의 것임은 당연지사... ^^ 그리고 그 '빵'과 함께 카우보이 비밥의 녹음은 표표히 끝나고 말았다... ^^
ⓒ SUNRISE
성우 000님에 관한 자료를 찾아서 네이X~를 검색하다가 투니버스 신동식님께서 올려주신 재미있는 글이 있어서 퍼왔어요(원래는 이게 아닌데 삼천포로 빠졌다죠^^;;)
애니만큼이나 스텝분들과 성우분들의 열의가 보기 좋네요^^
부디 별무리없이 읽어주시고 내일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첫댓글 본인이 소장한 뉴타입에 있는 글이군요. 신동식님 칼럼은 그의 애니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가슴이 저며옵니다.
전에 한번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있군요. 헤헤.. 전 그 '방' 소리에 자형님의 팬이 되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