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 벌라리왓 신석기 후기 유적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4,097-1 일대에 있는 신석기 후기 유적.
개설
제주도에서 확인되는 대부분의 선사유적은 해안 저지대의 비옥한 평탄유지와 음용수 확보에 유리한 하천·용천수가 자리한 곳, 해산물 채취에 유리한 조간대가 인접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반면에 수산 벌라리왓 유적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서사면 중산간지대의 넓은 목초지대가 형성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수산 벌라리왓 유적은 중산간지대에서 생활터로서는 처음 발굴조사된 예이다.
위치
수산 벌라리왓 유적은 성산읍 중산간지대인 수산2리 ‘벌라리왓’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발굴 조사 경위 및 결과
조사는 남제주군 수산2리와 대천동을 잇는 도로 확포장공사로 실시하게 되었다. 2001년도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재연구소에서 시행한 지표조사에서 처음 확인되었다. 2002년도에는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재연구소에서 시굴조사를 실시하여 유적의 분포범위와 계절적 일시주거(Camping Site) 흔적으로 판단되는 주혈 및 일부 소토유구와 점렬문토기, 적갈색경질토기 등의 유물을 확인하였다. 이에 2003년도에 시굴조사에서 유구와 유물이 확인되는 성산읍 수산리 4097-1번지 일대에 대하여 8월 18일부터 10월 16일까지 3,500㎡[약 1000평]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결과 벌라리왓 유적은 대략 2만여 평에 걸쳐 확인되며 발굴조사가 이루어진 곳은 유적의 동편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곳이다. 발굴조사를 통해 총 23개의 유구가 확인되었으며 유구는 수혈유구 11기, 소토유구 4기, 다짐유구 5기, 석곽유구 1기, 집석유구 2기, 소수의 주혈군이 확인되었다.
출토유물은 시굴조사 시 제토과정과 인접지표에서 신석기시대 후기에 해당하는 삼각점렬문토기와 조흔문토기, 탐라시대 곽지리식토기, 자기편 등이 확인되었다. 반면에 발굴조사에서는 대부분 적갈색경질토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일부 유구와 문화층 제토과정에서 석착, 갈돌, 지석 등이 확인되었다.
의의와 평가
제주도에서 탐라시대에 이르면 생활에 유리한 비옥한 토질의 평탄대지, 하천·용천수 부근의 해안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마을유적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이에 반해 수산리[벌라리왓] 유적은 해발 300m의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생활유적으로 주목된다. 다만 현재의 발굴자료로 추정되는 이 유적의 성격은 사냥을 중심으로 하는 계절적 캠핑장소 혹은 일시적인 거주 장소로 판단된다.
금백조로 도로변에 숨어 마주 보는 벌라릿굴
벌라릿굴 가는 길은 옛 수산평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기에 탐라의 목축문화를 엿보는 길이고 시공(時空)과 대화하는 길이다. 게다가 옛 탐라목장 지대에 들어선 풍차들이 목가적 풍경을 더하는 길이다. 제주시와 성산포를 잇는 금백조로를 따라가다 보면, 백약이오름을 지나 궁대오름 가까이 이를 즈음 수산2리 이정표와 함께 회전 교차로가 나타난다. 이어 성산포 방향의 큰길을 따라 곧장 달리면 이내 평야지대가 펼쳐지고, 우측 한 길가에 돛단배 모양의 2층 구조물이 보인다. 그곳이 바로 선사유적지인 벌라리왓(수산리 4083번지) 일대이다. 그리고 그 근처에 벌라릿굴이 숨어 있다.
벌라리왓 주차장 남쪽에 위치한 한적한 숲으로 내려서면, 70여 m 거리를 두고 마주 보는 2기의 동굴 입구와 계곡 속에 조성된 아담한 정원이 나타난다. 1㎞가 넘는 벌라릿굴을 단편적으로나마 둘러볼 수는 이곳은 지하세계를 가로질러 내려온 용암동굴 일부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진 함몰 지역이다.
제주어 ‘벌르다(깨뜨리다)’는 함몰의 의미이고, ‘벌리다’라는 양쪽이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벌라릿굴이란 이름은 함몰 지형 사이로 2개의 굴이 마주보고 있음에서 유래된 듯하다. 대로변에 숨어 있는 벌라릿굴을 만난 것은 ㈔질토래비에게 주어진 행운이고 벅찬 감동이다.
