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ㆍ)의 발성
현대 한글에서 사라진 훈민정음의 아래아(ㆍ)발성에 대해서, 대개 그 음가音價에 대해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관심들이 없어서 그렇지 그 발음이 어려운 게 아닙니다.
아[ɐ] 발성 보다 입을 덜 벌리고 입술을 굵게 하면 어[ə]소리가 됩니다. 그런데 ‘어’ 소리 상태에서 입술만 얇게 해서 발성해 보아도 그 소리가 ‘어’ 소리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이 소리는 ‘어’ 소리가 아니라 아래아(ㆍ) 발성입니다.
훈민정음에서 ‘설축이성심舌縮而聲深’(혀가 오그라지고 소리가 깊다.)이라고 표현한 아래아 소리는 입술이 얇아지는 소리이므로 ‘오’ 계열에 해당합니다. 음가音價(소릿값)는 음성기호 [ʌ]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어’[ə]는 입술을 굵게 하고 힘을 뺀 부드러운 소리이고, ‘ᄋᆞ’[ʌ]는 입술을 얇게 하고 힘이 들어간 거친 소리입니다.
한국어에서는 아래아 발성의 표기가 없으므로 모든 ‘ㅓ’가 아래아 발성으로 발음될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ㅓ’ 발성의 소리 기운을 살필 때 주의해야 합니다.
* 아래아 발음이 쓰이는 예들 :
대개 아래아 관련 여러 글들에서 아래아 발성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래아는 한국어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중모음二重母音(복모음複母音)으로서의 아래아 발성은 표준어 이외의 전 지역 사투리에서 아래아가 사용됩니다.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에서도 ‘여’를 발음 할 때는 거의 아래아로 발음합니다. 표준어에서만 아래아를 안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ㆍ= 아래아, [ʌ]로 발음함)
경찰 -> 기ㆍㆁ찰, 명사수 -> 미ㆍㆁ 사수,
병실 -> 비ㆍㆁ 실, 평창 -> 피ㆍㆁ 창,
영자 -> 이ㆍㆁ자
특히 경상도 토종 사투리에서는 단모음에서도 ‘어’가 거의 없고, 종종 ‘으’까지도 아래아(ㆍ)로 발음합니다.
서울 -> ㅅㆍ울, 아나운서 -> 아나운ㅅㆍ
방언 -> 방 ㅇㆍㄴ, 언니 -> ㅇㆍㄴ 니,
슬피 -> ㅅㆍㄹ 피, 느그 -> ㄴㆍㄱㆍ,
승리 -> ㅅㆍㆁ 리.
☞ 아래아 발성은 제주도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제주도의 아래아 발음은 [ʌ](후설 평순 중저모음) 한 가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ɒ](후설 원순 저모음)나 [ɔ](후설 원순 중저모음)로도 읽히고 있습니다.
가을 -> ㄱㆍ슬, 마을 -> ㅁㆍ실,
아들 -> 아 ㄷㆍㄹ, 딸 -> ㄸㆍㄹ
망아지 -> ㅁㆍㅇ생이, 어서 오세요 -> ㅎㆍㄴ저 옵서,
* 조선어학회에서 모음의 배열(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ㆍ) 맨 밑에 있다고 해서 아래아라고 하였는데, '아' 발성하고는 많이 다르고 오히려 '어' 방성하고 비슷하므로 '아래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 백괴 -
제주 생활 방언
https://www.youtube.com/watch?v=EiGmyYtaTlk