굴 내부는 무너진 지 오래돼서인지 외부에서 유입된 점토가 두텁게 퇴적돼 있다. 용암종유·용암유석·동굴산호 등의 동굴 생성물들과 아아용암·용암선반·용암폭포 등을 관찰할 수 있는 벌라릿굴은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이 굴은 4·3 당시에는 수산리 주민들의 피난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한다. 벌러릿굴에서 500여 m 떨어진 남쪽에도 ‘알벌라릿굴’이라는 이름의 벌라릿굴 남쪽 입구가 있다 한다.
기대치 않은 곳에서 만난 벌라릿굴을 둘러본 이들은 곧잘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대로변에 숨어 있는 대형동굴인 벌라릿굴 2개의 입구를 보고 놀라고, 중산간 지대에 출현한 돛단배 형태의 구조물을 보고 의아해한다.
벌라릿굴 주변 일대를 사적 공원화하는 데 앞장섰던 당시의 수산2리 양만길 이장에 의하면, 바다를 내려다보고 또한 선사유적지와 벌라릿굴이 있는 이곳에서 ‘제주에서 세계로’ 오가는 탐험의 과거사와 미래사를 그려보려 돛단배 모형의 안내소를 지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1274년과 1281년 2차에 걸쳐 일본원정에 참여한 원제국 연합전함들 중 일부는 이곳에서 자라던 나무들로 만들어지기도 했을 것이다. 고려사에 의하면 삼별초가 입도하기 전인 1268년 원나라는 탐라에 전함 100척을 건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전한다.
금백조로
은빛 물결 일렁이는 길을 달리다, 제주 억새 드라이브
제주시 수정일 : 2019. 10. 31.
하늘거리는 바람결을 따라 이리저리 물결치는 억새 군락이 눈부시다. 깊어가는 가을 들녘엔 초록빛 움튼 밭과 새하얀 풍력발전기가 은빛 억새 군락과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어댄다. 길 따라 달리는 여행자의 마음은 이미 길 너머 반짝반짝 빛나는 억새밭에 가 있다. 제주의 가을은 역시 억새다. 섬 전체가 억새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을이면 제주도 어딜 가나 억새를 만날 수 있다. 드라이브로 만끽하는 제주의 가을. 길 따라 억새가 만발했다. 동부 중산간 도로 중 하나인 금백조로는 가을철 억새 드라이브 코스로 첫손가락에 꼽힌다. 주도로인 비자림로(1112번)에서 백약이오름 방향으로 빠져 나오면 바로 금백조로로 이어진다. 이곳부터 시작된 은빛 물결은 굽이굽이 길을 따라 서귀포시 수산리까지 이어지며, 또 다른 주도로인 1119번과 합쳐지면서 점점 사그라진다. 마치 숨겨진 비밀의 도로처럼 금백조로 구간에 들어서면 예상치 못했던 풍경들과 만나게 된다. 너른 평원에 펼쳐진 은빛 억새길이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기분에 젖게 만드는가 하면, 때때로 굴곡진 언덕길이 나타나 그 너머 풍경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오름들 사이로 거대한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도 이색적인 볼거리다. 따스한 가을 햇살을 머금은 억새는 바라만 봐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물결칠 때면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가 된다. 멋진 풍경을 차창 밖으로 스쳐 보내는 게 아쉽다면 수산리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도로변에 주차시설과 함께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범선 모양의 전망대가 있어 기념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전망대에 오르면 억새로 뒤덮인 길을 따라 멀리 성산일출봉까지 보인다. 수산리 언덕길을 내려가면 곧 1119번 도로와 만난다. 약 30분에 걸쳐 펼쳐지는 억새의 향연은 가을철 제주 여행을 빛내는 특별한 순간으로 남는다. 동부 산간 지역과 성산을 두루 둘러볼 요량이라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금백조로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 이동하는 길마저 훌륭한 여행 코스가 된다.
주변 경치가 끝내주는 산록남로
서귀포 산록남로(1115번)는 주변 경치와 함께 흐드러지게 피어난 억새 군락을 감상하기 좋은 길이다. 한라산 중턱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위쪽으로는 한라산, 아래쪽으로는 서귀포 앞바다를 두루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이면 찰랑대는 억새까지 더해져 한층 더 멋스럽게 느껴진다. 돈내코유원지 위쪽에 자리한 산록도로 휴게소를 지나면 곧바로 산록남로로 연결된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억새의 호위를 받으며 달리는 기분이 유쾌하다. 여기서 조금만 가면 서귀포 동홍동 전망대가 나타나는데 그대로 지나치기엔 너무 아깝다. 전망대에 오르면 서귀포 시내와 더불어 바다 위로 솟아오른 문섬, 범섬, 섶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벅찬 감동이 차오른다. 그대로 뒤로 돌면 봉긋이 솟은 미악산과 그 너머로 운무에 휩싸여 신비로운 자태로 서 있는 한라산과 조우하게 된다. 운무가 걷히는 날엔 백록담 남벽까지 선명하게 눈에 담을 수 있다. 천하일품 절경이 어디 따로 있을까. 꽤 오랜 시간 앉아 있다 다시 길을 나선다. 도로변에 피어난 억새와 멀리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가는 길은 여유롭기만 하다. 한라산 자락이 길게 이어져 초록빛 평원을 이룬 구간에 다다르면 산록남로 억새 드라이브는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다. 간혹 바쁜 길을 재촉하는 이들이 옆을 쌩쌩 지나쳐가긴 하지만 대체로 차량 통행이 적어 한적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길을 가는 동안 녹차미로공원, 방주교회 등 볼거리도 몇몇 나타난다. 드라이브 길이 좀 길다 싶으면 한두 군데 정도 돌아보고 가도 좋다. 특히 재일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방주교회는 꼭 한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건축물이 무척 특이하고 아름다워 일부러 물어물어 찾아오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황야처럼 펼쳐진 너른 들판도 마음을 탁 트이게 만들어준다. 교회 옆에 있는 앤티크풍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겨도 좋다.
억새가 손짓해 부르는 산록북로
좀더 호젓하게 드라이브 기분을 즐기고 싶다면 산록북로를 추천한다. 산록남로와는 반대로 한라산 북쪽 중턱을 가로지르는 길로 잘 닦인 길을 전세 낸 듯 한가롭게 달릴 수 있다. 한라산 전경을 한쪽에 두고 사방이 신록뿐인 산간의 운치를 마음껏 누리기에 좋은 길이다. 서부 오름의 랜드마크인 노꼬메오름을 지나면 본격적인 억새길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바람결에 이리저리 파도쳐대는 억새 군락이 마치 어서 오라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길 너머로 억새밭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누가 일부러 키운 것도 아닐 텐데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빛 벼같이 억새가 아주 풍년을 이뤘다. 노을빛 아래 펼쳐진 억새길은 좀더 차분하고 사색적인 기분을 만들어준다.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억새풀이 솜털처럼 보드랍게 느껴진다. 아쉬운 마음에 차에서 내려 지나온 길을 한참 바라본다. 바람에 몸을 내맡긴 억새는 질풍노도의 시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청춘을 닮았다. 해질 무렵 노을빛에 곱게 물들어가는 억새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년의 자화상 같다. 산록북로는 한라산 정상 등반길 중 하나인 관음사 코스 입구를 지나간다. 사시사철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을 지나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5.16도로와 만나게 된다. 억새길은 계속 이어지지만 이곳부터는 차량 통행이 많기 때문에 호젓한 드라이브는 포기해야 한다. 또 연속 커브길이 많아 운전에 유의해야 한다.
여행정보
주변 음식점
닐모리동동 : 한라산빙수 / 제주시 서해안로 452 / 064-745-5008 http://nilmori.com/
황금륭버거 : 황금륭버거 / 서귀포시 대정읍 칠전로 434 / 064-773-0097
숙소
바다하우스 :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 218 / 064-799-6192
제주올레하우스 : 제주시 구좌읍 덕행로 450-23 / 064-783-1152 http://www.ollehouse.kr/
제주에코스위츠 : 서귀포시 중문상로 207-13 / 064-738-9975 http://jejueco.com/wordpress/
글 : 정은주(여행작가)
금백조로 지도
(낭끼오름과 벌라리왓 주변지역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